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뱀꿈에 갇힌 부부]제20화. 끊으려 할수록 다시 걸려온 전화
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뱀꿈에 갇힌 부부]제20화. 끊으려 할수록 다시 걸려온 전화

정환은 휴대전화를 뒤집어놓은 채 받지 않았다.
진동이 몇 번 더 이어지다가 멈췄다.
유진은 모르는 척했다.
예전 같았으면 누구냐고 물었을 것이다.
한동안 남편의 휴대전화를 의심했던 만큼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천신장군암에서 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확인되지 않은 의심으로 먼저 집을 뒤집지 말 것.
이상한 점은 그냥 넘기지 않되, 순서를 지킬 것.
유진은 묻지 않았다.
그렇다고 의심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정환은 휴대전화를 집어 들고 베란다로 나갔다.
화면에는 지영이 보낸 메시지가 떠 있었다.
‘선배, 나 계속 피할 거예요?’
정환은 한동안 화면만 바라봤다.
답장을 쓰지 않았다.
다시 메시지가 왔다.
‘그날 일 때문에 그러는 거죠?’
정환은 휴대전화를 껐다.
유진에게 돌아가고 싶었다.
적어도 그날 밤 아내의 이야기를 처음 제대로 들은 뒤부터는 그랬다.
자신이 왜 그렇게 오랫동안 밀려났는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아내가 자신을 싫어한 것이 아니었다.
유진 역시 이유를 알 수 없는 공포 속에서 버티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알고 나니 지영에게 기대고 있었던 자신의 모습이 다르게 보였다.
그렇다고 이미 있었던 일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입맞춤까지 했다.
아내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그 사실은 정환의 마음 한쪽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다음 날 회사에서 지영과 마주쳤다.
지영이 먼저 정환을 불렀다.
“선배.”
정환은 걸음을 멈췄다.
“왜 전화 안 받아요?”
“바빴어.”
“메시지는 봤잖아요.”
정환이 주변을 한번 살폈다.
직원 몇 명이 복도를 지나가고 있었다.
“회사에서 이런 이야기 하지 마.”
“그럼 언제 해요?”
“지영아.”
정환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우리 그날 일은 없었던 걸로 하자.”
지영의 표정이 굳었다.
“없었던 일?”
“미안하다.”
“선배는 그게 돼요?”
정환은 대답하지 못했다.
“나는 안 되는데.”
지영이 정환을 똑바로 바라봤다.
“선배가 먼저 나한테 술 마시자고 했잖아요.”
“알아.”
“집에 들어가기 싫다고 한 것도 선배고.”
“알아.”
“사모님하고 사는 게 힘들다고 이야기한 것도 선배예요.”
정환의 얼굴이 굳었다.
“그만하자.”
“왜요? 이제 사모님하고 다시 잘해볼 것 같으니까?”
정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만으로도 지영은 답을 알아차린 듯했다.
“그날 전화 때문이에요?”
“지영아.”
“사모님이 울면서 전화하니까 갑자기 정신이 들었어요?”
이번에는 정환도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다.
“그만하라고.”
지영은 입을 다물었다.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차가운 침묵이 흘렀다.
정환은 먼저 자리를 떠났다.
그날 이후 지영은 정환에게 개인적인 연락을 하지 않았다.
적어도 며칠 동안은 그랬다.
정환은 그것으로 끝났다고 생각했다.
집에서는 조금씩 다른 변화가 생기고 있었다.
유진과 저녁을 함께 먹는 날이 늘었다.
주말에는 가까운 마트에도 같이 갔다.
예전 같으면 아무것도 아니었던 일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에게는 그것조차 다시 배우는 과정과 같았다.
정환은 먼저 손을 잡으려 하지 않았다.
유진도 억지로 가까워지려고 하지 않았다.
내가 유진에게 말했던 대로였다.
잠자리부터 되돌리려 하지 말고 일상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
그러던 어느 날 마트에서 나오다가 유진이 먼저 정환의 옷소매를 잡았다.
“여보.”
“응?”
“잠깐만.”
정환이 멈췄다.
유진은 한동안 자기 손을 바라봤다.
남편의 옷소매를 잡고 있는데도 예전처럼 몸이 얼어붙지 않았다.
정환도 그것을 알아차렸다.
“괜찮아?”
“응.”
유진이 천천히 손을 내려놓았다.
“조금 나아진 것 같아.”
정환은 웃었다.
정말 오랜만에 유진이 보는 남편의 편한 웃음이었다.
그러나 그날 밤 정환은 다시 잠에서 깼다.
새벽이었다.
목이 말라 눈을 뜬 것이 아니었다.
꿈 때문이었다.
정환은 한동안 천장만 바라봤다.
가슴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이번에도 산속이었다.
축축한 흙길.
나무 사이로 이어진 어두운 길.
뒤에서 들리는 바스락거리는 소리.
전과 비슷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마지막이 달랐다.
정환은 꿈속에서 뒤를 돌아봤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잠시 뒤 풀숲이 움직였다.
무엇인가 길 위로 천천히 기어 나왔다.
정환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길고 검은 형체였다.
한 마리가 아니었다.
그 뒤에서도 또 하나가 움직였다.
그리고 또 하나.
정환은 그제야 꿈에서 깨어났다.
온몸이 땀에 젖어 있었다.
그는 한동안 침대에 앉아 숨을 골랐다.
유진을 깨울까 생각했다.
하지만 방문을 열지는 않았다.
아내가 지난 일 년 동안 뱀꿈에 시달렸다는 말을 들은 뒤였다.
자기까지 비슷한 꿈을 꾸었다고 말하면 유진이 더 겁을 먹을 것 같았다.
정환은 혼자 물을 마셨다.
그리고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다음 날 아침에도 유진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부터 정환에게도 같은 꿈이 반복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며칠에 한 번이었다.
그러다 간격이 조금씩 짧아졌다.
그리고 세 번째 꿈에서 정환은 처음으로 사람을 보았다.
어두운 산길 저편.
누군가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손에는 길쭉한 것이 들려 있었다.
정환이 가까이 가려고 하자 그 사람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손에 들린 것 아래로 무언가가 축 늘어져 있었다.
정환은 잠에서 깨기 직전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봤다.
뱀이었다.
다음 날 아침.
정환은 출근 준비를 하다 결국 유진에게 물었다.
“유진아.”
“응?”
“당신이 전에 말했던 꿈 있잖아.”
유진의 손이 멈췄다.
“뱀 나오는 꿈?”
정환은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 꿈에서 사람들이 뱀을 잡는다고 했지?”
유진의 얼굴이 굳었다.
“응.”
“어떻게 잡았어?”
“갑자기 그건 왜 물어?”
정환은 대답하지 않았다.
유진이 남편을 바라봤다.
“당신도 꿨어?”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정환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 순간 유진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자기 혼자 꾸던 꿈이 아니었다.
남편에게도 뱀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다음 회에 계속)
글쓴이 | 천신장군암 계룡산 벼락신장법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은 실제 점사와 무속 현장에서 겪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소설 형식으로 재구성한 연재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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