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인뉴스] ‘장르만 여의도’ 일주일 만에 또 논란…패널 실언 반복에 진행 책임도 도마
정범규 기자
JTBC 유튜브 시사 프로그램 ‘장르만 여의도’가 불과 일주일여 사이 출연 패널의 발언으로 두 차례 논란에 휩싸였다.
김준일 시사평론가의 인혁당 관련 부적절한 발언으로 JTBC가 공식 사과하고 출연자를 하차시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서용주 맥정치사회연구소장의 확인되지 않은 ‘김현지 인사라인’ 발언이 방송을 통해 그대로 송출됐다.
반복되는 출연자 논란을 두고 패널 개인의 실언뿐 아니라 진행자와 제작진의 현장 통제 및 시사 프로그램으로서의 검증 책임을 함께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 4일 ‘장르만 여의도’ 본방송 시작 전 사전 준비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을 지낸 서용주 맥정치사회연구소장은 정부 인사 문제를 이야기하던 중 “인사라인이 김현지잖아”라는 취지로 말했다.
당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이 방송이 송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자 현장에서는 당황한 반응이 이어졌다.
그러나 해당 발언은 이미 방송을 통해 공개된 뒤였다.
서 소장은 논란이 커지자 해당 발언은 사실관계를 확인해 주장한 것이 아니라 가볍게 농담으로 한 말이었다는 취지로 해명하고 오해를 불러일으킨 데 대해 유감을 밝혔다.
‘장르만 여의도’ 제작진도 잘못된 정보가 전달됐다며 사과했다. 제작진은 청와대 인사를 담당하는 인사수석이 별도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설명하며 문제의 내용을 바로잡았다.
따라서 서 소장의 발언을 근거로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실제 정부 인사를 좌우하는 ‘인사라인’이라고 단정할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문제는 ‘장르만 여의도’의 출연자 발언 논란이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서는 조국혁신당의 당명 변경을 이야기하던 김준일 시사평론가가 ‘민주혁신당’을 언급했고, 다른 출연자가 이를 줄여 ‘민혁당’이라고 하자 김 평론가는 “다 사형당할 것 같은데”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웃었다.
진행자 정영진 역시 당시 웃는 모습이 방송에 담겼다.
이 발언은 박정희 정권 당시 대표적인 사법살인 사건으로 꼽히는 인혁당 재건위 사건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을 불러왔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8명은 1975년 대법원 확정판결 불과 18시간 만에 처형됐으며, 이후 재심을 통해 2007년 무죄가 선고됐다.
역사적 국가폭력과 사법살인의 희생을 정치적 농담의 소재로 삼았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김 평론가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유가족에게 사과했다.
JTBC 역시 지난달 28일 공식 사과문을 통해 역사적 비극인 인혁당 사건과 사형을 부적절하게 언급했고 진행자와 제작진이 이를 현장에서 제어하지 못한 채 방송했다고 인정했다.
JTBC는 이를 “공적 책임을 지닌 채널로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과오”라고 규정하고 해당 영상을 삭제했으며 김 평론가를 프로그램에서 하차시켰다.
진행자 정영진도 방송을 통해 사과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불과 일주일여 만에 다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출연자의 입을 통해 방송됐다.
두 사건의 성격은 분명히 다르다.
김준일 평론가의 발언은 국가폭력 피해자가 존재하는 역사적 비극을 웃음의 소재로 삼았다는 윤리적 문제가 핵심이었다. 반면 서용주 소장의 발언은 확인되지 않은 정치권의 ‘실세설’을 사실로 오인하게 만들 수 있는 내용을 방송에서 언급했다는 점이 문제다.
그러나 두 사건에는 공통점도 있다.
시사 프로그램에서 출연자의 발언이 적절한 검증이나 즉각적인 제어 없이 시청자에게 전달됐고, 논란이 발생한 뒤에야 출연자와 제작진의 해명·사과 또는 영상 삭제가 뒤따랐다는 것이다.
특히 진행자의 역할을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는 패널에게 질문을 던지고 이야기를 이어가는 데 그치는 자리가 아니다. 출연자의 발언이 사실관계를 벗어나거나 사회적으로 중대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을 경우 즉시 확인하고 제어하는 것 역시 진행자의 중요한 역할이다.
김준일 평론가의 인혁당 발언 당시 정영진 진행자는 현장에서 웃었고 이를 즉시 제지하지 못했다. JTBC 역시 공식 사과문에서 진행자와 제작진이 현장에서 발언을 제어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그렇다면 그 사과 이후 프로그램의 진행 방식과 검증 시스템이 실제로 얼마나 달라졌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유튜브 기반 시사 프로그램은 기존 방송보다 자유로운 형식과 빠른 반응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자유로운 형식이 역사적 비극을 웃음거리로 만들거나 확인되지 않은 정치권 이야기를 여과 없이 전달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조회 수와 화제성을 좇는 가벼운 정치 토크와 책임 있는 시사 프로그램 사이에는 분명한 경계가 필요하다.
한 번의 실수는 출연자의 실언일 수 있다.
그러나 같은 프로그램에서 짧은 기간 동안 논란이 반복된다면 이제는 특정 패널 개인의 문제만으로 돌리기 어렵다. 진행자와 제작진이 어떤 기준으로 발언을 관리하고 사실관계를 검증하는지 프로그램 운영 자체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JTBC가 인혁당 논란 당시 약속한 재발 방지 대책이 실제 방송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도 스스로 답해야 할 대목이다.
시사 프로그램의 신뢰는 출연자의 유명세나 자극적인 한마디가 아니라 정확한 사실과 그 말을 책임지는 태도에서 나온다.
‘장르만 여의도’가 연이어 불거진 논란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길 것인지, 아니면 진행과 제작 시스템을 다시 점검하는 계기로 삼을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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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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