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천지인뉴스] 민주당, 김기현 1심 무죄에 강력 반발…“배우자 통한 명품백 제공, 책임은 어디에”

[천지인뉴스] 민주당, 김기현 1심 무죄에 강력 반발…“배우자 통한 명품백 제공, 책임은 어디에”

전은수 원내대변인 “국민 상식으로 납득 어려운 판결”…특검에 즉각 항소 촉구

법원, 배우자 청탁금지법 위반 유죄·김 의원 공모 증거 부족 판단…권력형 금품 제공 책임 논란

정범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김건희 씨에게 267만 원 상당의 명품 가방을 제공한 사건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무죄가 선고된 데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배우자의 금품 제공 행위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김 의원의 공모 책임은 인정하지 않은 법원 판단을 두고 정치적·법적 책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전은수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30일 서면브리핑에서 김 의원의 1심 무죄 판결에 강한 유감을 표시하며 특검의 즉각적인 항소를 촉구했다. 전 대변인은 명품 가방이 전달된 배경과 그로 인해 정치적 이익을 얻은 당사자의 관계를 보다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판결은 배우자를 통한 금품 제공이 확인됐을 때 정치인 본인의 공모 책임을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는지라는 문제를 남겼다. 법원은 배우자라는 관계나 정치적 수혜 가능성만으로 공모를 추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이러한 판단이 국민의 상식과 동떨어져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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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지난 30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기현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배우자 이모 씨에게는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하고 해당 가방의 몰수를 명령했다.

사건은 2023년 3월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직후 발생했다.

김 의원의 배우자는 같은 해 3월 17일 김건희 씨에게 267만 원 상당의 로저비비에 클러치백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여당 당대표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으며, 가방 제공이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된 행위라고 판단했다.

단순한 친분에 따른 의례적 선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반면 김 의원에 대해서는 배우자와 공모했다고 인정할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가방 구매에 김 의원의 급여 계좌와 연결된 가족카드가 사용됐고, 김 의원의 이름이 기재된 메모가 있었다는 정황 등이 제시됐지만, 재판부는 이러한 사정만으로 김 의원이 선물 제공을 사전에 알거나 관여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배우자가 독자적으로 가방을 구매하고 전달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은수 원내대변인은 이에 대해 배우자가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지원에 대한 대가로 김건희 씨에게 명품 가방을 제공한 행위가 유죄로 인정됐는데도 김 의원에게 무죄가 선고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전 대변인은 특히 당대표 선거 지원에 따른 정치적 이익을 얻은 사람은 김 의원 본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배우자가 남편과 상의하지 않고 대통령 배우자에게 고가의 가방을 제공했다는 설명을 국민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는 문제 제기다.

민주당은 이번 판결이 권력형 금품 제공 사건에서 책임 소재를 판단하는 데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이번 재판에서 적용된 혐의는 청탁금지법 위반이다. 형법상 뇌물죄가 인정된 사건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청탁금지법 위반과 뇌물죄는 각각 적용 요건과 처벌 구조가 다르며, 금품 제공에 관여한 사람의 형사책임 역시 개별 증거에 따라 판단된다.

따라서 이번 무죄 판결이 앞으로 배우자를 통한 모든 금품 제공 행위에 면책을 허용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럼에도 배우자를 매개로 권력자에게 금품이 전달되는 사건에서 실제 의사결정자와 공모 관계를 어떻게 규명할 것인지는 중요한 과제로 남는다.

특히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힌 금품 제공 사건에서는 자금 출처와 구매 과정, 전달 경위, 사전 연락 및 사후 대응 등을 면밀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민주당은 김건희 씨와 관련한 다른 사건의 재판 결과까지 거론하며 사법부 판단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전 대변인은 특검이 항소를 통해 김 의원의 책임을 다시 다퉈야 한다고 촉구하고, 로저비비에 가방 제공 사건의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의 쟁점은 배우자의 유죄가 곧 김 의원의 유죄를 의미하는지 여부가 아니다.

법원이 요구한 공모 입증 기준을 존중하면서도 정치적 이익과 금품 제공 사이의 관계를 얼마나 철저히 규명했는지, 그리고 유사한 사건에서도 같은 기준이 일관되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따져보는 일이다.

특검의 항소심 대응과 상급심 판단에 따라 이번 사건의 법적 책임 범위가 다시 논의될 전망이다.

정범규 기자의 시선

배우자를 통해 전달하면 책임에서 벗어나는가…법은 누구에게나 같은 기준이어야 한다

이번 판결에서 가장 먼저 구분해야 할 것은 무죄의 이유다. 법원은 김기현 의원이 정치적 이익을 얻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라, 배우자의 금품 제공에 김 의원이 공모했다는 사실이 형사재판의 증명 기준에 이를 만큼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형사재판에서 의심만으로 유죄를 선고할 수 없다는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의 범죄에 자동으로 책임을 지우는 것 역시 법치주의에 어긋난다.

그러나 여기서 질문을 멈출 수는 없다.

앞으로 다른 공직자나 정치인의 배우자가 이해관계자를 통해 고가의 선물을 주고받는 사건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공직자 본인이 직접 지시하거나 공모했다는 증거가 없다면 모두 같은 결론에 도달할 것인가. 아니면 그때는 자금 출처와 정치적 이익, 전달 과정과 사후 정황을 종합해 다른 판단을 내릴 것인가.

이번 판결이 모든 배우자 관련 금품 사건의 무죄를 뜻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법원이 설정한 공모 입증 기준은 앞으로도 일관되게 적용돼야 한다.

배우자가 개입했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책임을 확대해서도 안 되지만, 배우자라는 관계가 사실상 책임 회피의 통로가 되도록 방치해서도 안 된다.

그렇다면 극단적으로 공직자와 이해관계자가 배우자를 통해 금품을 주고받는 구조를 만들었을 때, 현행 법률과 수사제도는 그 실질을 밝혀낼 수 있는가.

이 질문은 뇌물죄를 없애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뇌물죄와 청탁금지법이 보호하려는 공직의 청렴성과 직무의 공정성을 현실에서 제대로 지켜낼 수 있느냐는 문제다.

법원이 무죄를 선고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판단이 남긴 제도적 허점과 사회적 의문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법은 배우자를 처벌하고 본인을 면책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행위와 책임을 증거에 따라 정확히 가려내기 위해 존재한다. 그 기준이 권력자의 사건에서도, 평범한 국민의 사건에서도 똑같이 작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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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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