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천지인뉴스] 한글날 100년, 훈민정음 반포 580돌…세종의 애민정신, 이제는 모두의 언어권으로 이어져야

[천지인뉴스] 한글날 100년, 훈민정음 반포 580돌…세종의 애민정신, 이제는 모두의 언어권으로 이어져야

정범규 기자

2026년 10월 9일, 대한민국이 훈민정음 반포 580돌이자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맞았다. 세종대왕이 백성 누구나 자신의 뜻을 글로 표현할 수 있도록 만든 한글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문화적 자산이자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소통의 기반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 한글날은 문자의 우수성을 기념하는 데서 나아가 모든 국민이 언어와 정보에서 소외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를 되새기게 한다.

정부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내 곁에 한글’을 주제로 제580돌 한글날 경축식을 개최한다. 한글 관련 단체와 사회 각계 대표, 주한외교단, 시민과 학생 등 1천200여 명이 참석하는 행사에서는 한글 발전 유공자 포상과 경축 공연 등이 진행된다. 전국과 해외에서도 다양한 기념행사가 마련됐다.

특히 올해는 1926년 일제강점기 조선어연구회와 민족문화운동 인사들이 ‘가갸날’을 제정한 지 꼭 100년이 되는 해다. 우리말과 글을 지키려는 노력이 민족의 정체성과 문화적 자존을 지키는 운동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올해 한글날의 역사적 의미는 각별하다.

한글은 1443년 세종대왕이 창제하고 1446년 훈민정음이라는 이름으로 반포했다.

훈민정음의 창제 목적은 당시 백성들이 자신의 뜻을 글로 제대로 표현하기 어려웠던 현실을 바꾸는 데 있었다. 누구나 배우고 사용할 수 있는 문자를 마련해 의사소통의 장벽을 낮추려 했던 것이다.

이는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이 일부 계층에 집중됐던 사회에서 백성의 언어생활을 넓히려는 시도였다.

오늘날 한글이 지닌 의미도 여기에 있다.

문자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단순히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을 넘어 자신의 권리를 이해하고, 사회 문제에 의견을 제시하며, 공동체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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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시민 누구나 공적 정보를 이해하고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글의 가치를 기리는 일은 국민의 언어권과 알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일과 연결된다.

올해 정부가 정한 한글날 경축식 주제는 ‘내 곁에 한글’이다.

일상에서 서로의 뜻을 쉽게 전할 수 있도록 해준 한글에 대한 감사와 함께 우리 곁에 있는 문자의 의미를 되새기자는 취지다.

경축식에서는 한글 글꼴 개발과 보급에 힘쓴 고 석금호 전 산돌 이사회 의장에게 은관문화훈장이 추서된다.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약 30년간 한국학 교육과 인재 양성에 힘쓴 백태현 중앙아시아한국대학 부총장에게는 옥관문화훈장이 수여된다.

경축 공연 ‘언제나, 내 곁에 한글’에서는 훈민정음의 탄생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한글의 역사를 뮤지컬로 선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6일부터 17일까지 광화문광장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2026 한글주간’을 운영하고 있다.

공연과 전시, 시민 참여 행사뿐 아니라 한글문화산업전과 학술대회 등을 통해 한글의 역사와 미래를 함께 조명한다.

오는 12일에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한글날 제정 100주년 학술대회가 열려 인공지능 시대의 언어 환경 변화와 한국어의 미래를 논의할 예정이다.

한글의 국제적 확산 역시 주목할 만하다.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글과 한국어를 배우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한글의 세계화를 단순히 문화산업의 성장이나 국가 브랜드의 성과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과 이주민이 일상생활에서 언어 장벽을 넘어 필요한 정보를 얻고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일도 중요하다.

국내에서도 언어 접근권을 둘러싼 과제는 남아 있다.

고령층과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시민, 장애인, 이주민 등은 복잡한 행정 용어와 온라인 중심의 정보 전달 방식 때문에 공공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공공기관이 쉬운 우리말을 사용하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안내 체계를 갖추는 일은 단순한 친절을 넘어 정보 접근의 형평성과 연결된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이 일상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상황에서는 한국어를 정확하고 폭넓게 처리하는 기술 개발과 함께 누구도 디지털 언어 환경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글을 사랑한다는 말이 외래어 사용을 무조건 배척하거나 특정한 말투를 비난하는 방식으로 이어져서도 안 된다.

언어는 시대와 함께 변화한다.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세대와 계층, 지역의 언어생활을 존중하면서 누구나 자신의 뜻을 전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한글날 제정 100주년은 지난 역사를 기념하는 동시에 앞으로의 100년을 준비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세종대왕이 백성의 언어생활을 살폈던 뜻을 오늘날에 되살리는 방법은 모든 시민이 공공정보에 접근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제도와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있다.

한글의 가치는 문자 자체의 우수성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 문자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삶과 권리를 얼마나 넓혀 주는가에 따라 더욱 깊어진다.

580년 전 백성을 위해 만들어진 문자가 오늘날에도 모든 사람의 목소리를 담는 언어로 살아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한글날 100주년을 맞은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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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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