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천지인뉴스] 대통령은 민생 예산 설명하는데 국민의힘은 피켓 시위…국회가 보여준 정치의 두 얼굴

[천지인뉴스] 대통령은 민생 예산 설명하는데 국민의힘은 피켓 시위…국회가 보여준 정치의 두 얼굴

이재명 대통령, 821조 원 새해 예산안 시정연설…“모두의 성장” 강조하며 초당적 협력 요청

국민의힘, 로텐더홀 규탄대회 이어 본회의장 고성·집단 퇴장…정치적 항의 넘어 실질적 민생 대안 제시해야

정범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일 국회에서 2027년도 정부 예산안의 방향을 설명하고 여야의 협력을 요청했지만, 국민의힘은 대통령 방문에 맞춰 피켓 시위를 벌이며 정면으로 맞섰다. 새해 국가 재정과 국민 생활을 논의해야 할 국회에서 대통령의 정책 설명과 야당의 정치적 항의가 극명하게 대비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올해보다 12.8% 증가한 820조 9천억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진행했다. 청년과 미래 성장동력, 지방균형발전, 민생 복지에 재정을 집중하고 경제성장의 성과를 국민 모두에게 확산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연설에 앞서 국회 로텐더홀에서 정부의 재정정책과 민주당의 사법부 관련 움직임을 비판하는 규탄대회를 열었다. 본회의장에서도 피켓을 내걸고 대통령의 연설 도중 항의했으며, 연설 종료 직후 조경태 의원을 제외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단 퇴장하면서 여야 갈등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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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오전 9시 30분께부터 국회 본관 로텐더홀 계단에 모여 항의 시위를 진행했다.

현장에는 ‘1400조 나라빚+162조 미래빚더미기금’, ‘사법부 겁박 중단! 재판 독립 수호’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이 등장했다.

국민의힘은 미래대응기금 신설이 국가채무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며 정부의 재정 운용 방식을 비판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조희대 대법원장 관련 국정조사와 탄핵 논의에 대해서도 사법부 독립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시정연설을 앞두고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국민이 듣고 싶은 말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정부의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야당 의원들의 시위 현장을 지나며 인사한 뒤 본회의장으로 이동했다.

연설에서는 경제성장의 기회와 성과가 일부 기업과 계층에 집중되는 구조를 바꾸겠다는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소수의 성장’에서 ‘모두의 성장’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청년과 지방, 미래산업을 중심으로 국가 재정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인공지능과 반도체 등 미래산업에 21조 3천억 원을 투입하고 연구개발 예산을 39조 5천억 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청년 관련 예산은 43조 3천억 원으로 늘리고, 청년 공적임대주택도 10만 6천 호로 확대한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사랑상품권 25조 6천억 원과 온누리상품권 4조 5천억 원을 발행하는 계획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여야의 의견을 경청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법정기한인 12월 2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본회의장의 분위기는 협력보다 대립에 가까웠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좌석에 규탄 피켓을 부착한 채 연설을 들었다. 이 대통령이 재정 운용과 국채 발행 문제를 설명하는 과정에서는 야당 의원석에서 항의성 발언이 나왔다.

일부 의원은 대통령 재판 재개를 요구했고, 이 대통령은 발언을 잠시 중단하며 야당 의원들에게 할 말이 있으면 하라는 취지로 대응했다.

연설이 끝난 뒤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부분 곧바로 본회의장을 떠났다. 조경태 의원만 자리에 남아 이 대통령과 악수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연설 도중 수차례 박수로 호응했고, 종료 후에도 대통령과 인사를 나눴다.

국민의힘이 정부 예산안에 반대하거나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하는 것은 야당의 권한이자 국회의 견제 기능에 해당한다.

그러나 대통령의 시정연설 현장에서 피켓과 고성이 이어지고 연설 직후 집단 퇴장한 방식이 국민에게 어떤 정책적 대안을 전달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특히 국민의힘이 문제 삼은 162조 3천억 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은 전체가 신규 국가채무로 조성되는 구조가 아니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이 가운데 45조 4천억 원은 청년·미래 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분야 사업비로 사용하고, 12조 5천억 원은 신규 국채 발행 축소에 활용한다. 나머지 104조 4천억 원은 여유자금으로 운용할 예정이다.

따라서 기금 전체 규모를 신규 부채 증가액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정부가 제시한 재원 운용 구조와 차이가 있다. 다만 기금의 장기적인 운용 위험과 재정 건전성에 관한 야당의 검증까지 불필요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국민의힘이 국가채무를 우려한다면 정부의 세수 전망과 기금 투자 사업을 검증하고, 불필요한 지출 항목과 구체적인 삭감·조정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실질적인 예산 통제의 출발점이다.

사법부 독립에 관한 문제 제기도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예산안 설명을 듣는 자리에서 재판 관련 구호까지 함께 제기한 것은 예산심의라는 본래 의제를 정치적 충돌 속에 밀어 넣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여당 역시 대통령의 예산안에 박수로 호응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대규모 재정 투자가 실제 청년과 서민, 중소기업, 지방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되는지 엄정하게 심사해야 할 책임이 있다.

국회는 오는 4일부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들어간다.

국가채무 관리와 민생 회복, 성장동력 확보라는 과제 앞에서 여야가 내놓아야 할 답은 더 큰 구호가 아니라 검증 가능한 정책과 예산 대안이다.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은 끝났지만, 821조 원 예산안의 적정성과 국민에게 돌아갈 실질적인 혜택을 따지는 국회의 책임은 이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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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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