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건강보험 수가체계 대수술…지역·필수의료에 연 3.6조 투자 [천지인뉴스]

건강보험 수가체계 대수술…지역·필수의료에 연 3.6조 투자 [천지인뉴스]

정범규 기자

정부가 건강보험 수가체계를 25년 만에 대대적으로 개편해 지역·필수의료 중심의 보상체계를 구축한다.

비수도권 의료기관의 수술·처치 보상을 확대하고, 진찰과 입원, 응급·분만·소아 진료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대신 검체검사와 CT·MRI 등 과보상 분야는 조정해 건강보험 재정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방안’을 6월 25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편은 2001년 건강보험 상대가치점수 제도 도입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수가 개편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검사 중심으로 운영돼 온 기존 보상체계를 지역과 필수의료 중심으로 전환해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하고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건강보험 수가체계는 혈액검사와 CT·MRI 등 검사 분야에 상대적으로 높은 보상이 이뤄진 반면 진찰, 입원, 마취, 응급수술 등 필수의료 분야는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료비용분석위원회가 의과 건강보험 수가 약 6000개를 분석한 결과 혈액검사 등 검체검사는 원가 대비 190%, CT·MRI 등 특수영상검사는 194% 수준으로 과보상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진찰과 입원, 마취 등은 상대적으로 저보상 분야로 확인됐다.

정부는 이러한 구조가 의료기관의 검사 의존도를 높이고 충분한 진료와 지역 필수의료 기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수가체계 전면 개편에 나섰다. 또한 수가 개편 주기를 기존 5~7년에서 2년 이내로 단축해 제도의 불합리한 요소를 신속히 개선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제시했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지역·필수의료에 대한 투자 확대다. 정부는 연간 3조6000억 원을 투입해 진찰과 입원, 응급, 분만, 소아 진료 등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기로 했다.

비수도권과 경기 북부 일부 권역, 인천 일부 권역 등 지역의사 의무복무 대상 진료권에서는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이 시행하는 약 2700개 수술·처치 행위에 대해 건강보험 수가를 10% 추가 가산한다. 야간이나 휴일 응급수술과 응급처치에는 추가 가산을 적용해 최대 20%까지 지역 우대수가가 적용된다.

인구감소지역 84개 시군구 소재 의료기관에는 진찰료를 5% 가산하고, 종합병원과 병원급 의료기관에는 입원료도 5% 추가 지급한다. 비수도권 모자의료센터 확대와 중소병원 감염관리 지원도 함께 추진된다.

충분한 진찰과 상담에 대한 보상도 크게 늘어난다. 의원급 초진 진찰료는 기존 1만8840원에서 1만9980원으로, 재진은 1만3370원에서 1만3900원으로 인상된다. 병원과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의 진찰료도 각각 상향 조정된다.

상급종합병원의 15분 이상 심층진찰 시범사업은 본사업으로 전환되며 적용 횟수도 연 4회에서 6회로 확대된다. 종합병원 심층진찰과 일차의료 심층상담도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입원서비스에 대한 보상도 개선된다. 일반병실 입원료는 7%, 중환자실은 10% 인상되며 간호인력 투입 수준에 따라 차등 보상이 이뤄지는 체계로 개편된다.

중증·응급의료 지원도 대폭 확대된다. 정부는 연간 9000억 원을 투입해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에서 시행하는 약 1600개 중증 수술·시술의 건강보험 수가를 20% 인상한다.

특히 권역응급의료센터를 통해 야간이나 휴일 응급으로 입원한 환자의 수술은 현행보다 크게 높아진 수가를 적용해 최대 5.5배까지 보상한다. 전신마취 수가는 50% 인상되며 중증수술에 동반되는 야간·공휴일 마취 가산율도 기존 100%에서 150%로 확대된다.

고위험 임산부와 신생아 치료체계도 강화된다. 정부는 연간 1000억 원을 투입해 중증모자센터와 권역모자센터 중심의 차등 보상체계를 구축한다.

28주 미만 또는 체중 1000g 미만 초미숙아 치료에는 추가 가산을 적용하고 비수도권 모자센터에는 지역 우대수가도 반영한다. 신생아중환자실 입원료와 처치, 고위험 임산부 입원 집중관리료도 각각 인상되며 임신·분만 관련 수술과 처치 200여 개의 수가도 20% 오른다.

소아의료 지원도 확대된다. 진찰료 가산 적용 연령은 기존 6세 미만에서 8세 미만으로 확대되며 소아중환자실 중증 처치에는 최대 100%까지 가산이 적용된다. 달빛어린이병원의 중등증 소아 진료 기능 강화를 위한 소아전문관리료도 신설된다.

급성기 이후 회복과 재활을 연계하는 의료체계 구축도 추진된다. 포괄2차병원 지원 규모는 연간 7000억 원에서 9000억 원으로 확대되고, 회복기 재활과 어린이 재활의료 지원도 강화된다.

정부는 필수의료 보상 확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검체검사와 CT·MRI 등 과보상 분야의 수가를 단계적으로 조정한다. 이를 통해 연간 2조6000억 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하고 절감된 재원을 지역·필수의료에 재투자한다는 계획이다.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도 1999년 이후 처음으로 전면 개편된다. 정부는 검사 의뢰기관과 수행기관의 역할에 맞춰 보상체계를 재설계하고 검사 품질과 환자 안전을 평가하는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1단계 개편은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되며, 2단계 개편은 2028년 하반기 추진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개편으로 환자의 전체적인 본인부담은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역 우대수가와 분만, 2세 미만 입원료 등은 본인부담이 없거나 낮게 설계됐으며, 검체검사와 CT·MRI 수가 인하에 따라 일부 검사비 부담은 오히려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수가 구조 혁신방안은 올해 12월부터 순차적으로 시행되며 모자의료센터 지원 강화 등 일부 과제는 올해 3분기부터 먼저 적용된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건강보험 수가 혁신방안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지역과 필수의료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하는 첫걸음”이라며 “수가 개편과 함께 제도 개선도 함께 추진해 국민이 지역에서도 신속하게 응급치료를 받고 안심하고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의료체계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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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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