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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인뉴스 사설] 전작권 전환 논쟁, 외교 실패 공방보다 먼저 따져야 할 국가주권의 원칙

[천지인뉴스 사설] 전작권 전환 논쟁, 외교 실패 공방보다 먼저 따져야 할 국가주권의 원칙

76년 이어진 전시작전통제권 논쟁…한미동맹의 중요성만큼 대한민국의 군사적 주도권도 물어야 한다

정범규 기자

대한민국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둘러싸고 한미 간 이견이 표면화되자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를 향해 외교안보 실패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일부 보수언론은 동맹의 균열 가능성을 부각하고, 일부 종편 시사프로그램에서도 정부의 외교적 대응을 문제 삼는 논평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논쟁에서 가장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은 따로 있다. 대한민국은 언제까지 자국 군대의 전시 연합작전 지휘를 미국 장성이 맡는 체제에 머물러야 하는가. 그리고 한미동맹을 지키는 일과 대한민국이 자국 방위를 주도하는 일이 반드시 충돌해야 하는가.

전작권 전환은 어느 한 대통령의 정치적 치적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시작된 작전지휘권 이양의 역사, 역대 정부가 추진해 온 전환 협상, 그리고 대한민국이 장기적으로 완성해야 할 자주국방의 과제가 맞닿아 있는 문제다.

76년의 역사, 전작권은 왜 아직도 전환되지 않았나

1950년 7월 14일 이승만 대통령은 한국군 작전지휘권을 유엔군사령관에게 이양했다. 전쟁이라는 국가적 위기 속에서 이루어진 결정이었다.

1954년 작전지휘권은 작전통제권으로 변경됐고, 1978년 한미연합군사령부가 창설되면서 작전통제권은 연합사령관에게 이양됐다.

1994년 12월 1일 대한민국은 평시작전통제권을 환수했다. 그러나 전시작전통제권은 여전히 한미연합사령관이 행사하는 체제로 남아 있다.

전작권 전환은 노무현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합의됐고, 이명박 정부에서 일정이 연기됐으며, 박근혜 정부에서는 특정 날짜가 아닌 조건 충족 여부에 따라 전환하도록 변경됐다.

그 결과 전환을 위한 준비와 검증은 계속됐지만, 실제 전환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다.

이 역사를 돌아보면 분명한 사실이 있다. 전작권 전환은 이재명 정부가 갑자기 들고나온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역대 정부가 한미 양국의 합의를 통해 추진해 온 국가적 과제다.

미국의 새로운 기준 요구, 합의는 어디까지 유효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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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과 달라진 전장 환경을 이유로 전작권 전환에 새로운 평가 기준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되고 전쟁의 양상이 변화하고 있다는 지적은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한국군이 전시 연합작전을 주도할 능력을 충분히 갖추었는지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타당한 안보적 문제 제기다.

그러나 새로운 위협이 등장할 때마다 전환 기준이 변경된다면 어떻게 되는가.

전작권 전환은 언제나 다음 단계로 미뤄지는 과제가 될 수 있다. 안보 환경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도, 주변국의 전략도, 첨단무기의 수준도 계속 변한다.

그때마다 새로운 조건을 추가한다면 대한민국은 과연 언제 전환을 완료할 수 있는가.

국방부가 기존 합의의 일관성을 강조하는 이유를 단순히 미국에 대한 반발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한미 양국은 이미 조건에 기초한 전환에 합의했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기준의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기존 조건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 투명하게 검증하는 일이다.

국민의힘은 외교 실패를 말하기 전에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국민의힘 김태규 원내수석대변인은 10월 16일 논평에서 정부와 민주당의 대응을 외교안보 사고로 규정하고,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 내 치적을 위해 전작권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희용 사무총장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러시아 파병 경험 등을 거론하며 신중한 접근을 촉구했다.

안보 위험을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은 존중받아야 한다. 전작권 전환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중론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구체적인 대안이 뒤따라야 한다.

한국군에 어떤 능력이 부족한가. 그 부족한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예산과 기술, 시간이 필요한가. 기존 한미 합의의 어느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는가.

국민의힘은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전작권 전환을 추진할 때마다 정부의 정치적 의도를 문제 삼으면서 정작 전환을 가능하게 할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신중론은 사실상 무기한 연기론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국가안보는 정치적 공격을 위한 구호가 아니다. 전환을 추진하는 정부에는 군사적 준비를 입증할 책임이 있고, 전환을 비판하는 야당에는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할 책임이 있다.

일부 언론은 외교 갈등을 부각하기 전에 주권의 문제를 물었는가

일부 보수언론은 이번 논쟁에서 한미 간 공개적인 이견과 동맹 균열 가능성을 주요하게 다뤘다.

일부 종편 시사프로그램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적 대응을 비판하는 논평이 제기됐다.

물론 정부의 외교적 표현과 협상 방식은 검증 대상이다. 국방부 대변인의 발언이 적절했는지, 미국 측과의 이견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따지는 것도 언론의 역할이다.

하지만 거기서 보도가 멈춰서는 안 된다.

미국 측의 새로운 기준 요구가 기존 한미 합의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한국군의 전환 준비는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전환이 반복적으로 지연되는 구조적 원인은 무엇인지도 함께 설명해야 한다.

미국의 우려는 안보적 판단으로 받아들이면서 한국 정부의 이의 제기는 외교적 무례로만 규정한다면, 그 보도는 같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지 질문받을 수밖에 없다.

언론의 책무는 어느 나라 정부의 입장을 대신 전달하는 데 있지 않다.

대한민국 국민이 사실에 근거해 판단할 수 있도록 권력과 정책을 검증하는 데 있다.

일제강점기의 교훈, 주권은 누구의 것인가

우리 민족은 일제강점기를 통해 국가주권을 상실했을 때 국민의 자유와 존엄이 어떻게 침해되는지 경험했다.

그 역사는 결코 가볍게 소환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오늘날의 한미동맹은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배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대한민국은 독립된 주권국가이며, 한미동맹은 양국이 체결한 조약과 합의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나 역사가 남긴 교훈까지 잊어서는 안 된다.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는 문제에서 외국의 판단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태도가 과연 바람직한가. 동맹국의 입장과 대한민국의 국익이 충돌할 때 우리 정치권은 누구의 이익을 먼저 검토해야 하는가.

국가주권은 외국을 적대시하자는 구호가 아니다.

국민이 선출한 정부가 국가의 운명을 책임지고, 그 책임에 필요한 권한과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전작권 전환을 둘러싼 논쟁 역시 이 원칙에서 출발해야 한다.

트럼프 시대의 한미관계, 동맹과 국익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에서 대한민국은 안보뿐 아니라 관세, 투자, 방위비, 군사협력 등 다양한 분야의 협상에 직면해 있다.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는 것은 미국 정부의 정책적 선택이다. 대한민국 정부 역시 자국 국민의 안전과 경제적 이익을 우선해 협상할 책임이 있다.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 언제나 동맹을 강화하는 길인 것도 아니며, 미국의 요구에 이견을 제기하는 것이 곧 반미인 것도 아니다.

동맹은 상호 존중과 공동의 이익을 바탕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전작권 전환도 마찬가지다.

한국군이 연합방위를 주도하는 체제로 바뀐다고 해서 주한미군이 자동으로 철수하거나 한미동맹이 해체되는 것은 아니다. 한미가 합의해 온 전환 구상은 한국군 장성이 미래연합사령관을 맡고 미군 장성이 부사령관을 맡는 연합방위체계다.

그렇다면 논쟁의 중심에는 동맹을 포기할 것인가가 아니라, 동맹 안에서 대한민국이 어느 정도의 책임과 지휘능력을 갖추어야 하는가가 놓여야 한다.

정범규 기자의 시선 | 전작권 전환은 구호가 아니라 국가의 책임이다

전작권 전환을 서둘러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는 검증할 가치가 있는 안보적 우려가 담겨 있다.

그러나 그 우려가 전환을 끝없이 미루는 명분이 되어서는 안 된다.

반대로 자주국방을 강조하는 정부도 정치적 선언만으로 군사적 능력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전작권 전환의 핵심은 미국과 결별하는 데 있지 않다. 대한민국이 자국 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군사적 역량을 갖추고, 그에 따른 책임을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데 있다.

국민의힘에는 묻고 싶다.

전작권 전환이 위험하다면 무엇이 부족하며, 언제 어떤 조건에서 가능하다는 것인가.

정부에도 묻고 싶다.

한국군의 준비 수준을 국민에게 얼마나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언론에도 묻고 싶다.

미국의 우려와 한국의 문제 제기를 같은 기준으로 검증하고 있는가.

국가주권을 지키는 일은 상대국의 모든 요구를 거부하는 것도, 상대국의 모든 판단에 따르는 것도 아니다.

대한민국의 국익을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그 판단을 실행할 능력과 책임을 갖추는 것이다.

전작권 전환을 둘러싼 논쟁이 외교 실패라는 정치적 공방에만 갇혀서는 안 되는 이유다.

대한민국의 안보를 누가, 어떤 권한과 책임으로 지휘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어느 정당의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국민의 안전, 헌법적 주권, 그리고 검증 가능한 군사적 능력에서 찾아야 한다.

국가주권의 문제를 외교적 충성 경쟁으로 바꾸지 말아야 한다. 전작권 전환 논쟁의 중심에는 언제나 대한민국 국민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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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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