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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인뉴스] 한동훈 공개 녹취서 왜 이 문장들은 빠졌나…원문 대조하니 달라진 ‘청탁·5억’ 맥락

[천지인뉴스] 한동훈 공개 녹취서 왜 이 문장들은 빠졌나…원문 대조하니 달라진 ‘청탁·5억’ 맥락

정범규 기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제넨셀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을 제기하며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이 원문 전체가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의 초점이 달라지고 있다. 김 후보자 측이 공개한 원문과 비교하면 식약처가 임상 관련 내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취지의 대화와 ‘승인을 부탁한 것이 아니라 지연 이유를 확인해 달라고 했다’는 설명, 5억원의 차용 성격을 보여주는 내용 등이 한 의원 공개본에서는 빠졌다.

단순히 녹취 일부를 요약했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빠진 내용 가운데 일부가 ‘임상 승인 청탁’과 ‘5억원’의 성격을 판단하는 데 필요한 맥락이라는 점에서 한 의원의 공개 방식에 대한 설명이 필요해졌다.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이를 ‘짜깁기’라고 규정했고, 한 의원은 분량상 필요한 부분만 공개했을 뿐이라며 오히려 원문이 자신의 의혹 제기를 뒷받침한다고 반박했다.

김 후보자 측의 원문 공개가 후보자를 둘러싼 모든 의혹을 없앤 것은 아니다. 김 후보자가 당시 식약처장에게 제넨셀 임상시험 신청을 살펴봐 달라는 취지로 연락한 정황은 여전히 검증 대상이다. 그러나 후보자의 책임을 검증하는 것과 별개로, 그 책임을 주장하기 위해 공개된 녹취가 원래 대화의 의미를 얼마나 정확하게 전달했는지도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2021년 10월 8일 사업가 양모씨와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 사이의 통화다.

김 후보자 측이 공개한 원문에서 양씨는 식약처가 임상 관련 수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취지로 말한 뒤 담당자가 바뀌면서 심사가 지연되고 있다는 상황을 설명한다.

한 의원이 공개한 녹취에서는 식약처의 긍정적 반응을 설명하는 부분이 빠지고 담당자 교체로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는 내용이 이어진다.

이 차이는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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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가 해당 임상 내용을 이미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었다는 설명이 포함되는 경우와 그런 내용 없이 ‘승인이 지연되고 있어 정치권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처럼 대화가 이어지는 경우 독자가 받아들이는 맥락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가 관련 자료를 받아 확인했다는 취지의 대화도 공개본에서는 일부 제외됐다.

더 중요한 부분은 양씨가 김 후보자에게 무엇을 부탁했느냐는 대목이다.

원문에서 양씨는 김 후보자에게 식약처장에게 임상 승인을 부탁해 달라고 한 것이 아니라 심사가 왜 지연되는지 확인해 달라는 취지로 요청했다고 최 전 수석에게 설명한다.

그러나 이 내용은 한 의원 공개본에서는 빠졌다.

‘승인되도록 부탁했다’는 것과 ‘심사가 지연되는 이유를 확인해 달라고 했다’는 것은 청탁 의혹의 성격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같은 의미라고 보기 어렵다.

한 의원이 임상 승인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이 행사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면 오히려 이런 문장은 독자가 함께 확인해야 할 핵심적인 반대 맥락에 해당한다.

5억원을 둘러싼 대화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나타난다.

2021년 11월 12일 녹취 원문에서 양씨는 제넨셀 창립자 강모씨에게 5억원을 빌려 달라고 요청하면서 전환사채(CB)를 발행하고 1년 뒤 이자를 지급하겠다는 취지로 설명한다.

하지만 한 의원 공개본에서는 ‘빌려 달라’는 표현과 CB 발행, 이자를 지급하겠다는 등 돈의 거래 성격을 판단할 수 있는 내용이 빠졌다.

5억원이라는 액수만 놓고 보는 것과 전환사채 발행과 이자 지급을 전제로 한 차용 또는 투자 성격의 설명까지 함께 보는 것은 전혀 다른 맥락이다.

후보자 측은 바로 이 때문에 한 의원 공개본이 마치 청탁과 연결된 대가성 자금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의미를 왜곡했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것만으로 5억원을 둘러싼 모든 의문이 해소됐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실제 자금 관계와 당사자들의 이해관계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이 돈의 성격을 설명하는 원문 일부를 제외하고 금액과 의혹을 전면에 제시했다면 왜 그런 편집을 했는지는 설명할 필요가 있다.

이른바 ‘캐시 2000’ 녹취도 마찬가지다.

확인되는 것은 양씨가 김 후보자에게 2000만원을 주려 했다는 취지의 말을 제3자와의 통화에서 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해당 통화만으로 김 후보자가 2000만원을 요구했다거나 돈을 받을 계획을 알고 있었다거나 수수에 동의했다는 사실까지 확인되는 것은 아니다. 김 후보자는 해당 통화 당사자도 아니다.

제3자가 ‘돈을 주려고 했다’고 말했다는 사실과 돈을 받을 대상으로 거론된 사람이 실제로 이를 요구하거나 받기로 했다는 것은 법적으로나 상식적으로 같은 사실이 아니다.

한 의원은 후보자 측의 반박 이후에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분량상 필요한 부분을 공개했을 뿐 짜깁기나 편집은 없었다는 취지로 반박하면서 후보자 측이 공개한 원문에서 오히려 의혹을 뒷받침하는 내용이 추가로 드러났다며 ‘자폭성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논란의 핵심은 공개된 문장이 실제 녹취에 존재하느냐 여부에만 있지 않다.

일부 발언을 발췌해 공개하는 것 자체가 곧바로 왜곡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제외했느냐다.

특히 제외된 내용이 의혹을 약화시키거나 돈의 성격을 다르게 판단하게 할 수 있는 문장이라면 ‘분량 때문이었다’는 설명만으로 충분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누구보다 엄격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 김 후보자가 식약처에 어떤 연락을 했고 그 연락이 정상적인 민원 확인 수준이었는지, 아니면 임상시험 승인 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인지 인사청문 과정에서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

그러나 엄격한 검증은 정확한 자료를 전제로 해야 한다.

후보자에게 불리한 문장만 보여주고 그 의미를 달리 볼 수 있는 앞뒤 대화를 제외했다면 검증은 자칫 정치적 단죄로 변질될 수 있다.

더구나 이번 논란에서는 한 의원이 잇달아 공개하는 녹취와 수사 관련 자료의 출처를 둘러싼 의문도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자료가 검찰에서 나온 것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아니므로 이를 ‘검찰발 자료’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자료의 출처와 입수 경위에 대한 투명한 설명이 필요하다.

수사 과정에서 생산되거나 확보됐을 가능성이 거론되는 자료가 정치인의 손에서 인사청문 대상자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연이어 공개된다면, 그 자료가 어디에서 어떻게 전달됐는지는 개인적인 호기심의 영역이 아니다. 수사정보 관리와 정치적 중립성, 피의사실과 개인정보 보호라는 공적 문제와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의 행동은 김 후보자의 행동대로 검증하면 된다.

동시에 한 의원 역시 자신이 공개한 자료가 원문의 맥락을 정확하게 전달했는지, 왜 의혹의 성격을 달리 판단하게 할 수 있는 문장들이 빠졌는지, 수사 관련 자료들을 어떤 경로로 확보했는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

후보자 검증이라는 이름이 자료의 선택적 공개까지 정당화하는 면허가 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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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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