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뱀꿈에 갇힌 부부]제10화. 병원에서도 찾지 못한 이유
[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뱀꿈에 갇힌 부부]제10화. 병원에서도 찾지 못한 이유

처음에는 부부 모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유진은 자신이 지쳐 있다고 생각했다.
정환 역시 아내가 회사 일이나 집안 문제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이라 여겼다.
그래서 억지로 가까이하지 않았다.
유진이 좋아하던 것을 사 오고, 몸이 피곤해 보이면 일찍 쉬라고 했다.
잠자리가 부담스럽다면 당분간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잠자리만이 아니었다.
뱀꿈은 계속됐다.
잠든 지 얼마 되지 않아 소리를 지르며 깨는 날이 생겼다.
어떤 날은 눈을 떴는데도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가위에 눌린 거지요?”
“네.”
“얼마나 자주 그랬습니까?”
“나중에는 일주일에도 몇 번씩 그랬어요.”
처음에는 유진 혼자 참았다.
그러다 밤마다 비명을 지르는 일이 반복되자 정환도 심각성을 느꼈다.
“병원 한번 가보자.”
유진도 거절하지 않았다.
혹시 자신에게 정말 문제가 생긴 것이라면 치료를 받고 싶었다.
두 사람은 병원을 찾았다.
유진은 그곳에서 자신이 겪은 일을 설명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것.
악몽이 반복되는 것.
가위에 자주 눌리는 것.
남편이 가까이 오면 이유 없이 공포가 생기고 속이 메스꺼워지는 것.
상담을 받고 약도 처방받았다.
유진은 말했다.
“저는 그때 정말 약만 먹으면 나을 줄 알았어요.”
“효과는 있었습니까?”
“처음에는 잠은 조금 잘 잤어요.”
하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잠드는 시간은 빨라졌지만 악몽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어떤 날은 꿈에서 깨어나고 싶은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아 더 힘들었다고 했다.
유진에게 가장 두려운 밤이 있었다.
약을 먹고 깊이 잠든 날이었다.
또 뱀꿈을 꾸었다.
이번에는 뱀만 나온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뱀을 잡아 죽이는 모습이 아주 가까이 보였다.
피가 땅에 떨어지고 흙과 섞였다.
유진은 도망가려고 했지만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흰옷 입은 사람들이 멀리서 무어라고 소리쳤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목소리조차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유진은 꿈속에서 필사적으로 눈을 뜨려고 했다.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현실에서는 정환이 옆방에 있었다.
유진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하자 정환이 뛰어 들어왔다.
“유진아!”
정환은 침대 위에서 몸을 떨고 있는 아내를 깨우려고 했다.
어깨를 잡았다.
그때 유진이 눈을 떴다.
하지만 완전히 깨어난 상태가 아니었다.
꿈속에서 보던 뱀과 현실의 남편 얼굴이 겹쳐진 상태였다.
“오지 마!”
“나야. 정신 차려.”
정환이 다시 유진을 붙잡았다.
유진은 본능적으로 남편의 팔을 물었다.
정환이 비명을 질렀다.
그제야 유진도 정신을 차렸다.
남편의 팔에는 이빨 자국이 남아 있었다.
“피도 조금 났어요.”
유진이 고개를 숙였다.
“그거 보고 제가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정환은 화를 내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아내부터 진정시켰다.
“괜찮아. 괜찮으니까 울지 마.”
그런 남편을 보면서 유진은 더 괴로웠다.
자신을 해치려는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걱정해서 달려온 사람이었다.
그런데 몸은 남편을 공격했다.
“그날 이후에 각방을 쓰기 시작했습니까?”
“네. 제가 먼저 부탁했어요.”
정환은 작은방이나 거실에서 잤다.
유진은 혼자 안방을 사용했다.
그렇게 하면 남편에게 피해는 주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부부 사이의 거리는 더 멀어졌다.
함께 누워 잠들던 시간이 사라졌다.
자기 전 나누던 이야기도 줄었다.
정환은 늦게 귀가하는 날이 많아졌다.
유진은 남편의 귀가 시간이 늦어질수록 다른 여자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했고, 정환은 집에 들어오면 자신을 피하는 아내 때문에 점점 말수가 줄었다.
서로에게 가장 가까웠던 두 사람이 한집에서 눈치를 보는 사이가 되어갔다.
“그 상태가 얼마나 갔습니까?”
“거의 1년이요.”
나는 그 말을 듣고 유진의 얼굴을 다시 보았다.
처음 들어올 때부터 지나치게 야위어 보였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몸무게도 많이 빠졌지요?”
유진이 놀라 나를 쳐다봤다.
“거의 10킬로그램 빠졌어요.”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냄새가 조금만 이상해도 속이 울렁거려서요.”
나는 잠시 말을 멈췄다.
여기까지 들으면 누군가는 유진이 극심한 스트레스로 몸과 마음이 무너졌다고 볼 수도 있다.
실제로 병원에서도 그런 방향으로 접근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점상에서 보고 있던 문제는 그것만으로 설명되지 않았다.
특히 반복되는 뱀꿈과 친정 쪽으로 보이는 흰옷의 사람들, 남편 집안 쪽에서 잡히는 살생의 흔적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나는 유진에게 다시 물었다.
“병원 치료를 받는 동안에도 남편 집안 이야기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까?”
“전혀요.”
“뱀에 관한 이야기를 남편에게 해본 적은요?”
“꿈 이야기는 했어요.”
“남편 반응은?”
“그냥 제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런 것 같다고 했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보통 사람의 반응이다.
누가 꿈 몇 번 꿨다고 곧바로 조상 문제부터 생각하겠는가.
나 역시 꿈 하나만 듣고 그렇게 단정하지 않는다.
그런데 유진에게는 반복되는 징후가 너무 많았다.
나는 종이에 적어놓은 남편의 이름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오늘 집에 돌아가시면 남편분께 꼭 하나를 확인해보십시오.”
“뭘요?”
“할아버지나 그 윗대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나는 유진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특히 뱀이나 동물을 잡는 일을 했던 분이 있었는지 확인하십시오.”
유진은 한동안 대답하지 못했다.
그 질문이 훗날 이 집안에 묻혀 있던 오래된 이야기를 끌어내게 될 줄은, 그때는 유진도 몰랐다.
(다음 회에 계속)
글쓴이 | 천신장군암 계룡산 벼락신장법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은 실제 점사와 무속 현장에서 겪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소설 형식으로 재구성한 연재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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