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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국방장관 검증에 등장한 ‘방위병’ 비하, 언론과 정치권의 언어 감수성 몰상식이 참담하다

[사설]국방장관 검증에 등장한 ‘방위병’ 비하, 언론과 정치권의 언어 감수성 몰상식이 참담하다

정범규 기자

안규백 국방부 장관의 과거 군 복무 및 병적 기록을 둘러싼 논란과 검증 공방이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공직 후보자나 현직 장관의 병역 이행 과정에 의혹이 있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명명백백히 검증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자 권리다. 그러나 이 검증 과정에서 언론과 정치인, 시사 앵커, 심지어 군 장성 출신 의원들까지 일제히 사용하는 ‘방위병’이라는 단어의 오남용을 보면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공적인 담론장에서 번연히 쓰이는 이 단어 속에는 과거 병역제도에 대한 무지뿐만 아니라, 특정 복무 형태를 은연중에 비하하고 격하하려는 멸칭적 의도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우선 명칭의 법적·역사적 사실관계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1980년대 초반 당시의 공식 법정 명칭은 ‘방위병’이 아닌 ‘단기사병’이었다. 1980년대 초반 국방부와 관계 당국은 ‘방위’라는 편견 섞인 용어가 사회적 비하나 희화화의 대상이 되고, 국가를 위해 바친 청춘의 노고를 왜곡한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법정 용어를 ‘단기사병’으로 정식 개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공중파 방송의 앵커와 시사 평론가, 국회의원들이 서슴없이 ‘방위병’이라는 사적인 비하용 멸칭을 쏟아내는 행태는 언론과 정치권의 언어 감수성이 얼마나 낙후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증이다.

이들이 ‘단기사병’이라는 정식 명칭 대신 굳이 ‘방위병’이라는 단어를 고집하는 심리 뒤에는 명확한 ‘격하와 낙인’의 의도가 깔려 있다. 현역병에 비해 복무 기간이 짧거나 출퇴근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군 복무 가치를 은연중에 깎아내리고 ‘부실한 군 복무’라는 프레임을 씌우기 위해 의도적으로 비하적 어감의 단어를 선택하는 것이다. 그러나 제도적 필요에 따라 국가의 명령을 받고 주어진 여건에서 국방의 의무를 다한 이들에게 ‘방위병’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희화화하는 것은, 당시 보충역으로 복무했던 수백만 국민의 땀방울과 헌신을 모독하는 일이다.

특히 누구보다 군 내부 사정과 병역 관련 제도의 역사, 그리고 군 장병의 명예를 존중해야 할 군 장성 출신 정치인들마저 정치적 공격을 위해 이러한 비하적 용어를 앞장서 사용하는 모습은 참담함을 더한다. 군의 최고 지휘관을 지냈던 자들이 자국 국민의 정당한 병역 이행 형태를 앞장서 격하하고 눈앞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멸칭을 일삼는다면, 그것이야말로 군의 명예와 사기를 스스로 짓밟는 자해 행위다.

안규백 장관의 병역 관련 의혹에 대한 검증은 객관적 사실과 법적 기록에 기반해 엄정하게 이루어지면 될 일이다. 정당한 검증의 장에 특정 복무 형태를 비하하는 혐오성 어휘를 섞어 쓰는 것은 검증의 본질을 훼손하고 신뢰를 떨어뜨릴 뿐이다.

언론과 정치권, 그리고 방송 관계자들은 자신들이 무심코 던진 ‘방위병’이라는 단어가 국가 의무를 다한 국민들에게 얼마나 깊은 상처와 왜곡을 남기는지 직시해야 한다. 정식 명칭인 ‘단기사병’으로 바로잡아 부르는 것은 언론의 최소한의 품격이자 정치인의 의무다. 언론과 정치권은 당장 이 유치하고 시대착오적인 비하 어휘의 사용을 중단하고, 국민의 명예를 존중하는 성숙한 언어 사용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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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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