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친명과 반명이 아니다, 민주당은 지금 ‘뉴 이재명파’와 ‘구 이재명파’가 충돌하고 있다[천지인뉴스]
[천지인뉴스 사설] 친명과 반명이 아니다, 민주당은 지금 ‘뉴 이재명파’와 ‘구 이재명파’가 충돌하고 있다

어제의 반명이 오늘의 친명을 자처하고, 오랜 지지자는 반명으로 몰리는 정치적 역설… 이재명 대통령은 집토끼를 버리고 산토끼를 선택하려는가
조선시대 붕당 정치는 동인과 서인의 대립에서 시작해 동인은 남인과 북인으로, 서인은 노론과 소론으로 갈라졌다. 처음에는 학문적 견해와 정치적 노선의 차이에서 비롯됐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권력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대립과 배척으로 이어졌다. 같은 정치적 뿌리를 가진 세력들이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고 상대를 몰아내는 데 몰두했던 역사는 오늘날에도 되풀이되고 있다.
대한민국 정치 역시 보수와 진보라는 양대 진영으로 나뉘어 오랜 세월 대립해 왔다. 그런데 이제는 같은 진영 안에서도 서로를 향해 정치적 정체성을 부정하고 충성심을 의심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벌어지는 이른바 친명과 반명의 대립은 과연 그 구분부터 올바른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민주당에서 친명을 자처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그리고 그들로부터 반명이라는 공격을 받는 사람들은 과연 누구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현재 정치권에서 통용되는 친명과 반명이라는 구분부터 다시 살펴봐야 한다.
지금 민주당 내부의 갈등은 친명과 반명의 대립이라기보다 ‘뉴 이재명파’와 ‘구 이재명파’의 충돌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뉴 이재명파란 이재명 대통령의 집권 전후를 거치며 새롭게 지지 대열에 합류했거나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해 온 세력을 의미한다. 이들 가운데는 과거 보수 진영에 몸담았거나 이재명 대통령에게 비판적이었던 인사들도 포함될 수 있다. 물론 기존 민주당 지지자 가운데 최근 정치적 입장을 바꾼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반면 구 이재명파는 이재명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어려운 시절부터 그를 지지해 온 사람들이다. 민주당의 역사와 함께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을 지지했고, 이후 이재명이라는 정치인의 가능성을 믿으며 오랜 시간 정치적 지지를 이어 온 사람들도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구분은 어느 한쪽이 모두 옳고 다른 한쪽이 모두 잘못됐다는 의미가 아니다. 누가 언제부터 이재명을 지지했으며, 어떤 정치적 과정을 거쳐 오늘의 입장에 이르렀는지를 살펴보자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 가운데 오랫동안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했던 일부 세력이 오늘날 반명이라는 이름으로 공격받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이재명을 비판했던 사람이 오늘날 이재명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친명이 되고, 오랫동안 이재명을 지지했던 사람이 당내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반명으로 분류된다면 도대체 친명과 반명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특정 정치인이나 계파가 독점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 자신과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의 지지 자체를 부정할 권한도 누구에게나 주어져 있지 않다.
그런데 최근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러한 정치적 낙인찍기가 실제 전당대회 과정의 쟁점으로 등장했다.
지난 8월 17일 치러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김민석 후보는 최종 54.08%를 얻어 정청래 후보를 누르고 당대표에 선출됐다. 선거 과정에서 친명과 반명이라는 계파 논쟁이 불거졌고, 당의 개혁 방향과 지도부의 정치적 노선을 둘러싼 갈등도 표면화됐다.
그러나 정청래 후보와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을 일괄적으로 반명 세력으로 규정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정치적 노선과 당 운영 방식에 대한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대통령에 대한 지지 여부까지 재단한다면, 민주당 내부에서 허용되는 정치적 다양성은 그만큼 좁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전당대회에서 드러난 정치적 갈등을 대통령에 대한 충성 경쟁으로 몰아가는 것은 집권 여당으로서 결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당대표를 누구로 선택할 것인지, 검찰개혁을 어떤 방향으로 추진할 것인지, 당원 민주주의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는 모두 당내에서 토론하고 경쟁할 수 있는 정치적 의제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견해 차이를 친명과 반명의 대립으로 규정하는 순간 정책 논쟁은 사라지고 계파의 이해관계만 남게 된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재명 대통령을 중심으로 새롭게 형성된 정치적 지지 세력이 기존 지지층을 밀어내는 듯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에서 새로운 지지 세력을 확보하는 일은 필요하다.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했던 사람들만의 대통령이 아니며, 과거 자신에게 반대했던 국민까지 포용해야 할 책임이 있다.
보수 진영에서 활동했던 인사가 민주당으로 이동하거나 과거 이재명 대통령을 비판했던 사람이 정치적 입장을 바꾸는 것 자체를 비난할 이유는 없다. 정치적 신념은 바뀔 수 있고, 새로운 선택을 통해 정치적 통합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새롭게 합류한 지지자들 가운데 일부가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기존 지지층을 반명으로 몰아세운다면 문제는 전혀 달라진다.
새롭게 합류한 사람들이 친명의 기준을 정하고, 오랫동안 지지해 온 사람들이 그 기준에 따라 반명으로 분류되는 상황을 어떻게 정상적인 정치라고 할 수 있겠는가.
어제의 반명이 오늘의 친명이 되고, 어제의 친명이 오늘의 반명이 되는 정치라면 그것은 지지의 진정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아니라 권력의 중심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정치적 낙인에 불과하다.
여기서 이재명 대통령에게도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금 민주당 내부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갈등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지난 전당대회에서 김민석 대표의 당선은 당청 관계의 안정을 바라는 당심이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를 받았다. 일부에서는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선택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물론 이러한 정치적 해석만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특정 계파를 선택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전당대회를 거치며 기존 지지층 일부가 자신들이 소외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면 대통령 역시 그 정치적 의미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어려웠던 시절,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은 적지 않은 정치적 부담을 감수했다. 각종 논란과 공격 속에서도 그를 지지했고, 선거에서 패배했을 때도 등을 돌리지 않았으며, 다시 정치적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힘을 보탰다.
그러한 사람들이 오늘날 당내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반명이라는 이름으로 공격받는다면 그들이 느낄 실망감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흔히 기존 지지층을 집토끼, 새롭게 확보해야 할 지지층을 산토끼라고 부른다.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산토끼를 잡아야 한다는 주장은 틀리지 않다. 기존 지지층만 바라보는 정치로는 외연 확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토끼를 잡겠다는 이유로 집토끼를 내쫓는다면 그것은 외연 확장이 아니라 기존 지지 기반을 스스로 허무는 일이 될 수 있다.
더욱이 새롭게 합류한 정치인들의 지지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과거 정치적 입장을 바꿨던 사람들이 앞으로도 같은 선택을 유지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정치적 환경과 이해관계가 달라지면 또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고 뉴 이재명파 전체를 기회주의적 세력으로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 새롭게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하게 된 사람들 가운데도 진정성을 가진 지지자는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
다만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인사들과 오랜 시간 정치적 신뢰를 쌓아 온 지지층의 차이까지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민주당을 지지해 온 사람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한다면 그 마음을 다시 돌리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정치적 지지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여러 차례의 선거와 정치적 위기를 거치며 쌓인 신뢰가 바탕이 된다. 반대로 그 신뢰가 무너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도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이 지지 기반의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10월 9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37%로 나타났다. 직전 조사와 같은 수치로 하락세는 멈췄지만 낮아진 지지율이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지지율은 직전 조사보다 5%포인트 하락한 35%로, 현 정부 출범 이후 한국갤럽 조사 기준 최저치를 기록했다.
물론 이러한 지지율 변화가 민주당 내부의 계파 갈등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민생경제와 부동산, 인사 문제, 검찰개혁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권 여당 내부에서 지지층을 서로 적대시하는 정치적 갈등이 계속된다면 지지율 회복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우려할 만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가 지금 고민해야 할 문제는 누가 더 충성스러운 친명인가를 가리는 일이 아니다.
국민이 왜 국정 운영에 실망하고 있는지, 민주당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불안해하고 있는지, 그리고 당내 정치적 갈등이 국민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치고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을 향한 비판과 자신에 대한 반대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한다고 해서 반명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당대표의 정치적 노선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서 대통령을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판단할 때 비판할 수 있는 것이 건강한 민주주의의 모습이다.
대통령에게 필요한 사람은 언제나 박수를 보내는 사람만이 아니다. 잘못된 판단에는 잘못됐다고 말하고, 정치적 위험이 보이면 이를 경고할 수 있는 사람도 필요하다.
그러한 목소리마저 반명이라는 이름으로 배척한다면 민주당 내부에는 결국 대통령이 듣고 싶어 하는 말만 남게 될지도 모른다.
이것이야말로 집권 여당이 가장 경계해야 할 정치적 위험이다.
민주당은 오랜 세월 민주주의와 개혁을 정치적 가치로 내세워 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을 거쳐 이재명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지지자가 민주당에 기대했던 것 역시 특정 정치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충성이 아니라 더 나은 정치와 사회를 향한 변화였다.
그런데 이제 와서 대통령을 지지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를 친명과 반명으로 갈라놓는다면 민주당이 주장해 온 당내 민주주의는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더욱이 이재명 대통령이 이러한 갈등 속에서 뉴 이재명파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인식이 기존 지지층 사이에 확산된다면 그 정치적 파장은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이 실제로 어느 계파의 손을 들어주었느냐는 문제와 별개로, 자신의 오랜 지지자들이 정치적으로 버림받고 있다고 느끼는 상황 자체가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뉴 이재명파와 구 이재명파, 민주당 지도부와 이재명 대통령이 반드시 경계해야 할 문제가 하나 더 있다.
그것은 민주당 내부의 계파 갈등이 아무리 심해지더라도 진보 성향의 유권자들이 설마 국민의힘을 선택하겠느냐는 안일한 기대다.
민주당을 오랫동안 지지해 온 유권자들이 하루아침에 정치적 성향을 바꿔 보수 정당에 투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을 지지했고,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당내 계파 갈등에 실망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국민의힘 지지자로 돌아설 가능성은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이 여기서 착각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국민의힘에 투표하지 않는다고 해서 반드시 민주당에 투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민주당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이 당내 계파 싸움에 지치고, 자신들이 지지했던 정치적 가치마저 훼손되고 있다고 느낀다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국민의힘을 지지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민주당을 다시 선택하고 싶지도 않은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그때 유권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 있다.
바로 투표장에 가지 않는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지도 않고, 국민의힘으로 정치적 성향을 바꾸지도 않는다. 그저 선거에 대한 기대를 접고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지 않는 것이다.
민주당이 가장 두려워해야 할 상황이 바로 이것이다.
선거는 정치적 신념만으로 승리하는 것이 아니다. 그 신념을 가진 유권자들이 실제 투표장에 나와 표를 행사해야 승리할 수 있다.
민주당을 지지했던 유권자 100명이 계파 갈등에 실망해 투표를 포기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들이 국민의힘 후보에게 단 한 표도 주지 않았더라도 민주당은 얻을 수 있었던 100표를 잃게 된다.
접전 지역에서는 이러한 표의 이탈만으로도 선거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민주당의 득표가 줄어드는 만큼 상대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은 높아지기 때문이다.
물론 투표를 포기하는 것과 국민의힘에 직접 투표하는 것은 같은 행위가 아니다. 그러나 양당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경쟁하는 선거에서는 민주당 지지층의 기권이 국민의힘 후보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뉴 이재명파는 자신들이 친명을 자처하며 구 이재명파를 반명으로 공격하더라도, 설마 그들이 국민의힘을 찍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
구 이재명파 역시 민주당에 실망하더라도 오랫동안 지켜 온 정치적 신념 때문에 국민의힘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민주당 지도부와 이재명 대통령 또한 이러한 정치적 성향의 차이를 믿고 기존 지지층의 이탈 가능성을 가볍게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판단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정치적 오판이 될 수 있다.
민주당에 실망한 유권자가 반드시 국민의힘 지지자가 되어야만 민주당이 선거에서 패배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나오지 않는 것만으로도 패배의 조건은 만들어질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대목이다.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에서도 마찬가지다. 뉴 이재명파와 구 이재명파의 갈등이 계속되고, 오랜 지지층의 실망이 정치적 무관심과 투표 포기로 이어진다면 민주당과 진보 진영은 선거에서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유권자들의 이탈이 여론조사만으로는 충분히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응답하는 것과 실제 선거일에 투표장에 나가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당 지지율이 일정 수준 유지된다고 해서 그 지지자들이 모두 투표에 참여한다는 보장은 없다. 특히 오랫동안 지지했던 사람들이 실망과 피로감으로 정치 참여 자체를 포기한다면 그 결과는 선거 당일에야 분명하게 드러날 수도 있다.
따라서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가 지금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국민의힘으로 이동하는 표만이 아니다.
민주당을 떠났지만 국민의힘으로도 가지 않는 표, 결국 어느 정당의 득표에도 반영되지 않은 채 투표장에서 사라지는 표를 경계해야 한다.
정치적 지지층을 잃는 것은 반드시 상대 정당에 지지자를 빼앗기는 형태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정치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잃은 유권자가 투표를 포기하는 순간에도 정당은 자신의 지지 기반을 잃는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다시 묻는다.
과연 뉴 이재명파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는 동안 구 이재명파로 분류되는 오랜 지지자들이 어떤 마음으로 민주당을 바라보고 있는지 알고 있는가.
그들이 국민의힘에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여전히 민주당의 든든한 지지층이라고 믿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들이 민주당을 떠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이, 이미 마음속으로는 민주당에 대한 기대를 접고 있는 것은 아닌가.
정치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상대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만이 아니다. 오랫동안 자신을 지지했던 사람이 더 이상 투표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뉴 이재명파와 구 이재명파가 서로를 향해 친명과 반명의 낙인을 찍으며 싸우는 동안, 정작 민주당을 지탱해 온 유권자들은 정치에 대한 관심을 잃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어느 계파가 당내 주도권을 차지하든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당내 권력 경쟁에서는 승리할 수 있을지 몰라도 정작 국민의 선택을 받는 선거에서는 패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이 버려야 할 가장 위험한 착각은 바로 이것이다.
‘설마 저 사람들이 국민의힘을 찍겠는가.’
그들은 국민의힘을 찍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도 찍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이 투표장에 나오지 않는 순간, 민주당은 상대 정당에 단 한 표도 빼앗기지 않고도 선거에서 패배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 뉴 이재명파와 구 이재명파 모두가 지금 이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민주당이 진정으로 경계해야 할 것은 어느 계파가 당내 주도권을 차지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서로를 반명으로 몰아붙이는 과정에서 오랫동안 민주당을 지탱해 온 유권자들이 정치에 대한 신뢰를 잃고, 결국 투표 참여마저 포기하는 상황이다.
정치적 충성심을 경쟁하는 정당은 오래갈 수 없다. 서로 다른 의견을 인정하고 국민의 신뢰를 지켜 나가는 정당만이 선거에서도 선택받을 수 있다.
민주당이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지지자들이 국민의힘으로 떠나는 것만이 아니다. 민주당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더 이상 투표장에 나오지 않는 것이다.
그때는 누가 진짜 친명이고 누가 반명인지 따지는 일조차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 여론조사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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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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