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평 천지인 영감/연재 소설

[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뱀꿈에 갇힌 부부]제13화. 아내만 앓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뱀꿈에 갇힌 부부]제13화. 아내만 앓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나는 유진에게 남편의 최근 모습을 자세히 물었다.

“집에 들어오면 남편이 어떻습니까?”

“술을 많이 마셔요.”

“원래 술을 즐기는 사람입니까?”

“회식 때 마시는 정도였어요. 집에서 혼자 마시는 사람은 아니었고요.”

“요즘은요?”

“늦게 들어오고 술 냄새가 나는 날이 많아요.”

정환에게 생긴 변화는 그것뿐이 아니었다.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냈다.

주말이면 늦잠을 자거나 밖으로 나갔다.

예전에는 쉬는 날이면 둘이 장을 보러 가거나 가까운 곳이라도 함께 다녔는데 그런 시간이 거의 사라졌다.

“잠은 잘 잡니까?”

“잘 모르겠어요. 따로 자니까요.”

“아침에 얼굴은 어떻습니까?”

유진이 잠시 생각했다.

“안 좋아요.”

정환도 눈 밑이 어두워지고 살이 조금 빠졌다고 했다.

출근하면서 한숨을 쉬는 날이 많았고, 새벽에 거실로 나와 담배를 피우기도 했다.

“보살님만 이 일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남편도요?”

“보살님은 꿈과 몸으로 먼저 드러났고, 남편은 다른 방식으로 무너지고 있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유진은 가만히 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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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서로 등을 돌리고 살게 된 지 오래였다.

그러니 상대가 어떻게 망가지는지 자세히 볼 여유도 없었을 것이다.

“남편분 입장에서 생각해봅시다.”

나는 말을 이었다.

“아내가 자기를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손을 대면 질겁합니다. 이유를 물어도 아내도 모른다고 합니다. 병원을 가도 금방 낫지 않습니다. 몇 달이 지나도 달라지는 게 없습니다.”

유진이 눈을 내리깔았다.

“많이 힘들었겠죠.”

“그렇겠지요.”

“저는 제 고통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보살님도 하루하루 버티기 어려웠으니까요.”

나는 누구 편을 들려는 것이 아니었다.

점사를 보다 보면 부부 문제에서 한쪽만 악인으로 만들면 오히려 본질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외도나 폭력처럼 사람이 저지른 잘못은 분명하게 봐야 한다.

하지만 그 잘못이 생기기 전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도 함께 봐야 문제의 전체가 드러난다.

“남편이 화를 낸 적도 있습니까?”

유진이 한참 뒤 고개를 끄덕였다.

“크게 싸운 적 있어요.”

“언제쯤입니까?”

“몇 달 전이요.”

그날 정환은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왔다.

유진은 이미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정환이 안방 문 앞에 서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들어왔다.

“우리 얘기 좀 하자.”

유진은 그 말부터 부담스러웠다고 했다.

정환은 침대 끝에 앉았다.

“나한테 왜 이러는지 진짜 말해줘.”

“나도 모르겠다고 했잖아.”

“그 말만 몇 달째야.”

정환은 처음에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유진도 울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대화는 금방 막혔다.

“병원도 갔잖아. 약도 먹고 있잖아.”

“그래서 뭐가 달라졌는데?”

유진이 입을 다물었다.

정환은 한참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더니 물었다.

“내가 그렇게 싫어?”

“아니야.”

“그런데 왜 내가 손만 대면 기겁하는데?”

“나도 모르겠다고.”

“그러니까 내가 미치겠다고!”

그때 처음으로 정환이 크게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내가 무슨 병균이야? 내가 당신한테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유진도 참았던 감정이 터졌다.

“내가 일부러 이러는 줄 알아? 나도 미칠 것 같아!”

두 사람은 그날 처음으로 서로에게 심한 말을 했다.

정환은 집을 나갔다.

유진은 현관문이 닫힌 뒤 거실 바닥에 주저앉아 한참을 울었다.

“그날 남편이 어디 갔는지는 모릅니까?”

“몰라요.”

“몇 시에 들어왔습니까?”

“새벽이었던 것 같아요.”

“술을 마셨고?”

“네.”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처음 공수에서 잡혔던 다른 여자 문제를 떠올렸다.

부부 사이가 무너지기 시작한 틈으로 누군가 들어오고 있었다.

유진에게는 아직 그것이 의심에 불과했다.

하지만 내 점사에서는 이미 남편 가까이에 여자 하나가 붙어 있었다.

“보살님.”

“네.”

“남편 문제도 이제 그냥 두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유진의 표정이 굳었다.

“그 여자 때문인가요?”

“그것도 확인해야 합니다.”

“정말 회사 사람인가요?”

나는 처음과 마찬가지로 확인되지 않은 부분까지 만들어 말하지 않았다.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으로는 잡힙니다.”

유진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제가 어떻게 해야 하죠?”

“먼저 보살님 몸에 생긴 거부부터 풀어야 합니다.”

“남편의 외도보다요?”

“둘 다 봐야 합니다. 그런데 순서가 있습니다.”

나는 점상 옆에 놓아두었던 종이를 가져왔다.

“굿부터 하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유진이 나를 바라봤다.

“돈 많이 들어가는 것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면요?”

“집에서 직접 해볼 수 있는 것부터 해봅시다.”

처음 점사를 보던 날 내가 말했던 세 가지가 이제 필요해졌다.

유진은 의자를 당겨 가까이 앉았다.

나는 종이 위에 하나씩 적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첫 번째는 유진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다음 회에 계속)

글쓴이 | 천신장군암 계룡산 벼락신장법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은 실제 점사와 무속 현장에서 겪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소설 형식으로 재구성한 연재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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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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