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뱀꿈에 갇힌 부부]제12화. 남편의 집안에서 나온 오래된 이야기
[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뱀꿈에 갇힌 부부]제12화. 남편의 집안에서 나온 오래된 이야기

유진에게서 전화가 온 것은 천신장군암에 다녀간 뒤 며칠 지나지 않아서였다.
“남편한테 바로 물어봤어요.”
“뭐라고 합니까?”
“처음에는 잘 모르겠다고 했어요.”
정환은 자기 할아버지가 젊었을 때 정확히 무슨 일을 했는지 자세히 알지 못했다고 한다.
유진이 계속 묻자 정환도 이상하게 생각했다.
“갑자기 할아버지 이야기는 왜 물어?”
유진은 처음부터 점사 내용을 전부 말하지 않았다.
그저 법사에게 점을 봤는데 집안 어른들이 어떤 일을 했는지 확인해보라고 했다고만 말했다.
그러자 정환이 자기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과정에서 처음 듣는 이야기가 나왔다.
유진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낮아졌다.
“법사님, 남편 할아버지가 예전에 뱀을 많이 잡았답니다.”
나는 바로 되물었다.
“직업으로 잡았다는 겁니까?”
“그런 것 같아요. 제가 아직 자세한 건 더 물어봐야 하는데요. 남편 어머니 말로는 옛날에 뱀도 잡고 야생동물 같은 것도 많이 잡았다고 했어요.”
유진은 그 말을 처음 들었다고 했다.
결혼하고 몇 년을 살면서도 남편 할아버지의 옛일을 자세히 물어볼 일이 없었으니 이상할 것도 없었다.
나는 전화기 너머로 몇 가지를 더 확인했다.
“할아버지가 살던 지역은요?”
유진이 알고 있는 범위에서 답했다.
“뱀을 잡아서 어떻게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까?”
“그건 아직 정확하게 모르겠어요.”
“그러면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는 거기까지만 합시다.”
점사에서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이 있다.
한 가지가 맞았다고 해서 나머지까지 짐작으로 채우는 것이다.
특히 집안의 오래된 일은 당사자도 정확하게 모르는 경우가 많다.
확인된 것과 아직 모르는 것은 분리해서 봐야 한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유진은 천신장군암에 오기 전까지 남편의 할아버지가 뱀을 많이 잡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런데 그 전부터 꿈에서는 뱀이 반복해서 나왔다.
뱀을 죽이는 사람들까지 나타났다.
그리고 꿈속의 피와 비린내가 남편에게서 느껴지기 시작한 뒤 몸의 거부 반응이 심해졌다.
나는 유진에게 말했다.
“보살님이 말씀해주신 것만 놓고 보면 점사에서 잡힌 내용하고 상당 부분 연결됩니다.”
“그럼 정말 그 할아버지 때문에 이런 건가요?”
“그렇게 한 사람에게 모든 책임을 덮어씌워서는 안 됩니다.”
나는 분명하게 말했다.
“우리가 확인한 것은 남편 집안의 윗대에 실제로 뱀을 많이 잡은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이 지금 보살님이 겪는 일과 무속적으로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더 살펴봐야 합니다.”
“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해요?”
“한 번 더 오십시오.”
전화로 끝낼 일이 아니었다.
친정 쪽 조상줄도 함께 짚어야 했다.
무엇보다 처음 점사에서 잡혔던 두 집안 사이의 거부가 왜 이렇게 강한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며칠 뒤 유진이 다시 천신장군암을 찾았다.
처음 왔을 때보다 얼굴이 더 야위어 있었다.
차에서 내려 마당으로 들어오는데 걸음에도 힘이 없었다.
나는 데크 쪽에서 잠시 유진을 바라보다가 안으로 들였다.
“며칠 사이에 더 안 좋아지셨습니다.”
“잠을 거의 못 잤어요.”
“또 꿈을 꿨습니까?”
“네.”
이번 꿈은 이전과 달랐다.
유진은 자기가 어딘가에 서 있었고 양쪽에 사람들이 나뉘어 있었다고 했다.
한쪽에는 전에 보았던 흰옷의 사람들이 있었다.
다른 쪽에는 어두운 옷을 입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이로 뱀들이 기어 다녔다.
“서로 싸웠습니까?”
“싸운다기보다…… 서로 못 오게 막는 것 같았어요.”
“보살님은 어디에 있었습니까?”
“가운데요.”
그 대답을 듣는 순간 내가 처음부터 보던 형상이 다시 떠올랐다.
두 집안의 줄이 부딪히고 그 사이에 유진이 끼어 있는 모습이었다.
나는 점상에 앉아 다시 신령님께 여쭈었다.
그날 공수에서는 친정 쪽 이야기가 먼저 나왔다.
“이 집은 불사줄이 세다.”
유진이 고개를 들었다.
“불사줄이요?”
“친정 쪽에 불사 정성을 많이 들인 조상이 있다고 했지요?”
“외할머니요.”
“그 윗대도 더 확인해봐야겠습니다.”
신령님께 다시 여쭈었다.
공수는 짧았다.
“피를 싫어한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유진을 바라봤다.
유진도 아무 말이 없었다.
남편 집안의 살생 흔적.
친정 쪽에서 잡히는 불사줄.
그리고 꿈속에서 유진을 막아서며 ‘피를 묻히지 말라’고 하던 흰옷의 사람들.
흩어져 있던 조각이 조금씩 맞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문제가 하나 남아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두 집안 조상이 서로 원수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나는 유진에게 말했다.
“보살님이 생각하는 것처럼 조상들이 서로 칼 들고 싸운다고 단순하게 받아들이지는 마십시오.”
“그럼요?”
“내가 보는 것은 두 집안의 성향이 너무 다르게 잡힌다는 겁니다.”
나는 잠시 말을 골랐다.
“한쪽에서는 살생의 흔적이 강하게 보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그것을 꺼리는 불사 쪽의 기운이 강합니다. 두 집안이 혼인으로 붙으면서 그 충돌이 보살님한테 가장 먼저 드러났다고 보는 겁니다.”
유진은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면 제가 남편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나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그 사람 뒤에 있는 걸 제 몸이 밀어내는 거라고요?”
“점사에서는 그렇게 나옵니다.”
유진이 고개를 숙였다.
눈물이 한 방울 점상 앞에 떨어졌다.
“그럼 고칠 수 있어요?”
나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원인을 찾았다고 해서 해결까지 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이제 어디를 봐야 하는지는 알았다.
“방법을 찾아봅시다.”
내 대답은 그 정도였다.
그날부터 점사의 방향은 남편의 외도보다 두 집안 사이에 얽힌 문제를 푸는 쪽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유진이 아직 말하지 않은 사실 하나가 더 드러났다.
남편 정환의 상태도 이미 달라지고 있었다.
(다음 회에 계속)
글쓴이 | 천신장군암 계룡산 벼락신장법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은 실제 점사와 무속 현장에서 겪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소설 형식으로 재구성한 연재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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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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