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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인뉴스] 조희대 “못 먹어보던 음식 먹고 싶어”…사법부 수장의 ‘공정 잣대’는 어디에

[천지인뉴스] 조희대 “못 먹어보던 음식 먹고 싶어”…사법부 수장의 ‘공정 잣대’는 어디에

정범규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업무추진비를 이용한 고가 식사 논란을 해명하며 “그동안 못 먹어보던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는 게 우리 구성원들의 소망”이라는 취지로 발언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단순히 한 끼 식사의 가격을 넘어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예산을 바라보는 사법부 수장의 인식과 법관에게 요구되는 윤리 기준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는 대법원장 업무추진비로 서울 방배동 스시 오마카세 점심 1인당 7만5000원, 반포동 한정식 점심 6만5000원, 호텔 레스토랑 저녁 코스 18만원 등이 결제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 대법원장은 자신이 예산 배정이나 집행에 관여하지 않고 당일 식사비가 얼마인지도 알지 못했다며 법원행정처 담당자가 카드를 관리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조 대법원장이 고가 식사의 배경을 설명하면서 내놓은 발언은 또 다른 논란을 불러왔다. 그는 법관과 직원들이 육아 등 여러 사정으로 자주 모이기 어렵다면서 한 번씩 만날 때 “그동안 못 먹어보던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 하는 게 우리 구성원들의 소망”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경우에 따라 금액이 기준을 넘어간 일이 있었던 것 같다며 이번에 처음 알았다고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시정하겠다며 국민에게 송구하다는 뜻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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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집행되는 업무추진비가 법관과 직원들이 평소 접하기 어려운 음식을 경험하기 위한 비용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업무추진비는 개인의 식생활이나 구성원의 희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주어진 돈이 아니라 공적인 업무 수행을 위해 편성된 예산이다.

국감에서도 이 대목을 둘러싼 비판이 이어졌다. 김기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평소 먹지 못하던 음식을 먹게 해준다는 논리라면 다른 국가기관 역시 같은 방식으로 업무추진비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부적절한 답변이라고 지적했다. 이성윤 민주당 의원도 서민들이 소주 한 병 가격조차 부담스러워하는 현실을 언급하며 조 대법원장의 발언을 비판했다.

더욱 민감한 부분은 업무추진비 집행 과정에서 참석 인원이 실제보다 많게 기재됐다는 의혹이다. 국감에서는 지난 1월 한 식사 자리의 업무추진비 지출 기록에는 참석자가 11명으로 기재됐지만 실제 참석자는 7명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관련 사실관계와 청탁금지법 적용 여부를 철저히 살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이 부분은 관계기관의 확인과 조사 결과를 통해 최종적으로 가려져야 한다.

조 대법원장은 자신이 업무추진비 카드를 직접 본 적도 없고 구체적인 집행 과정에도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그러나 사법부 수장의 책임은 직접 카드를 긁었느냐의 문제만으로 한정하기 어렵다. 대법원장 명의로 집행되는 예산이라면 그 집행 체계가 적정했는지, 잘못된 기록이 있었다면 왜 그런 일이 반복됐는지, 내부 통제는 제대로 작동했는지 확인하는 것 역시 사법행정 책임의 영역이다.

이번 논란이 더 무겁게 다가오는 이유는 법원이 국민의 행위를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법관은 다른 사람의 잘못을 판단하고 때로는 벌금과 징역, 해고와 파면 등 한 사람의 삶을 뒤흔들 수 있는 판단을 내린다. 그렇기 때문에 법관 자신과 사법행정에는 일반 공직사회보다 오히려 더 엄격한 윤리의식과 투명성이 요구된다.

사법의 공정성은 판결문 안에서만 완성되지 않는다. 법을 집행하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에게도 같은 원칙을 적용한다는 국민적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

국민에게는 작은 규정 위반까지 법과 원칙을 강조하면서 법원 내부의 예산 집행 문제에서는 “몰랐다”, “담당자가 했다”, “시정하겠다”는 설명만 반복한다면 국민은 사법부가 과연 자신에게도 똑같은 잣대를 적용하고 있는지 묻게 된다. 이것이 이번 논란에서 법원이 가장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지점이다.

특히 “못 먹어보던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는 구성원들의 소망이라는 설명은 서민들의 생활 현실과도 상당한 거리가 있다. 고물가 속에서 외식 한 번을 고민하고 한 끼 가격을 따져야 하는 국민에게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최고 사법기관에서 나온 이런 설명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사법부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법부 독립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사법부 독립이 국민의 감시와 공직 윤리로부터의 독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다른 권력기관으로부터 독립된 사법부일수록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윤리와 책임의 잣대를 적용해야 그 독립의 정당성을 국민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

조 대법원장이 국민에게 송구하다며 재발 방지를 약속한 만큼 이제 필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투명한 확인과 제도 개선이다. 업무추진비가 어떤 기준으로 집행됐는지, 참석 인원이 실제와 다르게 기록된 사례가 있다면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 명확하게 밝히고 잘못된 관행이 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법원이 국민에게 요구하는 준법과 책임의 무게만큼 법관과 사법부도 스스로에게 엄격해야 한다. 법 앞의 평등이라는 원칙에 법관만을 위한 별도의 저울은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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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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