
[사설] 유시민의 말은 거칠었다, 그러나 왜 그런 말을 했는지도 보아야 한다 [천지인뉴스]
[사설] 유시민의 말은 거칠었다, 그러나 왜 그런 말을 했는지도 보아야 한다 [천지인뉴스]

유시민 작가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ABC론에서 시작해 재건축론과 필패론, 어물전론, ‘용역·철거전문·촉법 평론가’ 발언을 거쳐 최근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검찰개혁 발언을 두고 “국민을 속였다”는 표현까지 나왔다.
표현만 떼어놓고 보면 거칠다. 대통령과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는 불쾌하게 들릴 만한 말도 적지 않다.
그러나 필자는 몇 달 동안 이어진 유 작가의 발언을 하나씩 다시 들여다보면서 다른 질문을 갖게 됐다.
그는 도대체 왜 이런 말을 계속하는가.
지난 3월 논란이 된 ABC론부터 보자.
유 작가는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을 둘러싼 정치세력을 가치와 이익이라는 동기를 중심으로 A·B·C로 나눠 설명했다. A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에서 이재명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민주진보 진영의 가치와 정치적 목표를 중시하는 층, B는 자신의 정치적 성공과 이익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세력, C는 두 성격이 섞인 집단이라는 취지였다.
곧바로 ‘갈라치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특정 정치인을 B그룹으로 규정한 것 아니냐는 논란도 불거졌고 시민단체 고발까지 이어졌다.
유 작가는 ABC론이 사람에게 등급을 매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치권에서 사람을 움직이는 동기를 설명하기 위한 분석 틀이라고 해명했다.
필자는 여기서 ABC라는 명칭이 적절했느냐와 그가 던진 질문에 의미가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라고 본다.
정권이 성공하고 권력이 커질수록 대통령 주변에 가치보다 자신의 자리와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모일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말 자체는 어느 정권에서든 필요한 권력 감시의 질문이기 때문이다.
6월에는 ‘재건축론’이 등장했다.
유 작가는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원했던 것은 기존 민주진보 진영을 넓히는 ‘증축’에 가까웠는데 대통령은 기존 정치적 기반을 허물고 새롭게 짜는 ‘재건축’을 하려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철거 전문’, ‘용역’, ‘촉법 평론가’라는 매우 거친 표현까지 사용했다.
이 부분은 비판받을 만하다.
김종배 시사평론가 등이 지적했듯 상대 평론의 내용을 비판하는 대신 사람에게 ‘용역’이나 ‘촉법’이라는 이름표를 붙이면 그것 역시 낙인찍기가 될 수 있다. 상대의 멸칭 사용을 비판하면서 자신도 상대에게 모욕적으로 받아들여질 표현을 사용한다면 설득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필자의 눈에는 그 거친 표현 뒤에 있는 문제의식까지 지워버리기는 어렵다.
대통령과 가까운 정치세력이나 특정 진영을 지지하는 평론가들이 자신과 생각이 다른 민주진보 인사와 지지자들을 과도하게 공격하고 있지는 않은가. 정치평론이 정책과 사실을 놓고 다투는 것이 아니라 ‘누가 진짜 친명인가’를 가르는 충성 경쟁으로 변하고 있지는 않은가.
최근 유 작가가 이른바 ‘문조털래유’ 같은 멸칭 사용을 강하게 문제 삼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7월에는 이른바 ‘어물전론’이 터졌다.
유 작가는 좋은 생선을 파는 어물전도 비린내는 날 수 있고, 아무런 비판과 제한 없이 내버려 두면 결국 썩은 냄새가 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권력은 견제받지 않으면 부패할 수 있기 때문에 냄새에 예민한 사람이 먼저 경고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당연히 반발은 컸다.
김민석 당시 전 총리는 ‘필패’, ‘썩은 내’ 같은 표현은 동지의 언어가 아니라고 비판했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유 작가의 발언이 도를 넘었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이 비판 역시 이유가 있다.
아직 썩지도 않은 생선을 놓고 썩은 냄새를 말한다면 듣는 사람에게는 현 정부와 민주당 전체를 부패한 집단처럼 묘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는 어물전이라는 표현보다 그 뒤에 붙은 말을 더 중요하게 본다.
‘썩기 전에 말해야 한다.’
정권이 실제로 부패한 뒤 비판하는 것은 쉽다. 권력이 잘나갈 때, 내 편이 권력을 잡고 있을 때 그 권력에 듣기 싫은 이야기를 하는 것은 훨씬 어렵다.
8월에는 수위가 더 올라갔다.
유 작가는 이 대통령을 ‘오만한 권력자’라고 표현했고 대통령이 여당 대표 선출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고 보는 자신의 판단을 근거로 ‘왕정 또는 귀족정’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이 대통령이 자신의 집권 기반을 스스로 해체한다는 취지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적 실패까지 끌어와 비교했다.
박홍근 장관 등 민주당 인사들은 이에 강하게 반발했다. 대통령의 정치 행위를 왕정에 빗댄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필자 역시 모든 표현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유 작가가 반복해서 묻는 질문은 비슷하다.
대통령의 힘이 커질수록 여당이 대통령의 의중만 바라보게 되는 것은 건강한가. 대통령과 당의 관계는 수평적이어야 하는가, 수직적이어야 하는가.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여당 내부의 다른 목소리까지 제거하려 한다면 장기적으로 대통령에게 도움이 되는가.
그리고 최근 검찰개혁 문제에서 결국 폭발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검찰개혁의 원래 최대 목표에 대해 수사를 담당하는 검사와 기소를 담당하는 검사를 분리하고 법무부 안에서도 수사기관과 소추기관을 나누는 구상을 설명했다. 현재 개혁은 그보다 더 진척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유 작가는 이에 충격을 받았다면서 자신이 이해했던 민주당의 검찰개혁 및 대통령 공약과 다른 이야기라고 주장했고 급기야 “지금까지 국민을 속인 것”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이 대목에서는 유 작가 역시 사실관계와 표현에 대해 엄격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수사·기소 분리라는 검찰개혁의 핵심 가치에서 흔들린 적이 없다며 유 작가가 대통령의 의지를 왜곡했다고 반박했다.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어디까지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도 따져볼 문제다.
필자는 ‘국민을 속였다’는 표현은 지나치게 단정적이었다고 본다.
하지만 이것으로 유시민이 지난 수개월 동안 제기해온 모든 문제까지 틀렸다고 결론 내려야 할까.
필자의 답은 그렇지 않다.
ABC론, 재건축론, 필패론, 어물전론, 용역·촉법 평론가 논란, 검찰개혁 비판은 표현과 사실관계를 각각 따져야 한다. 어떤 것은 유 작가가 지나쳤고 어떤 것은 반론에 충분한 근거가 있다.
그럼에도 그 발언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문제의식은 보인다.
‘권력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권력을 감시하는 눈까지 감아서는 안 된다.’
필자가 유 작가의 비평을 ‘이유 있는 비평’으로 바라보는 이유다.
그런데 지금 방송을 보면 정작 이 부분에 대한 토론은 상대적으로 찾기 어렵다.
지상파와 종편 시사프로그램에서는 유 작가의 대통령 비판이 주요 소재가 됐고 여야 성향의 평론가들이 이를 놓고 연일 공방을 벌인다.
유 작가는 최근 기존 언론사의 유튜브 정치비평과 일부 평론가들을 직접 비판했다. 청와대 대변인으로 임명된 김성완 전 시사평론가가 임명 직전까지 방송에서 비평한 문제를 두고도 ‘용역 비평’이라는 표현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그 표현 역시 거칠다.
그러나 인사검증에 들어간 정치평론가는 어느 시점부터 이해충돌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는가, 권력과 정치평론 사이에는 어느 정도의 거리가 필요한가라는 질문 자체는 언론계가 토론할 가치가 있다.
그런데 이상한 장면이 펼쳐지고 있다.
평소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 정부에 결코 호의적이라고만 할 수 없었던 방송과 평론까지 유시민 논란에서는 대통령을 걱정하는 듯한 구도로 유 작가를 비판한다.
그들의 속마음을 필자가 알 수는 없다.
민주당을 분열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의도가 아니라 결과는 물을 수 있다.
유시민의 대통령 비판을 반복적으로 확대하고, 민주당 인사가 유시민을 공격하고, 그 공격을 다시 방송에서 토론하고, 지지층이 다시 편을 나누어 싸우는 구조가 반복된다면 누가 이익을 보는가.
정책 논쟁은 사라지고 ‘유시민 편이냐 이재명 편이냐’만 남는다.
민주당 측 패널과 정치인들도 생각해야 한다.
유시민의 말이 틀렸다면 틀린 사실을 바로잡으면 된다. 표현이 지나쳤다면 표현을 비판하면 된다.
그런데 유시민의 문제 제기 전체를 대통령에 대한 공격으로 규정하고 같은 진영의 사람끼리 적대하기 시작한다면 과연 그것이 이재명 정부의 성공에 도움이 되는가.
24일에는 더 우려스러운 보도까지 나왔다.
청와대가 유 작가의 ‘국민을 속였다’는 발언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이후 청와대는 대통령의 검찰개혁 의지를 사실과 다르게 왜곡하는 데 유감을 표하면서도 법적 대응 여부는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필자는 실제 법적 대응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대통령과 한 작가의 정치적 논쟁이 법정으로 옮겨가는 순간 지금의 논쟁은 전혀 다른 차원으로 확대될 수 있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시점이다.
추석이다.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밥상에서 정치 이야기는 언제나 뜨거운 소재다. 지금처럼 민주진보 지지층 내부에서조차 유시민이 옳으냐, 대통령이 옳으냐를 놓고 감정적인 편 가르기가 커진다면 이번 추석 밥상머리까지 이 갈등이 올라갈 수 있다.
필자는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
유시민 작가도 틀릴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비판받을 수 있다.
민주당도 유시민을 반박할 수 있다.
언론 역시 유시민을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비판과 적대는 다르다.
대통령에게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사람이 반드시 대통령을 돕는 사람인 것도 아니며, 대통령에게 듣기 싫은 말을 하는 사람이 반드시 대통령의 적인 것도 아니다.
오히려 건강한 민주주의라면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서로 다른 목소리가 존재해야 한다.
필자가 이번 논란에서 가장 걱정하는 것은 유시민 개인도, 특정 정치인도 아니다.
다름을 배신으로 규정하고 비판을 적대행위로 받아들이는 정치문화다.
유시민의 표현은 얼마든지 비판하라.
사실이 틀렸다면 정확하게 반박하라.
하지만 그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까지 들여다보자.
그리고 언론도 묻자.
국민에게 판단할 재료를 주고 있는가.
아니면 싸울 재료를 주고 있는가.
추석 밥상에는 정치적 적대보다 가족의 안부가 올라가야 한다. 민주당 내부에도 서로를 향한 멸칭보다 정책과 논쟁이 있어야 한다.
대통령에게도 비판자가 필요하고, 비판자에게도 절제가 필요하며, 언론에는 무엇보다 전체 맥락을 전달할 책임이 있다.
그 세 가지가 무너지면 남는 것은 분열뿐이다.
필자가 지금 가장 바라지 않는 결과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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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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