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인뉴스] ‘햄버거 회동’ 군인 8명 전원 무죄…잇따른 사법부 판결에 신뢰 흔들리나
[천지인뉴스] ‘햄버거 회동’ 군인 8명 전원 무죄…잇따른 사법부 판결에 신뢰 흔들리나
12·3 비상계엄 관련 군 지휘관 8명 1심 무죄…내란특검 “기존 판단과 정면 배치” 강력 반발
엇갈리는 내란 재판 판단에 사법부 책임론 다시 부상…국민 법 감정과 판결 사이 간극 논란

정범규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이른바 ‘햄버거 회동’에 참석하거나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병력을 투입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군인 8명에게 법원이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내란 사건을 둘러싼 사법부의 판단이 잇따라 엇갈리면서 법원의 판단 기준과 사법 신뢰 문제가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8-2부는 30일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과 방정환 전 국방혁신기획관 등 전직 군인 8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이 국헌문란의 목적을 인식하고 내란에 가담했다는 점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은 이번 판결이 헌법재판소와 다른 관련 사건 재판부의 판단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반발했다. 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인식할 수 있었는지에 관한 법원과 특검의 판단이 충돌하면서 향후 항소심에서도 치열한 법리 다툼이 예상된다.
구 전 여단장과 방 전 기획관은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약 6시간 전 경기도 안산의 한 롯데리아 매장에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을 만나 계엄 관련 임무를 논의한 혐의로 기소됐다.
특검은 두 사람이 부정선거 의혹 수사를 명목으로 추진된 이른바 ‘제2수사단’의 단장과 부단장 역할을 부여받았다고 판단했다.
반면 재판부는 두 사람이 수사단의 구체적인 임무를 알지 못했고 관련 문건을 전달받지도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계엄 선포 이후 실질적인 지휘나 명령을 내린 사실도 확인되지 않았다며 내란 가담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비상계엄 당시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병력을 투입한 혐의로 기소된 나머지 군 지휘관 6명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들이 사전에 계엄 계획을 알지 못했고 급박하게 전달된 상관의 명령을 적법한 것으로 받아들여 수행했다고 판단했다. 부하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도 인정하지 않았다.
이 같은 판단에 내란특검은 강한 이견을 드러냈다. 특검은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일반인도 인식할 수 있었다는 헌법재판소와 다른 재판부의 판단을 거론하며 이번 판결을 비판했다.
특히 처음 명령을 받을 당시 내란 목적을 인식하지 못했더라도 이후 위법성을 알게 된 상태에서 임무를 계속 수행했다면 내란중요임무종사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번 판결은 앞선 내란 관련 재판과도 비교된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계엄 관련 범행에 관여한 혐의로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18년을 선고받았다. 반면 이번 재판에서는 회동 참석자들의 내란 가담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동일한 비상계엄 사태를 둘러싸고 피고인별 역할과 인식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형사재판의 원칙이다. 그러나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일관된 법리 설명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판결 차이는 사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최근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서 1심과 항소심의 결론이 달라지는 사례까지 이어지면서 법원의 판단 기준을 둘러싼 논쟁도 커지고 있다. 다만 개별 사건마다 증거와 적용 법리가 다른 만큼 판결 결과의 차이만으로 재판의 정당성을 단정할 수는 없다.
이번 사건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헌정질서를 위협한 비상계엄과 군 지휘관 개인의 형사책임 사이에서 법원이 어떤 기준을 적용했느냐는 점이다.
군의 명령 체계가 불법적인 지시를 수행한 행위에 어디까지 면책 근거가 될 수 있는지, 위법성을 인식한 시점을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한 법적 논쟁도 남아 있다.
이번 무죄 판결을 받은 8명은 앞서 국방부 징계 절차에서 해임 또는 파면 처분을 받은 상태다. 행정적 책임과 형사책임에 서로 다른 판단 기준이 적용되는 가운데 법적 책임의 범위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사법부의 독립은 헌법이 보장하는 원칙이지만, 판결에 대한 국민의 신뢰 역시 사법제도를 지탱하는 중요한 기반이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내란 사건의 법적 책임과 재판부의 판단 근거를 둘러싼 검증 요구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향후 항소심에서는 계엄의 위법성에 대한 인식, 상관 명령의 법적 한계, 실제 임무 수행 과정에서의 책임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법부가 서로 다른 판단에 대해 얼마나 설득력 있는 법적 근거를 제시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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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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