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뱀꿈에 갇힌 부부]제16화. 위로라는 이름으로 가까워진 거리
[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뱀꿈에 갇힌 부부]제16화. 위로라는 이름으로 가까워진 거리

음 몇 번의 술자리는 평범했다.
회사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맥주나 소주를 한두 잔 마시는 정도였다.
둘만 있을 때도 있었고 다른 직원들과 함께한 날도 있었다.
정환은 집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았다.
하지만 술이 들어가면 가끔 속마음이 나왔다.
“나도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
지영은 잔을 내려놓았다.
“사모님이 계속 그래요?”
정환은 대답 대신 술을 마셨다.
“병원에서도 원인을 모른대요?”
“스트레스 때문일 수 있다는데…… 모르겠어.”
“선배도 병나겠어요.”
그 말에 정환이 씁쓸하게 웃었다.
“이미 반쯤 병난 것 같다.”
지영은 그때부터 정환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 달라졌다.
전에는 회사 후배로서 챙겼다면 이제는 개인적인 영역까지 들어오기 시작했다.
늦은 밤 메시지를 보냈다.
집에 잘 들어갔느냐고.
술을 너무 많이 마시지 말라고.
아침이면 숙취는 괜찮으냐고 물었다.
정환도 답장을 했다.
처음에는 짧았다.
그러다 조금씩 길어졌다.
회사에서 얼굴을 보고도 밤에 다시 연락하는 사이가 되었다.
어느 날은 지영이 물었다.
“선배, 나랑 있는 게 불편해요?”
“갑자기 그건 왜?”
“사모님한테 미안해서.”
정환의 손이 멈췄다.
“우리 뭐 하는 것도 없잖아.”
“그렇죠.”
지영은 웃었다.
“아무것도 안 하죠.”
그 말이 묘하게 남았다.
정환도 두 사람이 예전과 달라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선을 넘지는 않았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손을 잡은 것도 아니고.
입을 맞춘 것도 아니고.
잠자리를 한 것도 아니다.
그저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는 회사 선후배일 뿐이다.
사람은 때로 자신이 듣고 싶은 쪽으로 상황을 설명한다.
지영은 서두르지 않았다.
정환이 먼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던 어느 날 둘이 늦게까지 야근하게 됐다.
사무실에는 사람도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지영이 정환의 책상 위에 서류를 내려놓았다.
“선배.”
“응?”
“오늘도 집에 늦게 갈 거예요?”
“일 끝나면 가야지.”
“가기 싫으면서.”
정환이 지영을 바라봤다.
“네가 뭘 알아.”
“몰라요.”
지영이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그런데 선배 요즘 회사에 있는 게 더 편해 보이니까.”
정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날 둘은 일을 마친 뒤 다시 술을 마셨다.
평소보다 늦은 시간이었다.
지영도 술을 제법 마셨다.
“선배.”
“왜?”
“나 옛날에 선배 좋아했던 거 알아요?”
정환이 웃었다.
“취했냐?”
“진짜인데.”
“그만 마셔.”
“선배 결혼한다고 했을 때 나 진짜 속상했어요.”
정환의 표정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지영은 그 이상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할 말은 다 한 셈이었다.
정환은 그날 집으로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도 그 말을 생각했다고 한다.
자신을 만지는 것조차 견디지 못하는 아내.
그리고 오래전부터 자신을 좋아했다는 여자.
비교해서는 안 되는 두 사람이었다.
그런데 마음이 약해진 정환에게는 그 경계가 흐려지고 있었다.
며칠 뒤 지영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선배, 지난번에 한 말 때문에 불편해요?’
정환은 한참 휴대전화를 들여다봤다.
그러다 답장을 보냈다.
‘아니.’
짧은 두 글자였다.
하지만 그 답장 이후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다음 회에 계속)
글쓴이 | 천신장군암 계룡산 벼락신장법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은 실제 점사와 무속 현장에서 겪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소설 형식으로 재구성한 연재물입니다.
※ 본 연재물의 무단 전재·복사·배포를 금합니다.
© 천지인뉴스.com. All rights reserved.
진실과 공정한 천지인뉴스, 정확한 팩트
정범규 기자
뉴스 제보 : chonjiinnews@gmail.com
저작권자 © 천지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글은 자료 정리 과정에서 AI 기술이 참고 수준으로 활용됐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