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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천지인뉴스]말로는 하나의 민주당, 상처 입은 당원들의 마음까지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정범규 기자의 시선

말로는 하나의 민주당, 상처 입은 당원들의 마음까지 하나가 될 수 있을까

8·17 전당대회가 끝나자 민주당 안에서는 약속이나 한 듯 ‘통합’이라는 말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당대회 축사를 통해 “우리 민주당은 하나일 때 가장 강했다”고 강조했고, 새 당대표로 선출된 김민석 대표 역시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민주당이 함께 뛰겠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여기에 이 대통령은 오는 19일 김민석 대표뿐 아니라 경쟁했던 정청래·송영길 후보까지 청와대로 초청하기로 했다. 겉으로만 보면 민주당은 선거가 끝나자마자 하나의 당으로 돌아가는 모습이다.

그러나 정치에서 선거가 끝났다고 해서 선거 과정에서 만들어진 감정과 상처까지 함께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전당대회 역시 단순한 정책 경쟁만으로 치러졌다고 보기 어려웠다. 친명·친청 등으로 후보와 지지층을 구분하는 정치적 언어가 등장했고, 온라인과 유튜브를 중심으로 후보를 둘러싼 공방도 거칠게 전개됐다. 후보들 사이의 경쟁을 넘어 지지자들끼리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모습까지 나타나면서 당원들 사이에 상당한 감정의 골이 만들어졌다는 점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특히 정청래 후보 측 당원들이 느끼는 박탈감과 상처를 단순히 선거 결과에 대한 불만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정 후보 측에서는 선거 과정에서 불공정한 행태를 겪었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고, 최민희 최고위원 후보 역시 서울지역 합동연설회 입장 과정에서 자신이 누군가에게 밀려 넘어졌다고 주장하면서 중앙당선거관리위원회의 대응을 문제 삼았다. 사실관계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과는 별개로, 이런 논란이 선거 막판까지 이어졌다는 사실 자체가 당내 경쟁이 얼마나 날카로웠는지를 보여준다.

더구나 이번 전당대회에서 나타난 결과는 당원들의 표심이 단순히 하나의 방향으로 정리됐다고 보기 어렵다. 김민석 후보가 당대표로 선출됐지만 정청래 후보 역시 45.92%라는 적지 않은 지지를 얻었다. 최고위원 경선에서는 최민희 후보가 1위를 차지했고 박선원·서미화·이성윤·한민수 후보가 당선됐다. 당대표 선거에서 나타난 구도와 최고위원 선거에서 나타난 구도가 완전히 일치하지 않았다는 점도 민주당 내부의 다양한 흐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제 우리는 하나”라고 선언하는 것만으로 당원들의 마음까지 하나로 만들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통합은 지도부가 선언한다고 완성되는 정치적 구호가 아니다. 선거 과정에서 누가 누구를 공격했는지, 어떤 주장이 사실이었는지, 어떤 논란이 왜 발생했는지를 차분하게 돌아보고 서로가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풀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새 지도부와 이재명 대통령이 통합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자신을 지지한 세력만의 통합이 아니라, 이번 선거에서 패배한 후보를 지지했던 당원들까지 끌어안는 통합이어야 한다. 정청래 후보에게 표를 던진 당원들이 ‘우리가 졌으니 이제 조용히 따라가야 한다’고 느끼게 만드는 방식이라면 그것은 통합이 아니라 다수에 의한 정리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경쟁했던 후보들을 직접 청와대로 초청하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신호다. 김민석 대표가 경쟁 후보들과 협력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는 것 역시 필요한 출발이다. 하지만 진짜 시험대는 사진 한 장을 함께 찍고 만찬을 하는 순간이 아니라 그 이후다. 당내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왔을 때 이를 얼마나 존중하는지, 선거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어떻게 다루는지, 당원들에게 특정 계파의 승리라는 인상을 주지 않고 얼마나 공정하게 당을 운영하는지가 통합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민주당이 진정으로 하나가 되기를 바란다면 먼저 인정해야 할 것이 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민주당은 단순히 승자와 패자만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상당한 정치적 상처도 남겼다는 사실이다. 그 상처를 덮어놓고 ‘원팀’을 외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 필요한 것은 서둘러 갈등이 없었던 것처럼 만드는 일이 아니다. 무엇이 당원들을 갈라놓았는지 정확하게 돌아보고, 다시는 계파와 진영을 앞세운 과도한 경쟁이 반복되지 않도록 당내 문화를 바꾸는 일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지도부가 아무리 통합을 강조하더라도 민주당의 분열은 겉으로만 봉합된 채 당원들 사이에서는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의 진짜 통합은 전당대회가 끝난 오늘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그 통합의 첫 번째 조건은 ‘우리가 하나다’라는 선언이 아니라, 서로에게 남긴 상처를 외면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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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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