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인뉴스] 학교 모듈러교실 1,300억 원대 입찰담합 정황…가족·친족 업체 동원
[천지인뉴스] 학교 모듈러교실 1,300억 원대 입찰담합 정황…가족·친족 업체 동원
정범규 기자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공급되는 모듈러교실 계약 과정에서 특정 업체가 가족·친족 관계로 구성된 업체들과 공모해 약 1,300억 원 규모의 입찰담합을 벌인 정황이 국민권익위원회 실태조사에서 확인됐다.

국민권익위는 최근 4년간 전국 13개 지역 33개 초·중·고등학교의 모듈러교실 계약 실태를 조사한 결과, 특정 업체가 특수관계 업체들을 동원해 경쟁이 이뤄지는 것처럼 가장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14일 밝혔다. 조사 대상 계약은 99건, 계약금액은 약 1,300억 원 규모다.
특히 권익위 조사에서는 카탈로그 계약을 통해 공급된 모듈러교실의 모듈당 가격이 총액입찰 방식보다 최대 3배 이상 높은 사례까지 확인됐다. 권익위는 관련 사안을 공정거래위원회와 경찰청, 조달청, 시·도교육청 등 관계기관에 이첩했다.
모듈러교실은 공장에서 골조와 마감재, 기계·전기설비 등을 규격화해 제작한 뒤 학교 현장으로 운송해 조립·설치하는 임시 교실이다.
학교 건물 증·개축이나 과밀학급 해소 등의 과정에서 활용되면서 관련 시장이 확대됐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계약방식의 허점을 이용해 경쟁을 제한했다는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핵심은 ‘카탈로그 계약’ 방식이었다.
카탈로그 계약은 업체들이 상품의 기능과 특징, 조건, 가격 등을 담은 카탈로그를 제시하면 수요기관이 필요한 서비스에 대한 견적을 요청하고, 업체들이 제안한 규격과 가격 등을 평가해 계약하는 방식이다.
권익위 조사 결과 특정 업체는 가족과 친족 관계에 있는 업체들을 경쟁업체로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외형상 경쟁구도를 만든 것으로 파악됐다.
가격 문제도 드러났다.
카탈로그 계약 방식으로 체결된 일부 계약에서는 모듈당 가격이 총액입찰 방식과 비교해 최대 3배 이상 높은 사례가 확인됐다. 학생들이 실제 수업을 받는 학교 시설에 투입되는 예산인 만큼 계약 과정에서 제대로 된 가격 경쟁이 이뤄졌는지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민간업체 간 거래 문제가 아니다. 학교 시설에 투입되는 공공재정과 교육예산이 걸려 있고, 계약 상대방은 전국 초·중·고등학교와 교육당국이다.
정상적인 경쟁이 제한됐다면 그 부담은 결국 공공재정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특히 가족·친족 관계의 업체들이 경쟁업체처럼 참여했다는 권익위 조사 결과는 공공조달 과정의 경쟁성과 투명성을 다시 점검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다만 현 단계에서 관련 업체들의 담합 행위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나 공정거래법상 최종 제재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국민권익위가 실태조사를 통해 담합 정황 등을 확인해 관계기관으로 넘긴 단계인 만큼 향후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와 경찰 수사 등을 통해 구체적인 위법 여부와 책임 범위가 가려질 전망이다.
교육당국과 조달당국 역시 모듈러교실 계약 과정에서 특수관계 업체들이 사실상 경쟁업체로 참여할 수 있었던 구조와 가격 적정성 검증 절차에 허점이 없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공조달은 단순히 가장 싼 물건을 사는 절차가 아니다. 국민 세금이 필요한 곳에 적정한 가격으로 사용되도록 경쟁과 투명성을 보장하는 장치다. 이번 사건에 대한 관계기관의 후속 조사와 함께 유사한 계약 구조가 다른 학교와 공공기관에도 존재하는지 점검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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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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