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평 천지인 영감/연재 소설

[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뱀꿈에 갇힌 부부]제23화. 두 번째 점사, 서로 다른 두 집안의 뿌리

[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뱀꿈에 갇힌 부부]

제23화. 두 번째 점사, 서로 다른 두 집안의 뿌리

유진은 다음 날 천신장군암으로 전화를 걸어왔다.

“법사님.”

“예, 보살님.”

“집안 이야기 조금 더 알아봤습니다.”

목소리는 처음 상담을 받으러 왔을 때보다 한결 차분했다.

“뭐가 더 나왔습니까?”

유진은 정환이 아버지에게 확인한 이야기를 차례대로 들려주었다.

할아버지가 몇 년 정도가 아니라 오랫동안 뱀을 잡았다는 것.

잡은 뱀을 돈을 받고 넘겼다는 것.

뱀뿐 아니라 산짐승이나 들짐승도 잡았다는 것.

살아 있는 뱀을 자루에 넣어 집 가까이 가져오기도 했고, 그럴 때마다 할머니가 몹시 싫어했다는 이야기까지.

이미 확인했던 집안 내력보다 한발 더 들어간 내용이었다.

“꿈은 계속 적고 있습니까?”

“네.”

“어떻습니까?”

“매일 뱀이 나오는 건 아니에요.”

“그렇지요.”

“그런데 적어놓은 걸 다시 보니까 이상한 게 하나 있어요.”

“뭡니까?”

“제가 뱀보다 뱀을 잡는 사람들을 더 무서워하는 것 같아요.”

나는 그 말에서 잠시 생각했다.

“흰옷 입은 사람들도 나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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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 나왔어요.”

“뭐라고 합니까?”

“말은 안 해요.”

“그러면 뭘 합니까?”

“저를 막아요.”

“어디를 못 가게 막는다는 겁니까?”

“뱀 잡는 사람들 쪽으로요.”

나는 더 묻지 않았다.

전화로 들은 이야기만 가지고 결론을 내릴 일은 아니었다.

“보살님.”

“네.”

“한번 더 내려오십시오.”

전화기 너머가 잠시 조용했다.

“천신장군암으로요?”

“예. 이번에는 적어놓은 것도 가지고 오세요.”

“남편은요?”

“서방님이 오고 싶다면 같이 와도 됩니다.”

유진이 잠깐 망설였다.

“아직 자기가 직접 가는 건 좀 그렇대요.”

“그러면 억지로 데려오지 마세요.”

“저 혼자 갈게요.”

“좋습니다.”

날짜를 정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번에는 처음과 달랐다.

유진의 꿈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정환의 집안에서 실제로 확인된 이야기가 있었고, 며칠 동안 적어놓은 꿈과 몸의 변화도 있었다.

다시 점사를 볼 필요가 있었다.

며칠 뒤 점심때가 조금 지난 시각이었다.

마당으로 차 한 대가 천천히 들어왔다.

차 문이 열리고 유진이 혼자 내렸다.

한 손에는 지난 며칠 동안 꿈과 몸의 변화를 적어놓은 종이가 들려 있었다.

처음 천신장군암을 찾았을 때와는 표정부터 달랐다.

그날의 유진은 마당에 들어서면서도 주변을 몇 번이나 살폈다. 무속인을 찾아왔다는 사실 자체가 두렵고 낯선 사람의 얼굴이었다.

이번에는 아니었다.

걱정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무엇을 확인하러 왔는지는 알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네, 법사님.”

유진이 손에 든 종이를 들어 보였다.

“말씀하신 대로 적어왔어요.”

“들어갑시다.”

우리는 마당을 지나 신명을 모신 안쪽 방으로 들어갔다.

유진은 신명 앞에 예를 올리고 지난번 앉았던 자리에 자리했다.

나는 곧바로 점사를 시작하지 않았다.

“집안 이야기는 전화로 들었으니, 적어온 것부터 한번 봅시다.”

유진이 종이를 내게 건넸다.

며칠 동안의 기록이 날짜별로 적혀 있었다.

어떤 날에는 아무 꿈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적혀 있었다.

또 어떤 날에는 뱀이 나왔지만 예전처럼 선명하지 않았다고 했다.

반면 몇몇 날의 기록은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나는 한 대목에서 손을 멈췄다.

“이날은 새벽 두 시가 넘어서 깼네요.”

“네. 남편이 시간을 확인해줬어요.”

“뱀은요?”

“많았어요.”

나는 그 아래 적힌 내용을 다시 읽었다.

“그런데 여기에는 무섭다기보다 불쌍했다고 적었네요.”

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게 이상했어요.”

“어떻게 불쌍했습니까?”

유진은 기억을 더듬었다.

“뱀들이 도망가려고 하는데 사람들이 계속 잡았어요.”

“보살님은 뭘 했고요?”

“그냥 보고 있었어요.”

“흰옷 입은 사람들은요?”

“멀리 있었고요.”

나는 다음 기록을 살폈다.

이번에는 흰옷을 입은 사람들이 유진 가까이에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유진이 뱀을 잡는 사람들 쪽으로 가지 못하도록 앞을 막고 있었다.

“처음에는 이 사람들이 무서웠습니까?”

“네.”

“지금도 그렇습니까?”

유진은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게 지금은 덜 무서워요.”

“왜요?”

“저한테 해를 끼치려고 나오는 것 같지는 않아서요.”

나는 종이를 내려놓았다.

처음 유진이 찾아왔을 때부터 친정 쪽에서는 불사줄이 비교적 선명하게 잡혔다.

외할머니가 절을 가까이하며 오랫동안 불공을 드렸다는 이야기도 확인했다.

반면 남편 정환의 윗대에서는 전혀 다른 흔적이 걸렸다.

짐승의 피와 살생.

그리고 실제 집안 내력에서 확인된 오랜 뱀잡이.

하지만 이것만으로 두 집안 조상이 서로 맞지 않는다거나, 한쪽이 다른 쪽을 해친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무속 상담을 하다 보면 사람이 가장 쉽게 빠지는 함정이 있다.

집안에 무슨 일이 생기기만 하면 조상 탓부터 하는 것이다.

“보살님.”

“네.”

“내가 처음부터 계속 말씀드린 게 있지요.”

“무조건 조상 탓으로 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맞습니다.”

나는 유진과 정환의 생년월일이 적힌 종이를 다시 나란히 놓았다.

“오늘도 마찬가지입니다.”

유진은 말없이 기다렸다.

나는 향을 피웠다.

연기가 신명 앞에서 가늘게 피어올랐다.

대신방울을 손에 들었다.

짤랑.

한 번.

다시 방울을 흔들었다.

짤랑.

나는 눈을 감았다.

처음 점사를 볼 때와는 조건이 달랐다.

그때는 유진에게서 들은 꿈과 증상, 점상에서 잡히는 것을 가지고 살펴봤다면 이제는 현실에서 확인된 집안 내력이 있었다.

나는 신령님께 다시 여쭈었다.

정환의 윗대에 남은 오래된 살생의 흔적이 지금 이 부부에게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인지.

유진의 친정 쪽에서 잡히는 불사줄은 무엇을 뜻하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살아 있는 두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한동안 방울을 흔들었다.

유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느 순간 두 갈래가 분명하게 나뉘어 들어왔다.

한쪽에서는 산짐승과 피가 먼저 잡혔다.

다른 한쪽에서는 불사를 가까이했던 흔적이 따라왔다.

나는 방울을 멈췄다.

“보살님.”

“네.”

“친정 외할머니가 절에 오래 다니셨다고 했지요?”

“네.”

“외할머니 말고도 그런 분이 있었습니까?”

유진은 기억을 더듬었다.

“외할머니 쪽 어른들 중에 절에 다니신 분들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들었어요. 그런데 자세히는 몰라요.”

“그 이상은 억지로 알아내지 않아도 됩니다.”

나는 신명 앞을 바라봤다.

“두 집안이 살아온 흔적이 많이 다릅니다.”

유진의 표정에 긴장이 돌았다.

“그럼 정말 조상들끼리 안 맞는 겁니까?”

“그렇게 말하면 안 됩니다.”

나는 바로 선을 그었다.

“보살님 친정 조상은 착하고 서방님 집안 조상은 나쁘다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그럼요?”

“살아온 방식과 남아 있는 흔적이 다르다는 겁니다.”

나는 정환의 사주가 적힌 종이를 가리켰다.

“이쪽에는 살생의 흔적이 짙습니다.”

이번에는 유진의 사주 쪽으로 손을 옮겼다.

“보살님 쪽에는 그것을 몹시 꺼리는 불사줄이 잡히고요.”

유진은 말없이 내 손끝을 바라봤다.

“그런데 두 집안의 후손이 만나 부부가 됐습니다.”

“저하고 남편이요.”

“그렇지요.”

유진의 얼굴이 조금 굳었다.

나는 일부러 말을 서두르지 않았다.

이런 이야기를 잘못 받아들이면 유진은 자신과 정환이 애초부터 만나서는 안 될 사람들이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그건 내가 하려는 말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두 사람이 잘못 만났다는 뜻도 아닙니다.”

유진이 나를 바라봤다.

“그러면 제가 남편한테 그렇게 된 것도 이것 때문입니까?”

“그것도 아직 그렇게 단정하면 안 됩니다.”

나는 유진이 가져온 종이를 손끝으로 두드렸다.

“그래서 이것을 적어보라고 한 겁니다.”

꿈에서 무엇이 반복되는지.

몸의 거부가 언제 심해지는지.

남편과의 관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있는지.

하나씩 따로 봐야 했다.

유진이 잠시 종이를 바라보다 말했다.

“그래도 전보다 조금 나아진 것 같아요.”

“어떤 게요?”

“남편하고요.”

유진은 지난 며칠 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자신이 악몽을 꾸고 깨면 정환이 시간을 확인해준 것.

꿈 내용을 함께 적어준 것.

아버지에게 직접 전화해 집안의 오래된 이야기를 알아봐 준 것.

그리고 자신이 먼저 손을 올렸을 때 정환이 서두르지 않고 그대로 기다려준 것.

나는 그 말을 듣고 물었다.

“그때는 어떻던가요?”

“처음에는 몸에 힘이 들어갔어요.”

“그래도 손을 뗐습니까?”

“아니요.”

“냄새는요?”

유진이 씁쓸하게 웃었다.

“아직 조금 났어요.”

“그런데도 손은 안 뗐고요?”

“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유진의 몸에서 나타나는 거부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전과 다른 것이 있었다.

예전에는 남편이 가까이 오는 것 자체가 두려웠다.

이제는 유진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정환 역시 그 손을 잡아끌거나 아내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기다렸다.

“그게 중요합니다.”

“뭐가요?”

“두 분이 다시 서로에게 다가가려고 한다는 겁니다.”

유진의 눈가가 조금 붉어졌다.

“저 남편 아직 사랑해요.”

“그러니까 여기까지 온 것 아닙니까.”

유진이 입술을 깨물었다.

“제가 너무 오래 밀어냈어요.”

“보살님이 겪은 일과 서방님이 겪은 일은 나중에 두 분이 서로 이야기하면서 풀어야 합니다.”

나는 거기서 말을 멈췄다.

정환과 유진 사이에는 아직 풀리지 않은 것이 하나 더 있었다.

유진은 남편 곁에 다른 여자가 있다는 점사를 이미 들었다.

그러나 정환과 지영 사이에 실제로 어디까지 일이 벌어졌는지는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문제는 지금까지 살펴본 집안의 살생 내력이나 불사줄과는 전혀 다른 문제였다.

조상의 문제와 산 사람의 선택을 한데 섞어서는 안 됐다.

나는 유진을 바라봤다.

이제부터는 그 이야기를 따로 짚어야 했다.

(다음 회에 계속)

글쓴이 | 천신장군암 계룡산 벼락신장법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은 실제 점사와 무속 현장에서 겪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소설 형식으로 재구성한 연재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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