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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주당 전당대회는 끝났는데, 왜 경선은 아직 끝나지 않았나 [천지인뉴스]

[사설] 민주당 전당대회는 끝났는데, 왜 경선은 아직 끝나지 않았나 [천지인뉴스]

정당의 전당대회는 경쟁의 끝이면서 동시에 화합의 시작이어야 한다.

후보들은 치열하게 경쟁할 수 있다. 지지자들도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위해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 그러나 투표함이 닫히고 승자가 결정되는 순간부터는 서로 다른 깃발을 내려놓고 하나의 깃발 아래 다시 서는 것이 정당정치의 기본이다.

그런데 지금 더불어민주당의 모습은 이상하다.

전당대회는 끝났는데 경선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지난 8월 17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김민석 후보는 54.08%, 정청래 후보는 45.92%를 얻었다. 김민석 후보가 당대표로 선출됐지만 1차 투표에서 과반을 확보하지 못해 선호투표까지 진행됐다.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언론이 친명계와 친청계로 분류한 후보들이 함께 지도부에 입성했다.

이 숫자를 단순히 승자와 패자의 숫자로만 읽어서는 안 된다.

45.92%를 얻은 후보와 그를 지지했던 당원들이 전당대회 다음 날 갑자기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당대표를 배출한 쪽 역시 자신들의 승리를 이유로 상대 지지층을 정치적으로 지워버릴 수 없다.

이번 전당대회 결과는 오히려 민주당 안에 서로 다른 정치적 흐름과 상당한 규모의 지지 기반이 함께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그렇기 때문에 전당대회 이후 가장 먼저 시작됐어야 할 것은 승자의 축하보다 통합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전당대회 이전부터 민주당 안에서는 이른바 ‘명심’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졌다. 대통령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과 반박이 이어졌고, 친명과 친청이라는 계파 구도가 언론과 정치권에서 끊임없이 소환됐다. ‘뉴이재명’을 둘러싼 논쟁까지 등장하면서 정책과 노선의 경쟁보다 누가 진짜 이재명 정부를 뒷받침하는 사람인가를 놓고 경쟁하는 듯한 장면도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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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실제 특정 후보를 지원했다고 단정할 근거와 정치권에서 제기된 ‘명심’ 논란은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그러나 정치에서는 사실 못지않게 지지자들이 무엇을 사실이라고 받아들이기 시작했는지도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양쪽 지지층 사이에는 깊은 감정의 골이 만들어졌다.

심지어 정치인과 논객들의 이름을 엮은 ‘문조털래유’, ‘한강새똥돼주길’ 같은 멸칭까지 등장했다. 상대의 주장을 반박하는 수준을 넘어 상대 진영 전체를 조롱하고 혐오하는 언어가 정치의 일상어처럼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전당대회는 끝났지만 그때 심어진 감정의 씨앗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이번 전당대회를 지켜보며 필자는 가끔 재벌가의 경영권 다툼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떠올랐다.

회사의 미래를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화면 뒤에서는 누가 회장 자리에 앉을 것인지, 누가 어느 계열사를 차지할 것인지를 놓고 가족끼리 편을 가르는 장면 말이다.

물론 정당의 전당대회와 기업의 경영권 다툼은 전혀 다른 일이다.

그러나 정책과 노선보다 ‘누가 누구 편인가’가 더 크게 들리고, 같은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까지 서로 다른 계파의 깃발 아래 상대를 공격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런 씁쓸한 연상을 떨치기 어렵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 싸움이 정치권과 온라인 공간에만 머물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는 최근 거의 모든 지상파와 종편의 주요 시사프로그램을 두루 모니터링했다.

모든 방송과 모든 출연자가 똑같았다고 단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필자가 모든 프로그램의 모든 회차를 본 것도 아니다.

그러나 필자가 보고 들은 범위에서는 방송사와 프로그램은 달라도 민주당 측 입장을 설명하는 패널들의 얼굴이 상당 부분 겹쳐 보였다. 몇몇 익숙한 인물들이 여러 프로그램을 오가며 같은 정치 현안을 논평하는 장면도 반복해서 접했다.

그 자체가 잘못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문제는 다양한 목소리가 충분히 함께 전달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특히 최근 유시민 작가를 둘러싼 논란을 지켜보면서 이런 의문은 더욱 커졌다.

유 작가가 사용한 표현 가운데 지나치게 거칠거나 사실관계를 놓고 반론이 필요한 부분은 당연히 검증하고 비판해야 한다.

ABC론도, 재건축론도, 필패론도, 어물전론도 마찬가지다. 최근 검찰개혁을 둘러싸고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을 속였다’고 표현한 대목 역시 매우 강한 주장이고 청와대는 대통령의 검찰개혁 의지를 왜곡한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유감을 나타냈다.

그러니 유시민의 말이라고 해서 모두 옳다고 받아들일 이유는 없다.

그러나 필자가 방송을 모니터링하면서 느낀 의문은 다른 곳에 있다.

유시민의 표현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쉽게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 표현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왜 저런 문제를 제기했는지는 한번 따져보자”, “그가 비판한 정치평론 문화와 언론의 역할에는 돌아볼 부분이 없는가”라고 그의 문제의식을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목소리는 필자가 본 범위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어려웠다.

여기서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최욱의 《매불쇼》를 둘러싼 비판도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여러 시사프로그램에서는 두 사람의 방송이 이재명 대통령을 향한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는 취지의 평가가 등장한다.

그렇다면 필자는 되묻고 싶다.

그렇게 평가하는 패널들은 과연 두 사람의 방송을 처음부터 끝까지 충분히 모니터링한 뒤 그런 판단을 내리고 있는가.

필자가 두 방송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받은 인상은 조금 다르다.

적어도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에 뛰어들었던 시기부터 두 사람은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메시지를 내왔다고 필자는 판단한다.

그렇다고 두 사람의 모든 주장과 방송 내용이 옳다는 뜻은 아니다.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이라고 해서 대통령을 비판해서는 안 된다는 뜻은 더더욱 아니다.

필자 역시 이 판단이 한쪽으로 기울어진 주관일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한다.

그래서 몇 번이고 되짚어봤다.

두 사람을 비판하는 방송만 본 것도 아니고, 반대로 《뉴스공장》과 《매불쇼》만 듣고 판단한 것도 아니다. 양쪽의 방송과 주장을 함께 모니터링하고 비교하면서 내린 필자 나름의 결론이다.

오히려 묻고 싶은 것은 이것이다.

오랫동안 한 정치인을 지지했던 사람이 그 정치인이 대통령이 된 뒤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비판하면 그것은 곧바로 ‘등을 돌린 것’인가.

지지는 침묵을 의미하는가.

비판한다고 해서 곧 적이 되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특정 방송의 몇몇 발언만 떼어 ‘대통령 공격’ 또는 ‘여권 분열’이라는 틀에 넣는다면 정치평론은 정치인의 말뿐 아니라 자신들의 말도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다시 한번 물어볼 필요가 있다.

정치평론은 정치를 설명하는 것인가.

아니면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세력의 논리를 대신 전달하고 상대편과 싸우는 또 하나의 정치 무대가 되어가는 것인가.

유시민이 일부 정치평론가들을 향해 ‘용역’, ‘철거전문’, ‘촉법 평론가’ 같은 거친 표현을 사용한 것 역시 그 표현 자체만 놓고 보면 충분히 비판받을 수 있다.

그러나 표현을 비판하는 것과 그 표현이 겨냥한 문제까지 외면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시사프로그램의 패널들이 어느 순간부터 정치 현상을 분석하는 해설자가 아니라 정치세력의 대리인처럼 비친다면 언론 역시 자신들의 패널 구조와 토론 방식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필자의 눈에는 최근 일부 정치평론이 이상한 농사를 짓고 있는 듯하다.

민주당이라는 하나의 밭을 둘로 갈라놓고 자신이 선택한 고랑에는 비료를 주면서 반대편 고랑에는 잡초제거제를 뿌리는 모습이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사실 하나를 잊고 있다.

두 고랑의 주인은 따로 있지 않다.

모두 민주당이라는 한 농부의 밭이다.

한쪽 작물을 잘 키우겠다며 다른 쪽 작물을 말려 죽인다면 결국 절반의 밭이 황폐해진다. 그리고 절반이 황폐해진 밭에서 나머지 절반만 풍년이 들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어렵다.

민주당 내부도 이제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미 여러 차례 당내 화합을 주문했다.

전당대회 전부터 내부 단합과 외연 확장을 함께 강조했고, 최근 기자회견에서도 멸칭과 혐오, 증오의 언어를 보며 마음이 아프다면서 포용하며 함께 갈 길을 찾아달라고 호소했다.

김민석 대표 역시 당내 멸칭 문제를 두고 역지사지가 필요하다며 추석 이후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할 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당대표도 알고 대통령도 알고 있다.

이 싸움이 계속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지층과 정치권 일부에서는 아직도 전당대회가 진행 중인 듯한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이제는 멈춰야 한다.

특히 추석이다.

정치권과 방송에서 벌어진 갈등은 결국 국민의 밥상으로 내려온다. 정치인과 평론가들이 던진 거친 말 한마디가 가족과 친구 사이의 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다.

정치가 국민의 삶을 편안하게 만들지는 못할망정 명절 밥상까지 갈라놓아서야 되겠는가.

그리고 민주당 내부에서 반드시 생각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다.

이 싸움에서 마지막에 누가 정치적 이익을 얻게 되는가 하는 문제다.

김민석을 지지했던 사람이 정청래를 지지했던 사람을 밀어내고, 정청래를 지지했던 사람이 김민석을 지지했던 사람을 적으로 돌린다고 해서 어느 한쪽이 온전히 승리하는 것은 아니다.

서로가 서로의 지지 기반을 깎아내리면 민주당이라는 전체 기반이 작아질 수 있다.

그 빈 공간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경쟁 정당에 새로운 정치적 공간을 열어줄 수 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민주당 내부가 스스로 갈라져 서로를 공격하는 동안 굳이 그 싸움에 뛰어들 이유조차 없을 수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 분열의 씨앗을 심고, 양쪽 지지층이 물을 주고, 일부 정치평론이 한쪽에는 비료를 주면서 다른 쪽에는 잡초제거제를 뿌린다면 마지막에 땅에 떨어진 정치적 열매는 민주당 내부 어느 계파의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경쟁 정당이 그 열매를 주워갈 수도 있다.

필자는 민주당의 분열을 바라지 않는다.

그렇다고 비판하지 말자는 것도 아니다.

대통령도 비판받아야 하고 당대표도 비판받아야 한다. 유시민도, 김어준도, 최욱도, 정치인도, 언론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다만 비판과 적대는 구분해야 한다.

정책을 놓고 싸우는 것과 상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다르다.

같은 정당 안에서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제거해야 할 잡초로 보기 시작하는 순간 정당은 토론의 공동체가 아니라 숙청의 공간이 된다.

유시민의 말이 틀렸다면 근거를 들어 반박하면 된다.

민주당 지도부의 판단이 옳다면 정책과 결과로 설득하면 된다.

반대로 유시민의 문제 제기 가운데 돌아볼 부분이 있다면 그것 역시 받아들이면 된다.

정치는 그렇게 하는 것이다.

전당대회에서 누구에게 투표했는지는 이미 지나간 선택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그 사람들이 앞으로 어느 방향을 함께 바라볼 것인가이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8월 17일 끝났다.

그런데 한 달이 넘도록 경선의 북소리가 들린다면 이제 누군가는 북채를 내려놓아야 한다.

전당대회는 승자에게 당을 통째로 주는 행사가 아니다.

패자를 지지했던 사람들을 당 밖으로 밀어내는 행사도 아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경쟁하고 그 결과를 받아들인 뒤 다시 하나의 정당으로 돌아오는 과정이어야 한다.

추석이 지나면 민주당 지도부가 당내 갈등을 논의하겠다고 한다.

그 자리가 또다시 누구의 잘못이 더 큰지를 따지는 자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를 따지는 순간 싸움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이제 필요한 질문은 하나다.

우리는 다시 같은 밭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는가.

밭은 하나다.

어느 고랑이 이기느냐를 따지다 밭 전체를 망가뜨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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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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