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 제15화. 폐허가 된 안방, 말라가는 육신
[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 제15화. 폐허가 된 안방, 말라가는 육신

그날의 다툼 이후 부부는 철저한 타인(他人)이 되었다. 정환은 자정이 넘어서야 술에 취해 들어와 곧장 작은방으로 들어가 버렸고, 유진은 밤마다 혼자 안방에 틀어박혀 악몽과 가위눌림에 시달렸다. 서로를 숨 막히게 탐닉했던, 뜨거운 체온과 달콤한 신음으로 가득했던 신혼의 침실은 이제 냉기만 감도는 싸늘한 폐허가 되어버렸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조상들의 맹렬한 영적 싸움을 육신으로 받아내며, 유진의 몸은 끔찍하게 망가져 갔다. 한때 생기가 넘치고 매끄러웠던 살결은 푸석하게 말라붙었고, 볼살이 움푹 패어 광대뼈가 도드라졌다. 두 눈 밑에는 짙은 검은 그림자가 깊게 자리 잡았고, 음식 냄새만 맡아도 헛구역질이 올라와 제대로 된 식사조차 하지 못했다. 몸무게는 10kg 가까이 빠져, 그녀의 모습은 마치 산송장이나 다름없었다.
정신 역시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졌다. 밖으로 겉도는 남편에 대한 원망과 의심, 그리고 내치고 싶지 않음에도 몸이 먼저 반응해 버리는 기괴한 현상에 대한 공포가 유진의 영혼을 갉아먹었다. 매일 밤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자신의 몸을 쥐어뜯던 유진은, 이대로 가다가는 자신이 정말 미쳐 죽거나 남편이 밖에서 사고를 당할 것이라는 끔찍한 직감에 사로잡혔다.
현대 의학으로도, 부부의 눈물겨운 노력으로도 풀 수 없었던 기괴한 병. 유진은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아니 살기 위한 마지막 발버둥으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 되었다. 용하다는 무당을 수소문하던 끝에 그녀의 귀에 들어온 이름, 영험한 벼락신장의 기운으로 죽어가는 사람을 살려낸다는 하동 산자락의 ‘김 법사’.
그렇게 유진은 마지막 숨을 헐떡이며 천신장군암의 가파른 산길을 오르게 된 것이었다.
(다음 회에 계속)
글쓴이 계룡산 벼락신장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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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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