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부정선거를 외칠 자유는 있지만 국가대표의 꿈까지 막을 권리는 없다 [천지인뉴스]
(사설)부정선거를 외칠 자유는 있지만 국가대표의 꿈까지 막을 권리는 없다 [천지인뉴스]

정범규 기자
민주주의 사회에서 의혹을 제기할 자유는 보장받아야 한다. 선거 결과에 대한 문제 제기 역시 법과 제도 안에서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며,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순간 그 행위는 더 이상 민주주의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영역으로 넘어가게 된다.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일대에서 이어지고 있는 부정선거 주장 시위가 바로 그러한 지점을 보여주고 있다. 시위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그 과정에서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은 정치권도, 선거관리위원회도 아닌 국가대표 선수들과 체육인들이다.
현재 드러난 피해는 결코 가볍지 않다. 대한펜싱협회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사용해야 할 장비를 꺼내지 못해 다른 선수들의 장비를 빌려 국제대회를 준비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밝혔다. 펜싱은 장비에 대한 적응도가 경기력과 직결되는 종목이다. 수년 동안 자신의 장비에 맞춰 훈련해 온 선수들이 갑자기 남의 장비를 사용해야 하는 현실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국가 경쟁력의 손실이다.
국가대표 지도자와 직원들의 급여 지급도 차질을 빚고 있다. 각종 국제대회 참가 신청과 항공권 발권, 숙소 예약, 선수 등록 업무 역시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체육지도사 국가시험 운영에도 문제가 발생했고 세금 납부 업무까지 지연되고 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체육 행정의 핵심 기능 일부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놓인 것이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상황을 수습해야 할 정치권 일부가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현장을 찾아 시위대와 연대하며 공권력 투입 시 끝까지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국가대표 선수들과 체육단체가 겪고 있는 피해에 대한 진지한 해법을 제시하기보다 시위 현장을 정치투쟁의 무대로 활용하는 모습에 가까웠다. 지도부가 해야 할 일은 불법 여부를 떠나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고 피해를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나온 메시지는 중재보다 대결이었고, 해결보다 결집이었다.
특히 체육단체 관계자들의 물품 반출 시도마저 일부 시위 참가자의 반대로 무산된 상황에서 정치 지도자가 “한 사람의 반대도 존중돼야 한다”고 말한 것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발언이다. 민주주의는 소수 의견을 존중하는 제도이지만, 동시에 다수 시민의 권리와 공공의 이익 역시 보호해야 하는 체제다.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권과 국민의 스포츠 행정 서비스는 한 사람의 반대보다 가벼운 가치가 아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시위 현장에서 나타나는 극단적 정치문화다.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면 적으로 규정하고, 법적 절차보다 직접 행동을 우선시하며, 공공시설을 점거하는 방식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모습은 민주주의의 성숙한 시민의식과 거리가 멀다. 민주주의는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물리적 점거나 사회 기능 마비를 통해 뒤집는 체제가 아니다. 증거가 있다면 법정으로 가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면 국회와 공론장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원칙이다.
정치권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선거 결과에 대한 불신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고 국민이 피해를 입는다면 정치인은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진정으로 국민을 생각한다면 시위대를 더욱 강경하게 만드는 선동이 아니라 합리적 해법과 질서 있는 문제 해결을 촉구해야 한다.
국민들은 묻고 있다.
도대체 국가대표 선수들이 무슨 죄를 지었는가.
국제대회를 준비하는 청년 선수들이 왜 정치적 갈등의 희생양이 되어야 하는가.
부정선거를 주장할 자유는 있다. 그러나 그 자유가 국가대표 선수의 꿈을 막고, 체육 행정을 마비시키고, 다른 시민들의 권리를 침해할 권리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훼손한다면 그 주장은 스스로 정당성을 잃게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강한 대치가 아니다. 법과 제도 안에서 진실을 밝히고, 공공 기능을 정상화하며, 더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책임 있는 행동이다. 국가대표 선수들의 시간은 정치권의 정쟁보다 훨씬 소중하다. 대한민국 스포츠의 미래가 음모론과 정치적 선동의 볼모가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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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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