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인뉴스] 윤석열 ‘한동훈 수사 방해’ 고발 5년 만에 각하…법원은 부당한 지시 인정했는데 공수처는 “증거 부족”
[천지인뉴스] 윤석열 ‘한동훈 수사 방해’ 고발 5년 만에 각하…법원은 부당한 지시 인정했는데 공수처는 “증거 부족”
정범규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한동훈 당시 검사장에 대한 수사와 감찰을 방해했다는 혐의로 고발된 사건이 약 5년 만에 각하 처분된 사실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됐다. 과거 법원이 윤 전 대통령의 감찰 중단 지시와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부당한 조치로 판단했던 만큼, 공수처가 어떤 근거로 형사수사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는지를 둘러싸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2021년 10월 더불어민주당이 윤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올해 7월 10일 각하했다.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2020년 이른바 채널A 사건과 관련해 한동훈 당시 검사장에 대한 감찰과 수사를 방해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지 약 5년 만의 처분이다.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공수처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법원의 기존 판단과 공수처의 각하 결정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오동운 공수처장은 행정재판에서의 징계 사유 판단과 형사범죄 성립 여부는 다른 문제라며 범죄 혐의를 검토했지만 성립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사건의 출발점은 2020년 검찰 내부에서 불거진 채널A 기자와 한동훈 당시 검사장의 유착 의혹이었다.
당시 대검찰청 감찰부는 관련 의혹에 대한 감찰을 추진했으나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감찰 중단을 지시하면서 논란이 발생했다.
이후 서울중앙지검이 관련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는 대검찰청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문제가 불거졌다.
전문수사자문단은 수사 과정의 전문적 판단이나 이견 조정을 위해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구하는 제도다.
그러나 당시 자문단 소집이 실제 필요한 절차였는지, 검찰총장의 지시가 수사팀의 독립적인 판단을 방해한 것은 아닌지를 두고 논쟁이 이어졌다.
법무부는 2020년 12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 대해 정직 2개월의 징계를 의결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2021년 10월 서울행정법원 1심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의 채널A 사건 감찰 방해와 수사 방해 관련 징계 사유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감찰 중단 지시가 직무 범위를 벗어난 부당한 지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고,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역시 요건과 경위 등을 고려할 때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부당한 조치라고 봤다.
특히 감찰과 수사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에게 검찰총장의 직무권한을 이용해 부당한 지시를 내렸다는 취지의 판단이 제시됐다.
다만 해당 행정소송은 이후 항소심에서 결과가 뒤집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징계 심의와 의결 과정의 절차적 위법을 이유로 징계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1심에서 관련 징계 사유가 인정됐다는 사실과 최종적으로 징계처분이 취소됐다는 사실은 함께 살펴봐야 한다.
이러한 재판 경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2021년 10월 18일 윤 전 대통령의 행위가 직권남용 등 범죄에 해당한다며 공수처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고발 당시 민주당은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대검 감찰부와 서울중앙지검의 정당한 직무 수행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판사 관련 개인정보가 담긴 문건의 작성·배포 문제도 고발 내용에 포함됐다.
그러나 공수처는 고발 접수 약 5년이 지난 올해 7월 사건을 각하했다.
공수처는 윤 전 대통령의 감찰 중단 지시와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이 본인이나 제3자의 사적 이익을 위한 것이거나 불법적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행위였다고 볼 만한 명백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관련 자료를 조작하거나 은닉하는 등 범죄 성립을 뒷받침할 사정도 확인하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또한 판사 관련 문건이 외부로 유출됐다는 정황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설명이 나왔다.
공수처는 기존 검찰의 사건 처분과 확보된 자료 등을 종합할 때 별도로 수사를 개시하거나 계속 진행해야 할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결론은 13일 국정감사에서 집중적인 질의를 받았다.
김용민 의원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징계 관련 행정재판에서 수사·감찰 방해 행위가 인정됐는데도 공수처가 사건을 각하한 점을 문제 삼았다.
김 의원은 한동훈 의원과 관련된 채널A 사건의 처리 결과를 비판하며 공수처의 수사 책임을 추궁했다.
이에 오동운 공수처장은 행정재판에서 인정된 징계 사유와 형사재판에서 요구되는 범죄 구성요건은 구분해야 한다고 답했다.
공무원의 직무상 행위가 부당하거나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는 판단만으로 형법상 직권남용죄가 자동으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하려면 직권을 남용한 행위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구체적인 권리행사를 방해했다는 점 등 법률상 요건을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법적 구분이 공수처의 사건 처리 과정에 대한 모든 의문을 해소하는 것은 아니다.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쟁점은 행정법원 1심 판결문과 관련 감찰 자료 등 기존에 존재하는 기록을 공수처가 얼마나 충실하게 검토했는지, 5년이라는 기간 동안 어떤 수사와 법률 검토를 진행했는지에 관한 것이다.
특히 사건을 장기간 보유한 뒤 각하했다면 처분의 근거와 지연 사유를 국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오 처장과 한동훈 의원의 개인적 관계도 국감에서 거론됐다.
김용민 의원이 두 사람이 사법연수원 동기라는 점을 언급하며 최근 연락 여부를 묻자, 오 처장은 사건 처분 전후로 연락한 사실이 없고 평소 연락하는 관계도 아니라고 답했다.
사법연수원 동기라는 사실만으로 사건 처리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따라서 해당 의혹을 제기하려면 실제 접촉이나 사건 관여를 입증할 구체적인 자료가 필요하다.
이날 국감에서는 공수처의 전반적인 수사 역량과 사건 처리 지연 문제도 함께 제기됐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공수처가 제대로 된 수사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오 처장의 책임을 물었다.
다른 여당 의원들도 주요 사건의 장기화와 제한적인 기소 실적 등을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현 정부 관계자에 대한 고발 사건이 제대로 수사되지 않고 있다며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 형평성을 문제 삼았다.
여야가 서로 다른 사건을 들어 공수처를 비판했지만, 고위공직자 관련 사건의 처리 속도와 수사 결과에 대한 설명 책임이 국정감사의 공통 쟁점으로 드러난 셈이다.
이번 사건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행위가 실제 형사범죄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문제와 공수처가 고발 사건을 적절하게 처리했는지에 관한 문제를 구분해 살펴봐야 한다.
법원의 행정재판 판단이 곧바로 형사 유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반대로 공수처의 각하 처분 역시 당시 검찰총장의 모든 행위가 적절했다는 판단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공수처가 기존 재판 기록과 관련 증거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했고, 왜 별도 수사의 필요성이 없다고 결론 내렸는지다.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독립적으로 수사하기 위해 설립된 공수처가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려면 사건을 종결하는 과정에서도 충분한 법적 근거와 투명한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한동훈 수사·감찰 방해 의혹을 둘러싼 5년 만의 각하 결정은 공수처의 수사 역량뿐 아니라 권력기관에 대한 감시와 책임 추궁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다시 묻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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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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