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공작팀’ 자손군, 국민의힘 의원실과 국회 기자회견까지… ‘가짜 학부모’ 위장 동원 정황

자칭 ‘자유손가락 군대’, 보수 역사교육 위장하며 조직적 여론조작
“국민의힘 조정훈 의원실과 공동 주최”… 사전 통화 녹취까지 확보
교육부 자격증 발급 받아 초등학교 방과후 수업까지 진출한 ‘댓글 조직원’
정범규 기자
윤석열 정권의 조직적인 여론 조작 의혹이 점차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주 뉴스타파는 리박스쿨 대표 손 모 씨가 운영하는 댓글공작팀 ‘자손군’의 실체를 잠입 취재로 고발한 데 이어, 이번에는 ‘자손군’이 국민의힘 조정훈 의원실과 국회 기자회견까지 사전 기획하고 공동 주최한 정황을 추가로 공개했다.
‘학부모 시민단체 기자회견’으로 포장된 이 자리는 사실상 보수 정당과 댓글조작 조직이 합작한 ‘가짜 정치 퍼포먼스’에 가까웠으며, 언론은 이를 그대로 받아쓰며 허위 여론을 확산시킨 셈이다.
“조정훈 의원실과 함께 한다”… 리박스쿨 손 씨, 기자 앞에서 직접 통화
뉴스타파 취재진은 지난 5월 23일 리박스쿨이 모집한 ‘댓글 감시단’에 자원봉사자로 잠입한 상태에서, 리박스쿨 대표 손 씨가 “조정훈 의원실과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고 직접 밝히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는 국회 기자회견장을 대관하기 위해 “조정훈 의원이 교육위원이기 때문에 도와달라고 했다”고 말했고, 이 발언 직후 실제로 조 의원실 보좌관과 통화하는 장면이 그대로 녹취됐다.
● 손 대표: 저희 기자회견 소통관 기자회견 하는 거, 지금 참석할 사람 파악이 됐거든요. 피켓과 현수막은 저희가 준비하겠습니다.
○ 서 보좌관: 네. 가장 급한 건 참석자 성함이요.
● 손 대표: 30분 안에 보내드릴게요.
(2025년 5월 23일, 리박스쿨 손 씨와 조정훈 의원 보좌관 통화 내용)
손 씨는 이후 취재진 앞에서 기자회견 참석자를 섭외하는 전화를 수차례 돌렸으며, “조정훈 의원실 보좌관이 보고해야 하니 빨리 참석자 인원을 맞춰야 한다”며 초조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기자회견 참가자 절반이 ‘자손군’… 뉴스타파 기자까지 ‘학부모’로 위장
기자회견은 5월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렸다.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과 조정훈 교육위 간사가 주최자로 이름을 올렸고, 공보 문자에는 “학부모 단체와 공동 개최”라고 명시되어 있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참석한 11명 중 무려 5명이 ‘자손군’ 소속원이었다. 이 중에는 결혼도 하지 않은 뉴스타파 기자도 있었고, 핵심 조직원인 정 모 씨는 평소 이재명 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집중적으로 작성해온 인물이었다.
참석자 중 또 다른 인사인 장 모 씨는 리박스쿨의 자격증 발급과 연계된 민간 교육기업 대표였으며, 리박스쿨이 발급한 ‘창의체험지도사’ 자격증을 소지하면 초등학교 방과후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
즉, 자손군 조직원 일부는 댓글 조작을 넘어, 전국 초등학교 교육 현장에까지 진출하고 있었다.
왜곡된 역사교육, 초등학교까지 진출… 교육부 자격검증 시스템에도 의문
리박스쿨은 이승만과 박정희를 추앙하며, “대한민국 건국사를 바로잡는다”는 명분을 내세워 역사 교육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 교육의 실제 내용은 반공·반북·반진보 성향으로 편향되어 있으며, 이곳 출신 강사들이 이미 초등학교 방과후 수업에서 활동 중이라는 사실이 손 씨 본인의 입을 통해 확인됐다.
“우리 리박스쿨에서 자격증 따간 분들이 지금 초등학교에서 수업하고 있어요. 늘봄학교 강사로. 애들한테 (대한민국 건국에 대해) 제대로 가르쳐야죠.”
과연 교육부가 어떤 기준으로 이러한 단체에 자격증 발급 권한을 부여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기자회견 직후 기사 퍼날라 “좋아요 누르세요”… 언론도 여론조작 도우미?
기자회견 당일, 언론들은 마치 ‘대규모 학부모 단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공약을 비판한 것’처럼 보도했다. TV조선은 영상 제목을 ‘학부모 시민단체, 김문수 지지 선언하며 이재명 작심 비판’이라 붙였고, 서울경제·아시아투데이 등도 유사한 논조로 받아썼다.
손 씨는 서울경제 기사가 포털에 노출되자, 곧바로 ‘자손군’ 단톡방에 해당 링크를 공유하며 “좋아요를 많이 누르라”고 지시했다. 기사 확산을 위한 2차 댓글 조작이 즉시 가동된 것이다.
국민의힘 “몰랐다”… 손 씨 “국회의원 요청한 건 맞아”
조정훈 의원실은 뉴스타파의 질의에 대해 “손 씨가 기자회견을 열고 싶다고 해서 장소만 마련해준 것”이라며, “그가 댓글팀을 운영한다는 사실은 몰랐다”고 밝혔다.
반면 손 씨는 뉴스타파에 “자손군은 자발적인 시민운동이다. 민주당 쪽에도 ‘재명이네마을’처럼 댓글 활동이 있기에 우리도 자발적으로 움직였다”고 해명했다.
또한 “기자회견 장소는 국민의힘 쪽에 부탁해서 조 의원실이 연결해준 것이 맞다”고 인정했다.
결론: 보수 정치세력과 댓글조작팀의 위험한 공모… “국기 문란 수준”
이번 사건은 단순한 댓글조작의 차원을 넘어, 현직 국회의원이 국회를 매개로 여론 조작에 가담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댓글공작팀 ‘자손군’은 학부모 단체로 위장해 국회 기자회견에 등장했고, 조직적으로 특정 후보를 비방하고 우호 인사를 띄우는 역할을 수행했다. 여기에 초등학교 방과후 수업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왜곡된 민간 교육자격 시스템이 얽히면서, 전방위적 정치 선전과 유권자 기만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민주주의의 기본 질서를 훼손하는 이 같은 행위에 대해 철저한 수사와 제도적 대책이 필요하다. 언론 역시 검증 없는 보도를 자제하고, ‘진짜 시민 목소리’가 누구인지 되묻는 성찰이 절실하다.
진실과 공정한 천지인 뉴스, 정확한 팩트
정범규 기자
뉴스 제보: chonjiinnews@gmail.com
저작권 ⓒ 천지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