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인뉴스] 한국, 주우크라이나 대사 전격 소환…북한군 포로 송환 공개에 외교 신뢰 흔들
[천지인뉴스] 한국, 주우크라이나 대사 전격 소환…북한군 포로 송환 공개에 외교 신뢰 흔들
정범규 기자
한국 정부가 북한군 포로 2명의 국내 송환 사실을 공개한 우크라이나 정부에 항의하기 위해 박기창 주우크라이나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기로 결정했다. 북한군 포로 송환의 비공개 합의 여부를 둘러싼 양국의 갈등이 고강도 외교적 항의 조치로 이어지면서 국가 간 신뢰와 외교적 책임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외교부는 8일 주우크라이나 대사의 본국 소환 결정을 공식 발표했다.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가 사전 비공개 합의를 위반하고 송환 사실을 일방적으로 공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비밀유지 범위에 대한 해석이 다르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공개 사과 요구에도 한국 정부가 기대하는 수준의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한국의 대사 소환 결정 이후에도 외교적 대화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국제적 협력과 별개로, 상대국과의 외교적 약속을 어떻게 이행하고 민감한 정보를 관리해야 하는지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갈등은 지난 9월 23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에서 시작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연설 도중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됐던 북한군 포로 2명을 한국으로 송환했다고 공개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포로 송환 사실을 비공개하기로 사전에 합의했는데도 우크라이나가 이를 일방적으로 공개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북한군 포로의 한국 송환은 일반적인 외교 현안과 달리 당사자들의 신변 안전과 인권, 한반도 안보 상황이 함께 고려돼야 하는 민감한 사안이다.
특히 북한군 포로의 신원과 이동 경로, 보호 절차에 관한 정보는 당사자의 안전과 직접 연결될 수 있다. 이러한 사안에서 공개 범위를 사전에 조율하는 일은 중요한 외교적 절차다.
우크라이나 측은 그러나 한국 정부의 설명과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관계자는 포로 송환 사실을 공개하지 않기로 한 합의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후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양국 간 비밀유지 방식에 대한 해석 차이가 갈등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는 구체적인 송환 과정이나 민감한 세부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으며, 포로를 한국으로 보냈다는 사실을 밝힌 것만으로는 합의를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결국 이번 사태의 핵심은 비공개 합의의 존재와 범위다.
한국 정부의 설명대로 송환 사실 자체를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면 우크라이나 측 발표는 양국 간 외교적 신뢰를 훼손한 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
반대로 비공개 대상이 구체적인 이송 절차와 신원 정보 등에 한정됐다면 공개 사실만으로 합의 위반을 단정하기 어렵다.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양국 간 합의의 정확한 문구와 범위를 독립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이후 양국이 외교적 협의를 통해 합의 범위를 명확하게 정리하지 못하고 공개적인 공방을 이어간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한국 정부는 지난 9월 28일 안드리 베쉬킨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대리를 외교부로 초치해 강한 유감을 전달하고 공식 해명과 사과,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우크라이나의 대응에 유감을 표명하며 합의 사실을 인정하고 공개적으로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우크라이나 측으로부터 사과의 의미가 담긴 메시지를 전달받았지만 한국 정부가 기대한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정부는 외교적 항의 수위를 높여 8일 박기창 주우크라이나 대사의 본국 소환을 결정했다.
외교 갈등에 대한 항의 표시로 해외 주재 한국 대사를 본국에 소환하는 것은 2008년 독도 영유권 문제로 주일 한국 대사를 소환한 이후 18년 만이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유감 표명을 넘어 우크라이나 측에 한국 정부의 문제의식이 엄중하다는 점을 전달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8일 현지시간 한국 정부의 대사 소환 결정에 대해 건설적인 대화를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헤오르히 티히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은 외교가 감정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놓으며 비공개 외교 채널을 통한 해결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 측에 전달한 메시지는 양국이 공개적으로 비판을 주고받는 상황에 대한 유감 표명이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한국 정부가 요구한 비공개 합의 위반 인정 및 공식 사과와는 차이가 있다.
외교에서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과 상대국이 제기한 구체적인 문제에 책임 있게 답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우크라이나가 한국 정부의 항의를 해소하려면 비공개 합의의 범위가 무엇이었는지, 송환 사실 공개에 앞서 한국과 어떤 협의를 진행했는지, 향후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다만 외교적 책임에 대한 검증이 우크라이나의 전쟁 피해나 북한군 포로의 인권 보호 필요성을 부정하는 방향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과 이번 외교 갈등은 구분해 다뤄야 한다. 동시에 전쟁 중이라는 사정이 다른 국가와의 합의 이행 문제에 대한 설명 책임까지 면제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 정부 역시 감정적인 대립을 확대하기보다는 합의 내용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포로들의 안전과 인권을 최우선에 두는 외교적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외교부는 대사 소환 결정 이후에도 우크라이나 측과 협의를 지속해 현안을 원만히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으로 양국이 비공개 합의의 내용과 공개 경위를 명확히 확인하고 상호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번 사태는 국가 간 외교에서 민감한 정보의 보호와 사전 협의, 합의에 대한 책임 있는 설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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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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