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 포로 송환 비공개가 ‘북한 눈치’?…사람의 생명까지 정쟁에 올린 국민의힘
北 포로 송환 비공개가 ‘북한 눈치’?…사람의 생명까지 정쟁에 올린 국민의힘
정범규 기자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됐던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 송환을 둘러싸고 정치권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정부가 송환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것을 두고 ‘북한 눈치 보기’라는 공세를 펴고 있지만, 정부가 밝힌 비공개 이유는 포로 당사자와 가족의 신변 안전, 국제법과 인도주의적 원칙이었다.

북한군 포로 2명은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됐다가 지난해 1월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됐다. 이후 한국행 의사를 밝혔고 관련국과 기관의 협의를 거쳐 최근 국내로 송환됐다.
정부는 이들의 한국행을 대대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당사자와 가족의 신변 안전이 걸린 민감한 사안이며, 당사자들의 자유의사를 존중하고 국제법과 인도주의 원칙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처리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군 포로 2명을 최근 한국으로 보냈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북한군 포로 국내 송환이 외교와 안보,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며 공개로 발생할 여러 문제를 고려해 비공개하는 것이 타당했고 우크라이나 측과 그렇게 합의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우크라이나 측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에서 포로 문제를 언급할 가능성을 사전에 알려왔을 당시에도 한국행 공개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비공개를 택한 이유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포로 당사자와 가족의 안전이다.
두 사람이 전쟁 중 포로가 된 뒤 대한민국행을 선택했다는 사실이 공개될 경우 당사자는 물론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이들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도 아니다. 한국행을 희망한 두 사람을 실제 국내로 송환했고 보호 절차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정부가 송환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것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북한 포로 국내 송환은 시기의 문제일 뿐 공개하는 것이 맞다며 정부가 비공개에 나선 이유를 따져 물었다. 이 과정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이 두려운 것이냐는 취지의 주장까지 내놓았다.
안철수 의원 역시 북한 눈치 때문에 포로 송환조차 주체적으로 공개하지 못한다는 취지로 정부를 비판했다.
야당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검증하고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 역시 비공개 결정의 이유와 외교 협의 과정에 대해 국민에게 설명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을 단순히 ‘북한 눈치 보기’라는 정치적 구호 하나로 재단하기에는 문제가 훨씬 복잡하다.
북한군 포로의 송환은 정부의 외교적 성과를 얼마나 크게 홍보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반적인 정책 발표가 아니다. 전쟁 포로였던 두 사람의 생명과 신변 안전이 걸려 있고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의 문제까지 연결돼 있다.
정부가 정치적 홍보 효과만 생각했다면 오히려 북한군 포로의 한국 송환을 먼저 공개하고 외교·안보 성과로 내세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당사자들의 안전한 송환과 보호를 우선해야 한다는 판단에서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국민의힘이 정부의 비공개 결정을 비판하려면 먼저 다른 질문에 답해야 한다.
송환 사실을 즉각 공개했을 경우 두 사람과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의 신변 안전에는 문제가 없었는가. 공개에 따른 외교·안보적 파장은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그리고 정부가 주장하는 인도적·인권적 고려보다 즉각적인 공개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근거는 무엇인가.
이러한 문제에 대한 설명 없이 ‘북한 눈치’, ‘김정은 심기’라는 정치적 언어만 앞세운다면 외교·안보 사안을 또 하나의 정쟁거리로 소비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우크라이나 측의 대응 역시 별도로 따져야 한다.
한국 정부는 비공개 합의가 있었다고 밝히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송환 사실 자체를 비공개하기로 합의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양국의 설명이 엇갈리는 만큼 무엇을 어디까지 공개하지 않기로 했는지는 외교 채널을 통해 분명히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이 논란과 국내 정치권의 ‘북한 눈치 보기’ 공세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첫 번째 기준은 진영이 아니라 사람이어야 한다.
대한민국행을 선택한 북한군 포로 2명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그리고 이들의 선택으로 북한에 남은 가족에게 추가적인 위험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다.
안보를 말하는 정치라면 바로 그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도 안보의 범위 안에 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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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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