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논객&사설

[사설]모든 어른의 책임인가…아니다, 책임져야 할 어른은 따로 있다

모든 어른의 책임인가…아니다, 책임져야 할 어른은 따로 있다

정범규 기자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이 광주를 찾아 피해 학생들에게 직접 사과하고,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기로 했다.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배우는 교육의 과정이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일부 언론의 시선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많은 기사와 논평이 “어른들의 책임이 더 크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얼핏 맞는 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이 표현은 중요한 문제를 하나 놓치고 있다.

정말 모든 어른의 책임인가.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책임은 모두에게 똑같이 있는 것이 아니다. 책임은 원인을 만든 사람에게 더 무겁게 물어야 한다. “어른들”이라는 표현으로 사회 전체를 하나로 묶어버리면, 정작 책임져야 할 사람들의 책임은 희석된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이미 역사적·법적 평가가 이루어진 국가적 사건이다. 국가 차원의 진상규명과 법원의 판단, 국가기념일 지정 등을 거치며 민주화운동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럼에도 일부 극단적 정치세력과 일부 극우 성향 인사들은 지금까지도 왜곡과 음모론을 반복해 왔다.

문제는 바로 그 지점이다.

“모든 어른의 책임”이 아니라, 역사 왜곡을 정치적 도구로 사용하고 음모론을 소비하며 갈등을 확대해 온 일부 정치인과 일부 극단적 세력의 책임을 먼저 묻는 것이 순서다.

학생들은 잘못을 인정했다.

상대 학교를 찾아 사과하기로 했고, 5·18민주묘지를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하기로 했다. 교육적으로 가장 중요한 ‘책임’을 스스로 배우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일부 정치인은 전혀 다른 메시지를 내놓았다.

국민의힘 이진숙 의원은 배재고에 “배재고 학생들과 함께 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화환을 보냈다. 또 “생각에 수갑을 채우는 것”이라며 학생들에 대한 징계가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일부 국민의힘 인사들 역시 징계 수위가 과도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놓으며 학생들을 감싸는 목소리를 냈다.

물론 징계의 적정성은 토론할 수 있다. 민주사회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학생들이 이미 반성과 사과를 선택한 시점이라면 정치권이 먼저 해야 할 일은 갈등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적 해결을 응원하는 것이었어야 한다.

정치인의 말은 개인의 말과 다르다. 학생들에게 보내는 정치적 메시지는 사회적 의미를 갖는다. 반성과 화해의 과정보다 정치적 공방을 앞세우는 모습은 학생들에게도 결코 바람직한 신호가 될 수 없다.

이번 일을 두고 “어른들의 책임”이라고만 말하는 것은 너무 쉽다.

그 말 속에는 역사 왜곡을 반복해 온 일부 세력의 책임도, 갈등을 정치적으로 소비해 온 일부 정치인의 책임도 함께 희석된다.

모든 어른을 비난하는 것은 정의가 아니다.

책임은 책임질 사람이 져야 한다.

학생들은 이미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어른들이다.

다만 그 ‘어른들’은 사회 전체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역사를 왜곡하고, 갈등을 부추기고, 반성과 화해의 과정을 다시 정치적 대립으로 끌어들이는 일부 몰지각한 어른들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학생들을 향한 응원 화환이 아니라, 역사 앞에서의 책임감과 공동체를 향한 성숙한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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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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