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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인뉴스] 한동훈 손에 들어간 녹취·수사자료…민주당 “누가 넘겼나, ‘캐비닛 정치’ 입수경위 밝혀라”

[천지인뉴스] 한동훈 손에 들어간 녹취·수사자료…민주당 “누가 넘겼나, ‘캐비닛 정치’ 입수경위 밝혀라”

정범규 기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과 별개로 또 하나의 문제가 정치권에서 커지고 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연일 페이스북 등을 통해 공개하고 있는 개인 통화 녹취와 수사 관련 자료를 도대체 어떤 경로로 확보했느냐는 문제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의원이 공개한 자료 가운데 수사기관이 확보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녹취와 검찰 수사팀 내부자료라고 주장하는 문건까지 포함돼 있다며 입수·유출 경위를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다. 일부 의원은 한 의원과 자료 제공자를 경찰에 고발하면서 논란은 정치공방을 넘어 수사 대상으로 번지고 있다.

김 후보자가 식약처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는 인사청문회에서 철저하게 검증하면 된다. 그러나 후보자 검증과 수사자료가 정치인의 손으로 넘어가 공개되는 과정이 적법하고 정당했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다.

논란은 한 의원이 김 후보자와 사업가 양모씨 등의 통화 녹취를 잇달아 공개하면서 본격화됐다.

전용기 민주당 최고위원은 김 후보자와 양씨의 통화 녹취가 당사자나 수사기관이 아니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자료로 보인다며 한 의원에게 입수 경위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민주당의 문제 제기는 이후 녹취를 넘어 수사 관련 문건으로 확대됐다.

민주당은 한 의원이 공개한 이른바 ‘기소 계획서’에 대해 수사팀에서 작성·공유되는 내부 수사자료라고 주장하며, 열람 이력과 출력 기록 등을 확인해 누가 자료를 외부로 전달했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계원 민주당 대변인은 이를 ‘캐비닛 정치’라고 규정했다.

민주당 공식 논평에서는 후보자 지명 이후 과거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문자와 녹취, 검찰 내부 검토자료가 연이어 등장했다며 한 의원이 자료를 어디에서 어떤 경로로 확보했는지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병도 원내대표 역시 한 의원이 의혹을 계속 제기하기에 앞서 자료를 누구에게, 어떤 경로로 입수했는지부터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고 압박했다.

민주당의 문제 제기가 단순히 ‘김승원 감싸기’라고만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는 자료의 성격 때문이다.

사적인 통화 녹취가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자료라면 누가 이를 외부로 전달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한 의원이 공개한 문건이 민주당 주장대로 실제 검찰 수사팀 내부에서 작성된 자료라면 입수 경위에 대한 의문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만으로 검찰 관계자가 한 의원에게 자료를 전달했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한 의원의 설명이 필요하다.

한 의원은 자료 출처를 문제 삼는 민주당을 향해 내용에는 반박하지 못하면서 ‘자료 어디서 났느냐’고 묻고 있다고 맞섰다. 최근에는 세상에는 공익을 위해 제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취지로 밝히며 자신의 자료 공개가 공익제보에 근거한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공익제보’라는 설명만으로 논란이 모두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공익제보자가 존재한다는 것과 그 사람이 수사자료를 적법하게 취득·제공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특히 수사기관 내부자료라면 제공자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더라도 자료가 어떤 성격이고 어떤 방식으로 확보됐는지에 대한 설명은 가능하다.

한 의원의 폭로가 주로 개인 페이스북 등 SNS에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새로운 쟁점이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한 의원의 페이스북 폭로를 겨냥해 개인 SNS에는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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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법조계에서도 국회 본회의나 상임위원회 발언과 달리 개인 SNS에 게시한 내용은 헌법상 국회의원 면책특권의 보호 범위에 포함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면책특권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서 한 의원의 게시물이 곧바로 범죄가 된다는 뜻은 아니다.

자료를 전달받고 공개한 행위가 공무상비밀누설이나 피의사실공표 등에 해당하는지는 자료의 성격과 입수 과정, 한 의원의 법적 지위, 공개 목적 등을 따져 수사기관과 법원이 판단할 문제다.

그럼에도 한 의원은 국회 울타리 밖에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폭로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 김동아 의원은 결국 한 의원과 성명불상의 자료 제공자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 김 의원은 공무상비밀누설과 피의사실공표, 개인정보보호 및 공공기록물 관리 관련 법률 위반 가능성 등을 주장하고 있다.

한 의원은 이에 자신에 대한 고발이 오히려 무고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반격했다.

정치적 공방도 거칠어지고 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한 의원의 잇단 폭로 방식을 강하게 비판했고, 민주당은 김동아·조계원·한민수·전용기 의원 등을 중심으로 김 후보자 관련 네거티브 대응에 나섰다.

특히 민주당은 한 의원의 폭로 방식을 ‘살라미식 공개’, ‘악마의 편집’, ‘검사식 캐비닛 정치’라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김 후보자 측이 전체 녹취를 공개하면서 한 의원 공개본에서 식약처가 임상 관련 내용을 긍정적으로 봤다는 취지의 대화, 승인을 부탁한 것이 아니라 지연 이유를 확인해 달라고 했다는 설명, 5억원의 차용·전환사채·이자 관련 맥락 등이 빠졌다는 논란까지 불거졌다.

일부 발언을 발췌해 공개하는 행위 자체를 곧바로 왜곡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후보자에게 불리한 부분을 연속적으로 공개하면서 그 의혹을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앞뒤 맥락이 빠졌다면 자료를 공개한 사람에게도 왜 그런 방식으로 편집했는지 설명할 책임이 따른다.

더욱 주목할 대목은 한 의원이 검사와 법무부 장관을 지낸 인물이라는 점이다.

검찰 수사는 강력한 국가권력이다. 압수수색을 통해 개인의 휴대전화와 메시지, 통화 내용까지 확보할 수 있고 일반 국민이나 정치인은 접근하기 어려운 방대한 정보를 축적한다.

그 자료가 사건 처분 이후에도 어딘가에 남아 있다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점에 정치인의 손에서 하나씩 등장한다면 이는 특정 후보자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수사기관이 확보한 정보는 누구의 정치적 사유물도 될 수 없다.

민주당이 제기하는 이른바 ‘검찰 캐비닛’ 의혹이 사실인지는 수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검찰이 한 의원에게 자료를 제공했다는 사실은 현재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입수 경위를 묻는 것 자체가 부당한 정치공세가 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의혹을 끝내는 가장 분명한 방법은 자료의 성격과 입수 과정에 대한 납득할 만한 설명이다.

김승원 후보자는 김승원 후보자대로 검증받으면 된다.

한 의원이 제기한 의혹 가운데 사실로 확인되는 것이 있다면 후보자는 그에 따른 정치적·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한 의원 역시 답해야 한다.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것으로 의심받는 사적 녹취와 내부 수사자료는 어디에서 왔는가. 누가 제공했는가. 적법하게 확보된 자료인가. 왜 원문 전체가 아니라 특정 대목을 연속적으로 잘라 페이스북에 공개했는가.

‘공익제보’라는 네 글자만으로 이 질문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후보자를 검증한다는 명분이 수사자료의 출처와 유통 과정까지 묻지 못하게 하는 면허가 될 수도 없다.

검찰개혁을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는 지금, 과거 수사에서 확보된 내밀한 정보가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가 공격의 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지 여부는 김승원 후보자 개인의 청문회보다 더 오래 남을 수 있는 문제다.

이제 한동훈 의원의 폭로 내용만큼이나 그 폭로의 출발점도 검증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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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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