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인 영감】 하나라는데… 상처는 누가 꿰매나?
전당대회는 끝났지만, 승자와 패자의 마음까지 하나가 된 것은 아니다
정범규 기자

8·17 전당대회가 끝나자 더불어민주당 안에서는 ‘통합’과 ‘원팀’이라는 메시지가 잇따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우리 민주당은 하나일 때 가장 강했다”고 강조했고, 새 당대표로 선출된 김민석 대표 역시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당이 함께 뛰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경쟁했던 정청래·송영길 후보까지 청와대로 초청하기로 했다.
겉으로 보면 선거가 끝나자마자 민주당이 하나로 뭉치는 모습이다.
하지만 선거가 끝났다고 선거 과정에서 생긴 감정과 상처까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후보와 지지층을 친명·친청 등으로 구분하는 정치적 언어가 등장했고, 온라인과 유튜브를 중심으로 후보와 지지자들 사이의 공방도 거칠게 이어졌다. 경쟁이 정책과 비전의 차이를 넘어 지지자들 사이의 감정싸움으로 번진 만큼, 당원들 사이에 남은 앙금까지 외면해서는 안 된다.
특히 정청래 후보가 45.92%라는 적지 않은 득표를 얻었다는 점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당대표 선거의 결과와 최고위원 경선의 결과가 완전히 같은 방향으로 나타난 것도 아니다. 이는 민주당 내부에 다양한 생각과 흐름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하나”라고 선언하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통합은 승자가 선언한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패자가 납득하고, 서로 다른 목소리가 존중받을 때 비로소 시작된다.
선거 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논란과 갈등에 대해 누가 옳았는지를 지금 단정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논란이 전당대회 막판까지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당원들이 상처를 입었다는 사실이다.
진정한 통합을 원한다면 자신을 지지한 세력만 끌어안는 것이 아니라, 다른 후보에게 표를 던진 당원들의 목소리까지 들어야 한다. 패배한 쪽에 “이제 선거가 끝났으니 따라오라”고 요구하는 순간, 통합은 자칫 승자의 정리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경쟁 후보들을 직접 초청하고, 김민석 대표가 협력을 강조하는 것은 분명 필요한 출발이다. 그러나 진짜 통합의 시험대는 사진 한 장을 함께 찍는 순간이 아니라 그 이후다.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왔을 때 얼마나 존중하는가. 선거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를 얼마나 공정하게 다루는가. 특정 계파의 승리라는 인상을 주지 않고 당을 얼마나 공정하게 운영하는가.
결국 민주당이 진정한 ‘원팀’이 되기 위해 먼저 인정해야 할 것은 이번 전당대회가 승자와 패자만 남긴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정치적 상처도 남겼다는 사실이다.
상처를 덮는다고 상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하나다’라고 외치는 날이 아니라, 서로에게 남긴 상처부터 돌아보는 날부터 진짜 통합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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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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