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인뉴스] 인권위 ‘윤석열 방어권 보장’ 폐기·사과안 상정…안창호 제동에 최종 의결 불발
[천지인뉴스] 인권위 ‘윤석열 방어권 보장’ 폐기·사과안 상정…안창호 제동에 최종 의결 불발
정범규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의결해 논란을 불렀던 ‘방어권 보장’ 권고를 폐기하고 국민에게 사과하는 안건을 정식 상정했다. 그러나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이 외부 전문가 의견을 추가로 듣겠다며 의결을 미루면서 최종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인권위는 14일 제15차 전원위원회에서 ‘2025년 2월 10일자 제25-10호 전원위 의결 폐기 및 대국민 사과 의결의 건’을 찬성 6명, 반대 5명으로 상정했다. 이숙진·오영근 상임위원과 오완호·조숙현·소라미·김민문정 위원이 찬성했고 안창호 위원장 등 5명은 반대했다.
그러나 본안 표결을 앞두고 안 위원장이 안건의 적법성과 인권위의 정치적 독립성·중립성 등에 대해 전문가 의견을 추가로 들어야 한다며 논의를 중단했다. 안건 발의 위원들은 이미 충분한 논의가 이뤄졌다며 “시간 끌기”라고 반발했고, 폐기 자체보다 당시 결정이 잘못됐음을 밝히고 대국민 사과를 하는 데 무게를 두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논란의 출발점은 지난해 2월 10일 인권위 전원위원회가 내린 결정이다.
당시 인권위는 윤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과 형사재판 과정에서 방어권을 철저하게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의 권고를 의결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과 수사가 진행되던 민감한 시점에 국가 인권기구가 현직 대통령 개인의 방어권 문제를 전원위원회 의제로 다루면서 적절성을 둘러싼 거센 논란이 이어졌다.
이번 폐기·사과 안건은 지난 7월부터 공식적으로 전원위원회 의사일정에 올라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공개한 제13차 전원위원회 의사일정에도 해당 안건이 ‘긴급’ 의결안건으로 명시돼 있다.
14일 열린 제15차 전원위원회에서는 안건을 정식으로 상정할지를 놓고 약 2시간 동안 격론이 벌어졌다.
찬성 측 위원들은 과거 권고가 인권위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훼손했으며, 결과적으로 ‘내란 옹호’로 비칠 수 있었다는 점 등을 문제 삼았다.
반대 측에서는 이미 내려진 인권위 권고를 사후에 폐기하는 것이 가능한지를 문제 삼았다. 과거 의결을 정치적 환경 변화에 따라 뒤집을 경우 인권위의 독립성과 결정의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논리다.
안 위원장도 기존 방어권 보장 권고에 대해 헌법상 적법절차를 지키라는 취지의 의견 표명과 권고는 존중돼야 하며 폐기나 대국민 사과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상정 여부는 표결에 부쳐졌고 11명의 위원 가운데 6명이 찬성하면서 정식 안건이 됐다.
하지만 정작 본안 의결 단계에서는 다시 제동이 걸렸다.
안 위원장은 안건의 법적 적절성과 인권위 독립성 등을 둘러싸고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찬반 양측이 추천하는 전문가의 의견을 추가로 들어보자고 제안했다.
이에 발의 위원들은 이미 수차례 논의를 진행한 사안을 본안 표결 직전에 다시 외부 자문으로 돌리는 것은 사실상 의결을 지연시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특히 김민문정 위원은 필요한 자문이었다면 위원장이 사전에 진행했어야 한다는 취지로 지적하며 당일 표결을 요구했다.
결국 안 위원장이 폐회를 선언하면서 이날 최종 의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이번 전원위원회를 통해 지난해 인권위의 윤 전 대통령 방어권 보장 권고를 둘러싼 논쟁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
쟁점도 단순히 과거 결정을 ‘폐기할 수 있느냐’에서 국가인권위원회가 당시 결정을 내린 데 대해 국민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할 필요가 있느냐는 문제까지 확대됐다.
인권위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돼야 한다는 원칙은 어느 정부에서든 지켜져야 한다. 동시에 국가 인권기구의 결정 역시 국민적 비판과 사후 검증의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과거 결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무엇이 잘못됐는지 설명하고 책임지는 것 역시 기관의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단순히 정치적 환경이 달라졌다는 이유만으로 과거 결정을 뒤집는다면 인권위의 독립성이라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결국 이번 사안의 핵심은 윤 전 대통령 개인에 대한 찬반을 넘어 인권위가 지난해 내린 결정이 보편적 인권 원칙과 정치적 독립성에 부합했는지를 스스로 설명할 수 있느냐에 있다.
인권위는 전문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다시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보도에 따르면 늦어도 오는 10월 12일까지는 다시 의결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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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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