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법관 증원 입장 바꾼 국민의힘과 보수 언론… “정치 유불리에 따라 흔들리는 이중잣대” 비판
정범규 기자
과거에는 대법관 수 증원 주장하며 개혁 앞장
정권 바뀌자 “사법 장악” 프레임으로 반대 급선회
사법부 개혁의 본질 외면한 정략적 대응 비판 커져
대법원 판사 증원 논의를 두고 국민의힘과 보수 언론의 입장이 과거와 정반대로 뒤집히면서 정치적 이중잣대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사법부의 업무 과부하를 해소하고 재판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대법관 수 증원을 주장했던 이들이, 정권이 바뀌자 돌연 ‘사법 장악’ 프레임으로 입장을 선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기록에 따르면, 2018년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대법관 수를 14명에서 2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당 차원에서 검토하며 사법개혁의 핵심 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해당 법안은 대법원 업무 과부하 해소, 국민의 재판 청구권 강화, 판결 지연 최소화를 명분으로 제안됐고, 당시 일부 보수 언론들도 사설을 통해 “시대적 요구”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최근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의 대법관 증원 추진에 대해 “사법부 독립성 훼손”, “정치적 코드 인사 확대 우려”라며 정면으로 반대하고 있다. 보수 언론들 역시 “여당의 사법 장악 시도”라는 논조로 급격히 입장을 바꾸며 여론전을 펴고 있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사법·법조계 일각에서는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사법개혁의 원칙을 흔드는 행위”라며 강한 유감을 표하고 있다. 한 헌법학 교수는 “사법개혁은 정권의 색깔을 떠나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고 사법 시스템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문제”라며 “정치권이 사법개혁을 정쟁의 도구로 삼는 순간, 신뢰를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법관 1인이 처리해야 할 사건 수는 지난 20년간 급증해 왔다. 판사 1인당 연간 사건 처리량은 OECD 평균을 훌쩍 넘는 수준이며, 이로 인해 충분한 심리와 판결이 어려운 구조적 병목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사법부 내부에서도 업무 분산과 전문성 확보를 위해 증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동안 “법원은 국민의 권리를 다투는 최후의 보루이며, 국민의 입장에서 재판 지연과 오판을 줄이기 위한 제도 정비는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여당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대법관 수 증원을 포함한 사법개혁안을 국회에서 추진 중이다.
정치권과 언론이 과거의 입장을 부정하고 정치적 계산에 따라 태도를 바꾸는 것에 대한 시민사회의 비판도 거세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보수 야당과 일부 언론은 언제는 대법원 판사 부족이 문제라더니, 정권이 바뀌자 같은 제도를 ‘사법 장악’이라 공격한다”며 “국민을 우습게 보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법개혁은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 법조계와 시민사회의 공통된 목소리다. 대법관 수 증원은 정권의 도구가 아닌, 국민의 권리와 재판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정비의 일환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일관된 원칙과 책임 있는 정치, 그리고 국민을 향한 진정성이다.


진실과 공정한 천지인 뉴스, 정확한 팩트
정범규 기자
뉴스 제보: chonjiinnews@gmail.com
저작권자 © 천지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