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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인뉴스] 영화 비판하다 유해진에 “북한상”…주진우 의원, 정치적 비판의 선 어디까지인가

[천지인뉴스] 영화 비판하다 유해진에 “북한상”…주진우 의원, 정치적 비판의 선 어디까지인가

정범규 기자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적 해석 논쟁이 출연 배우 개인을 향한 공격으로 번지고 있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이 배우 유해진을 비판하는 온라인 게시물에 “북한상”이라는 댓글을 남긴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영화의 내용과 역사적 해석을 비판하는 것은 정치인의 자유지만, 작품에 출연한 배우의 외모를 북한과 연결하는 표현까지 정치적 비판으로 볼 수 있느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주 의원은 앞서 영화 ‘암살자(들)’이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왜곡했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왔다. 영화 제작 과정에 중국 자본이 들어갔을 가능성도 제기하며 국정감사에서 관련 문제를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는 영화의 제작과 투자 과정에 중국 자본이 들어온 사실이 전혀 없으며 국내 제작진과 창작자들이 국내 자본을 바탕으로 독립적으로 기획·제작했다고 공식 반박했다.

논란은 이제 영화의 역사적 해석이나 제작 자본을 둘러싼 검증을 넘어 출연 배우에게까지 향하고 있다. 특히 현직 국회의원이 배우의 외모를 두고 “북한상”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정치인의 언어와 책임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남겼다.

주 의원이 “북한상”이라는 댓글을 남긴 것은 지난 29일이다.

온라인에서 한 누리꾼이 유해진의 과거 출연작들을 거론하며 북한 관련 소재나 반일 소재, 군사정권 비판 영화 등에 자주 출연했다는 취지의 비판 글을 올렸고, 주 의원은 여기에 “북한상”이라고 댓글을 달았다.

하지만 배우가 어떤 영화에 출연했는지와 그 배우의 정치적 견해는 같은 문제가 아니다. 더욱이 극중에서 맡은 배역과 실제 배우 개인의 생각 역시 구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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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작품 속 인물을 연기한다. 북한군을 연기했다고 북한을 지지하는 것도 아니고, 일본군을 연기했다고 일본 제국주의를 지지하는 것도 아니다. 군사정권을 비판적으로 다룬 영화에 출연했다고 해서 배우 개인에게 특정한 정치적 성향을 덧씌울 근거가 되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온라인 게시물에서 거론된 유해진의 출연작 가운데 상당수에서 유해진이 북한 인물을 연기한 것도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 상황에서 현직 국회의원이 배우의 외모를 북한과 연결해 표현했다면 그것이 영화의 역사적 사실관계를 검증하는 데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영화의 역사적 해석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영화 속 어떤 장면이 어떤 기록과 배치되는지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면 된다. 제작 자본이 의심된다면 투자 구조와 자금 흐름을 객관적인 자료로 확인하면 된다.

그것이 국회의원이 할 수 있는 검증이고 정치적 비판이다.

그러나 배우의 생김새를 끌어들이는 순간 논쟁은 역사적 사실과 작품의 표현 범위를 따지는 영역에서 벗어나 개인에 대한 조롱과 낙인의 영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

주 의원은 영화 제작 과정에 중국계 자본이 유입됐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2023년 제작사에 대한 400억 원 규모 투자 추진 보도 등을 근거로 중국계 자본과의 연관 가능성을 제기하고 국정감사에서 확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제작사는 지난 29일 공식 입장을 내고 ‘암살자(들)’의 제작과 투자 과정에 중국 자본이 유입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국내 창작진과 제작진이 국내 자본으로 독립적으로 기획·제작한 작품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확인된 단계에서는 주 의원의 주장은 ‘의혹 제기’이고 제작사는 이를 공식 부인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회의원이 해야 할 일은 자료를 통해 어느 쪽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사실처럼 확대해서도 안 되고, 제작사의 해명만으로 모든 의문이 끝났다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

문제는 이러한 정치적 공방의 불똥이 배우 개인에게까지 튀고 있다는 점이다.

유해진이 출연한 한 광고 영상의 댓글 기능이 중단됐고 일부에서는 광고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움직임까지 나타났다. 영화에 출연하거나 시사회에 참석해 추천사를 남긴 다른 배우들의 SNS에도 공격적인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영화에 대한 비판은 영화에 해야 한다.

감독의 연출이 문제라면 연출을 비판하고, 시나리오의 역사적 해석이 문제라면 사료와 기록을 제시해 반박하면 된다. 제작 자본에 문제가 있다고 의심한다면 투자 내역을 확인하면 된다.

배우의 얼굴은 그 어느 것에 대한 증거도 아니다.

특히 “북한상”이라는 표현은 더욱 신중했어야 한다. 사람의 얼굴에 남과 북의 기준이 따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같은 민족을 외모로 갈라 특정한 이미지를 덧씌우는 표현이 과연 오늘날 대한민국 정치에서 필요한 언어인지도 생각해볼 문제다.

주진우 의원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다. 국회의원의 발언은 개인 SNS의 짧은 댓글이라 해도 일반인의 댓글과 같은 무게로만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지지자와 대중에게 미치는 파급력이 있기 때문이다.

영화 ‘암살자(들)’의 역사적 해석은 얼마든지 검증하고 논쟁할 수 있다.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영화적 상상력의 범위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 역시 사회적으로 토론할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그 토론이 배우 개인의 외모와 출연 경력을 근거로 한 낙인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

정치인이 문화예술 작품을 비판할 권리가 있다면 그 권리에는 정확한 사실과 논리로 비판해야 할 책임도 함께 따른다.

‘북한상’이라는 세 글자가 영화 속 역사적 의혹 하나를 밝힐 수 있는가.

정치권이 답해야 할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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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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