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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용혜인을 비판하려면 먼저 그의 말도 국민에게 들려줘야 한다 [천지인뉴스]

[사설] 용혜인을 비판하려면 먼저 그의 말도 국민에게 들려줘야 한다 [천지인뉴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인사청문회는 아직 제대로 열리지도 않았는데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이미 후보자의 거취를 결론 내린 듯한 목소리가 쏟아진다. 의혹을 검증하는 것은 언론과 국회의 당연한 책무다. 그러나 검증과 여론재판은 다르다. 의혹은 크게 전하고 반론은 작게 다룬 채, 그렇게 형성된 여론을 다시 후보자 사퇴의 근거로 사용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 검증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가장 먼저 따져야 할 것이 국회의원과 국무위원 겸직 문제다.

현행 국회법 제29조는 국회의원이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 직을 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역구 의원에게만 허용하고 비례대표 의원에게는 금지한다는 규정도 없다. 비례대표 의원이 입각하면서 의원직을 내려놓아 온 정치권의 관행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법적으로 사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이 이번 논란 이후 비례대표 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을 금지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는 사실 자체가 현행법상 겸직이 허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관행이 만들어진 현실적인 배경도 살펴봐야 한다. 지역구 의원이 의원직을 내려놓으면 궐원이 발생해 보궐선거를 실시하지만, 비례대표 의원이 사퇴하면 원칙적으로 해당 선거 당시 후보자 명부의 후순위가 의석을 승계한다. 공직선거법 제200조에 명시된 내용이다.

그렇다면 비례대표가 장관으로 입각할 경우 의원직을 사퇴해 온 관행은 비판과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용 후보자가 그 관행을 따르는 것이 정치적으로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관행과 법을 뒤섞어 마치 비례대표 의원의 장관 겸직 자체가 비정상적이거나 위법한 것처럼 국민에게 인식시켜서는 안 된다.

역사도 단순하지 않다. 현행 비례대표제의 전신인 전국구 의원 시절에도 국무위원 입각 사례가 있었고, 2000년 김한길 당시 전국구 의원이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임명되면서 의원직을 사퇴한 사례도 확인된다. 이후 비례대표 의원이 입각하면 의원직을 내려놓는 관행이 자리 잡았다. 결국 이것은 처음부터 존재했던 법률적 금지가 아니라 정치적 관행의 영역이다.

용 후보자는 10일 기자회견에서 바로 이 점을 문제 삼았다.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은 법이 허용하고 있으며 비례대표에게만 다른 원칙을 적용하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겸직 자체에 문제가 있다면 비례대표 한 사람에게 사퇴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 전체의 국무위원 겸직 문제를 입법적으로 논의하자는 주장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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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이번 사례에는 소수정당이라는 문제가 겹쳐 있다. 용 후보자는 자신의 선택을 개인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문제로 보는 시각에 반박하면서, 기본소득당이 1석의 원내정당으로 확보한 정치적 발언 공간을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이 개인적 영달을 원했다면 의원직을 버리고 큰 정당으로 들어가라는 주변의 권유를 받아들이는 편이 오히려 쉬웠을 것이라는 주장도 했다.

이 주장이 설득력이 있는지는 국민이 판단하면 된다. 그러나 판단하려면 먼저 그 주장 자체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용 후보자를 둘러싼 다른 의혹도 마찬가지다.

용 후보자는 이른바 ‘유령 시도당’ 논란에 대해 시도당을 만든다고 국고보조금이 늘어나는 구조가 아니며, 문제로 보도된 자금은 국고보조금이 아니라 당비를 시도당에 교부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배우자 급여 논란에는 배우자가 6년 2개월 동안 당에서 근무하면서 육아휴직 기간을 제외하면 월평균 약 250만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언더조직’ 문제에 대해서도 과거 비공개 정파 참여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 해당 조직은 성차별적이고 위계적인 문화 등의 문제로 2017년 해산됐으며 자신 역시 그런 문화에 대한 문제의식과 반성적 평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천지인뉴스가 이 해명들이 모두 사실이라고 미리 판정하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청문회를 열어 검증하자는 것이다.

계약서가 있다면 확인하면 된다. 당 회계가 문제라면 선관위 자료와 회계자료를 대조하면 된다. 배우자의 근무와 급여에 의혹이 있다면 근로계약과 실제 업무를 검증하면 된다. 과거 조직 활동이 장관직 수행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문제인지도 당사자와 관련자들의 증언과 자료를 통해 확인하면 된다. 사실이 아니면 의혹을 거두고, 사실이라면 책임을 물으면 된다. 그것이 인사청문회다.

그런데 현재의 정치권 풍경에는 묘한 역설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지명한 후보자에게 여권 내부에서 먼저 의원직 사퇴 요구가 나왔다. 민주당 박선원 최고위원은 지난 1일 “다음 비례대표 순번이 있는 경우에는 당연히 비례대표직을 사퇴하는 게 맞는다”며 용 후보자에게 사퇴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후 민주당 내부에서는 후보 사퇴 주장까지 나왔다.

반대로 방송인 김어준 씨는 “의원직을 내려놓을 이유가 없다”며 기본소득당이라는 소수정당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얼마 전 민주당의 당권 경쟁 과정에서는 누가 더 친명인지, 누가 이재명 대통령과 더 가까운지를 놓고 정치적 딱지가 난무했다. 그런데 정작 이재명 대통령이 선택한 용혜인 후보자를 놓고는 이른바 친명 진영 내부에서 사퇴론이 나오고, 정치적 계파 논쟁에서 다른 평가를 받아온 김어준 씨가 오히려 대통령이 지명한 후보자의 의원직 유지를 옹호하는 풍경이 벌어졌다.

친명과 반명이라는 딱지가 정치적 판단의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아이러니다. 더 중요한 것은 누가 ‘진짜 친명’이냐가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명이라고 해서 무조건 옹호할 이유도 없고, 여권 내부에서 비판한다고 해서 잘못된 것도 아니다. 정책과 사실, 법과 원칙을 놓고 판단하면 된다.

여론조사 결과는 용 후보자에게 매우 불리하다. 이를 숨길 이유도 없다.

7일부터 9일까지 실시된 NBS 조사에서 용 후보자 지명을 ‘잘못한 인선’이라고 평가한 응답은 63%, ‘잘한 인선’이라는 응답은 17%였다. 7일부터 8일까지 진행된 미디어토마토 조사에서는 임명 반대가 73.4%, 찬성이 18.4%였다. 상당히 무거운 숫자다.

그러나 여기서 언론이 한 번 더 생각해야 할 문제가 있다.

두 조사는 모두 용 후보자가 10일 장문의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 공개적으로 상세한 반론을 내놓기 전에 실시됐다.

그렇다면 언론의 역할은 높은 반대 숫자를 반복해 보여주면서 사퇴를 압박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왜 이런 여론이 만들어졌는지, 국민이 어떤 정보를 접한 상태에서 판단했는지, 그동안 제기된 의혹과 후보자의 반론이 얼마나 균형 있게 전달됐는지까지 돌아봐야 한다.

언론보도가 여론에 영향을 미치고, 그렇게 형성된 여론조사 결과를 다시 언론이 후보자 사퇴의 근거로 제시한다면 자칫 위험한 순환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용 후보자는 기자회견에서 지난 열흘 동안 “문제가 아닌데도 문제라고 보도가 이어지고, 해명을 해도 해명이 실리지 않는 보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기사 내용에서는 해명이 포함됐는데도 제목에는 ‘의혹’과 ‘논란’이라는 표현이 남아 이미지를 덧씌웠다는 주장도 했다. 그러면서 철저한 검증은 필요하지만 사실관계상 문제가 없다면 문제가 없는 것으로 마무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 지적만큼은 언론이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언론은 의혹을 제기할 자유가 있다. 권력자를 검증할 책임도 있다. 그러나 의혹을 제기한 만큼 해명도 검증하고, 해명이 사실로 확인됐다면 그 결과 역시 국민에게 충분히 전달할 책임이 있다. ‘의혹’이라는 큰 활자로 독자의 눈을 붙잡은 뒤 정정보도나 반론은 작은 글씨로 흘려보내는 방식이라면 그것은 검증의 완성이 아니다.

천지인뉴스는 용혜인 후보자가 장관에 적합하다고 지금 결론 내리지 않는다. 의원직 겸직 선택 역시 충분히 비판받고 토론될 수 있다. 제기된 여러 의혹 가운데 사실로 확인되는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정치적 책임도 져야 한다.

하지만 그 판단은 적어도 후보자의 설명을 국민이 충분히 들은 다음 내려져야 한다.

인사청문회는 그래서 존재한다.

국민의힘도 의혹에 자신이 있다면 청문회를 열어 자료를 내놓고 질문하면 된다. 민주당도 대통령이 지명한 후보라는 이유로 감쌀 필요가 없으며, 여론조사 숫자가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청문회 전에 후보자를 밀어내서도 안 된다. 언론 역시 후보자의 해명을 검증하고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조목조목 반박하면 된다.

용혜인을 비판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비판하려면 그의 말도 국민에게 충분히 들려주라는 것이다.

의혹과 반론을 함께 놓고 국민이 판단하도록 하는 것, 그것이 언론의 역할이고 인사청문 제도의 존재 이유다. 청문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여론재판으로 결론을 내려버린다면 앞으로 어느 공직 후보자에게도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

용혜인이 장관으로 적합한지는 청문회를 통해 따져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퇴를 재촉하는 확성기가 아니라 사실을 가려낼 검증의 장이다. 국민의 눈과 귀를 대신하겠다는 언론이라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언론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진실과 공정한 천지인뉴스, 정확한 팩트

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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