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300만원 공연에 왜 ‘700억’을 붙였나…여수섬박람회 비판도 사실대로 하라
[사설] 300만원 공연에 왜 ‘700억’을 붙였나…여수섬박람회 비판도 사실대로 하라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가 이제 막 막을 올렸다.
‘섬, 바다와 미래를 잇다’를 주제로 지난 9월 5일 개막한 이번 박람회는 오는 11월 4일까지 61일간 열린다. 여수 돌산 진모지구를 중심으로 개도와 금오도, 여수세계박람회장까지 이어지는 행사다. 주행사장에서는 전시관과 각종 공연이 운영되고 부행사장에서는 섬의 자연과 문화를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 등이 이어진다.

그런데 개막한 지 불과 열흘 남짓 지난 박람회가 지금 온라인에서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발단은 지난 15일 열린 ‘거문도뱃노래’ 공연 영상이었다.
전남 무형유산 제1호인 거문도뱃노래를 재현하는 과정에서 1t 화물차에 천을 두르고 돛을 달아 배처럼 꾸몄다. 공연자들은 차량 적재함에 올라 노를 젓는 모습을 연출했다.
누군가 현장에서 바라본 이 장면을 촬영해 SNS에 올렸고 영상은 빠르게 온라인으로 확산됐다.
일반 시민이 그 영상을 보고 “국제행사 공연치고는 허술하다”, “트럭을 조금 더 제대로 가릴 수 없었느냐”고 말할 수 있다. 시민의 눈에는 그렇게 보일 수 있고, 그것 역시 자유로운 평가다.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일부 언론이 이 영상을 받아 기사화하면서 ‘700억’이라는 숫자를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다.
실제로 일부 기사에서는 ‘700억 쏟은 여수섬박람회 부실 공연’, ‘700억 예산 어디로’라는 식의 제목과 표현이 등장했다. 박람회 전체 사업비와 트럭을 이용한 거문도뱃노래 영상이 한 화면과 한 기사 안에서 강하게 결합됐다.
제목과 영상만 보는 시민이라면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700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박람회를 열었는데 그 결과물이 화물차에 천을 두른 저 공연이라는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실관계를 조금만 더 확인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논란이 된 거문도뱃노래는 수백억원을 들여 별도로 제작한 박람회 대표 공연이 아니다.
박람회 조직위원회는 지난 3월 전국 광역·기초자치단체 예술단과 지역 대표 공연팀을 대상으로 문화예술단 초청공연 참가팀을 모집했다. 국악·무용·연극·뮤지컬·관현악·대중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40~50분 공연을 대상으로 했으며, 당초 22개 팀을 모집하면서 팀당 300만원 내외의 공연료를 지원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현재 박람회 기간 예정된 문화예술단 초청공연은 20회다.
논란이 된 거문도뱃노래 역시 이 문화예술단 초청공연 가운데 하나다.
그렇다면 언론은 이 사실을 독자에게 충분히 알려야 하지 않았는가.
700억원대는 여수세계섬박람회 전체를 위한 사업비다. 박람회는 두 달 동안 여러 행사장에서 진행되며 전시와 체험, 문화공연과 국제교류 프로그램 등이 이어진다. 행정안전부가 개막 당시 밝힌 내용만 보더라도 열린광장에서 K-pop 콘서트 등을 포함해 133회의 공연이 예정돼 있다.
그 가운데 문화예술단 초청공연 하나를 떼어내 보여주면서 박람회 전체 사업비인 ‘700억’을 제목 전면에 붙이는 것이 과연 전체 맥락을 충실하게 전달하는 보도인가.
천지인뉴스는 거문도뱃노래 공연의 연출이 훌륭했다고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국제행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화물차가 그대로 드러난 연출에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다. 조직위원회 역시 시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에는 귀를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판할 것은 비판해야 한다.
그러나 연출이 허술했다면 연출을 비판하면 된다.
팀당 300만원 내외의 공연료가 책정된 문화예술단 초청공연 하나를 보여주면서 700억원대 전체 사업비를 앞세워 마치 박람회 예산 전체의 결과물을 보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700억원대 사업비가 제대로 사용됐는지 검증하는 것도 언론의 몫이다.
전시관은 제대로 만들어졌는지, 프로그램은 사업비에 걸맞은지, 관람객에게 제공되는 서비스는 충분한지, 불필요하게 사용된 예산은 없는지 끝까지 따져야 한다. 문제가 발견되면 어느 언론보다 강하게 비판해야 한다.
하지만 그 검증은 700억원 전체를 들여다보고 해야 한다.
SNS에서 화제가 된 영상 하나가 61일간 진행되는 박람회 전체를 대신할 수는 없다.
더욱이 박람회는 이제 시작됐다. 9월 5일 문을 열어 11월 4일까지 이어지는 행사다. 개막 초기에 문제가 드러났다면 개선을 요구하고 이후 실제로 개선됐는지 지켜보는 것 역시 언론의 역할이다.
언론의 제목에는 힘이 있다.
‘300만원 내외의 초청공연’이라는 사실보다 ‘700억 박람회’라는 숫자가 앞에 서는 순간 독자의 머릿속에는 전혀 다른 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
사실 하나하나는 틀리지 않더라도 어떤 사실을 앞에 놓고 어떤 사실을 뒤로 숨기느냐에 따라 독자가 받아들이는 의미는 달라진다.
그래서 언론에는 사실만큼 맥락이 중요하다.
시민이 올린 영상은 시민의 시선이다.
그러나 언론은 시민이 올린 영상을 그대로 받아 확대하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그 영상이 어떤 행사인지, 전체 박람회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 프로그램인지, 얼마의 예산이 책정된 행사인지 확인하고 독자에게 함께 알려야 한다.
그것이 취재이고 언론의 역할이다.
여수세계섬박람회가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아직 아무도 단정할 수 없다.
잘못된 것이 있다면 비판받아야 하고, 국민 세금이 낭비됐다면 끝까지 추적해야 한다.
그러나 비판에도 사실의 크기와 맥락은 지켜져야 한다.
300만원 내외의 초청공연 하나를 비추면서 그 뒤에 700억원이라는 거대한 숫자를 세우는 방식으로 박람회 전체를 평가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700억원을 비판하려면 700억원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를 취재하라.
공연 하나를 비판하려면 그 공연의 준비와 예산, 연출을 취재하라.
그것이 시민에게 판단할 수 있는 사실을 제공하는 언론의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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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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