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인뉴스 팩트체크] 한동훈의 ‘93명이 독약 먹었다’…햄스터 효력시험을 ‘독약’으로 단정할 수 있나
[천지인뉴스 팩트체크] 한동훈의 ‘93명이 독약 먹었다’…햄스터 효력시험을 ‘독약’으로 단정할 수 있나
정범규 기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제넨셀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 논란을 두고 한동훈 의원이 강도 높은 표현을 쏟아냈다. 한 의원은 제넨셀의 동물시험 과정에서 실험동물이 죽은 사실과 이후 사람 93명에게 후보물질이 투여된 사실을 연결해 ‘독약’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그러나 실제 자료를 들여다보면 한 의원의 표현과 과학적으로 확인된 사실 사이에는 구분해야 할 지점이 있다. 우선 시험 과정에서 폐사한 동물은 한 의원이 언급한 ‘쥐’가 아니라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시킨 햄스터였다. 더욱 중요한 것은 문제의 시험이 후보물질의 독성 여부를 직접 확인하기 위한 독성시험이 아니라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살펴보는 효력시험이었다는 점이다.
한 의원은 자신의 SNS에서 식약처가 동물의 토혈·폐사 내용이 삭제된 보고서에 속지 않았다면 93명의 시민이 ‘독약’을 먹지 않았을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후보물질이 실제로 ‘독약’이었다는 판단과 동물시험 과정에서 햄스터 한 마리가 폐사했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 동일한 명제가 아니다.
효력시험과 독성시험, 무엇이 다른가
신약 개발 과정의 동물시험은 목적에 따라 구분된다.
효력시험은 질환동물 모델 등에 후보물질을 투여해 치료 효과가 나타나는지를 확인하는 시험이다. 반면 독성시험 등 안전성 평가는 후보물질이 생체에 미치는 독성이나 안전성 등을 확인하는 별도의 과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소속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의 신약개발 안내자료에서도 질환동물 모델을 이용한 약리시험과 안전성 평가는 구분된다. 이번 논란의 햄스터 시험 역시 후보물질의 독성을 직접 확인하기 위한 시험이 아니라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효력시험이었다고 당시 식약처 심사관의 법정 증언을 인용한 보도에서 확인됐다.
당시 코로나19에 감염된 햄스터 고용량 투여군 5마리 가운데 1마리가 폐사했고 약물 역류와 토혈 등이 관찰됐다. 다른 개체에서도 이상 증상이 나타났다. 이 사실 자체를 가볍게 볼 이유는 없다.
그러나 왜 햄스터가 죽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당시 식약처 심사관은 법정에서 해당 햄스터의 폐사를 후보물질의 독성 때문이라고 판단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자체에 따른 폐사 가능성과 작은 동물에게 약물을 투여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상 가능성 등도 함께 고려했다는 것이다. 이는 실제 사망 원인이 무엇이었다고 확정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적어도 당시 심사 단계에서 ‘약물 독성으로 죽었다’고 단정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따라서 ‘햄스터가 죽었다 → 후보물질은 독약이다’라는 단순한 등식은 현재 확인된 자료만으로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고 제넨셀의 자료 누락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반대편 사실도 분명히 해야 한다.
제넨셀 측의 동물시험 자료 작성·제출 과정에는 법원이 문제를 인정한 부분이 있다.
제넨셀 설립자 강모씨는 동물시험 결과를 숨긴 채 임상시험 승인을 받아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방해한 혐의 등이 1심에서 유죄로 인정돼 2024년 12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즉 두 사실을 섞어서는 안 된다.
햄스터의 폐사와 이상 증상 등이 보고서에서 삭제·누락된 문제는 엄중하게 따져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곧 후보물질 자체가 ‘독약으로 확인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당시 식약처 심사관은 실패한 모든 효력시험 자료가 반드시 제출돼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증언하면서도, 이상 결과가 있었다면 이에 대한 고찰 없이 없었던 일처럼 넘어가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는 취지의 증언도 했다.
그렇다면 실제 투약받은 93명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제넨셀의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ES16001은 2022년 국내 임상 2상 과정에서 실제 93명에게 투여됐다. 식약처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3개 기관에서 각각 9명, 15명, 69명에게 투약됐다.
여기서도 확인된 사실과 정치적 표현을 구별해야 한다.
식약처는 해당 93명 가운데 현재까지 중대하고 예상하지 못한 약물이상반응 의심사례인 SUSAR가 보고된 사례는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SUSAR가 없었다는 것이 모든 종류의 이상반응이 전혀 없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식약처는 다른 종류의 이상반응 발생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고 보도됐다.
그럼에도 한 의원은 이들 93명이 ‘독약’을 먹었다는 취지의 표현을 사용했다.
정치인의 의혹 제기와 과학적 사실은 구별돼야 한다
김승원 후보자가 당시 식약처장에게 제넨셀 임상시험 관련 내용을 전달한 사실은 김 후보자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그 연락이 적절했는지, 실제 심사와 승인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검증해야 할 문제다.
검찰 역시 김 후보자가 제넨셀 측과 연결된 양씨의 요청을 받고 식약처에 신속한 처리를 요청한 문제를 수사했다. 검찰은 김 후보자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내리면서도 청탁 자체가 위법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김 후보자는 해당 처분에도 불복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관련 강씨와 양씨의 뇌물공여약속 혐의 재판도 아직 진행 중이다.
그러므로 김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을 검증하는 것과 후보물질을 ‘독약’으로 규정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특히 의약품 안전 문제는 국민에게 직접적인 불안감을 줄 수 있는 분야다. 정치인이 의혹을 제기할 자유와 책임은 있지만, 그 과정에서 효력시험과 독성·안전성 평가를 구분하지 않은 채 동물 폐사를 곧바로 ‘독약’이라는 단어와 연결한다면 그 표현이 확인된 과학적 사실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는 별도로 검증받아야 한다.
제넨셀 측의 자료 누락은 법원이 판단한 사안대로 따져야 한다. 김 후보자의 식약처 연락 역시 사실관계와 영향 여부를 규명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한 정치인이 사용하는 모든 표현까지 사실로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말하는 정치인이라면 더욱 정확한 용어와 근거가 요구된다. ‘쥐가 죽었다’, ‘93명이 독약을 먹었다’는 강렬한 문장이 국민의 불안을 자극하기 전에, 실제 시험동물이 무엇이었는지, 어떤 목적의 시험이었는지, 폐사 원인이 무엇으로 확인됐는지, 사람에게 투여된 이후 어떤 안전성 정보가 보고됐는지부터 구분해서 설명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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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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