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평 천지인 영감/연재 소설

[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뱀꿈에 갇힌 부부]제19화. 남편에게도 나타나기 시작한 이상한 변화

[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뱀꿈에 갇힌 부부]제19화. 남편에게도 나타나기 시작한 이상한 변화

유진이 천신장군암을 다녀간 뒤 며칠이 지났다.

나는 상담을 마치면서 당장 굿이나 큰 의식을 권하지 않았다.

먼저 집에서 해볼 수 있는 것부터 해보라고 했다.

잠자리를 억지로 회복하려 하지 말 것.

꿈에서 반복해서 보이는 것을 적어둘 것.

정환 집안의 윗대 이야기를 조금 더 알아볼 것.

그리고 무엇보다 남편과 일상적인 관계부터 다시 만들어볼 것.

유진은 내가 적어준 내용을 그대로 해보려고 했다.

처음 시작한 것은 함께 밥을 먹는 일이었다.

각방을 쓰기 시작한 뒤 두 사람은 같은 집에 살면서도 식사조차 따로 하는 날이 많았다.

정환이 늦게 들어오면 유진은 먼저 먹었다.

주말에도 각자 알아서 끼니를 해결했다.

그날 저녁 유진은 오랜만에 정환에게 먼저 물었다.

“오늘 몇 시쯤 와?”

“왜?”

“그냥. 저녁 같이 먹으려고.”

전화기 너머로 잠시 말이 없었다.

“나하고?”

“그럼 누구하고 먹어.”

정환은 조금 머쓱한 듯 웃었다.

“알았어. 일찍 갈게.”

그날 정환은 평소보다 일찍 들어왔다.

특별한 음식을 차린 것도 아니었다.

유진은 된장찌개를 끓이고 반찬 몇 가지를 꺼냈다.

정환이 식탁에 앉았다.

두 사람은 처음에는 별말 없이 밥만 먹었다.

오랫동안 제대로 마주 앉지 않았던 탓인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조차 어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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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환이 먼저 입을 열었다.

“오늘은 꿈 어땠어?”

“어제는 안 꿨어.”

“진짜?”

“응.”

“다행이네.”

짧은 대화였다.

하지만 예전 같으면 하지 않았을 말이었다.

유진도 천천히 남편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제야 전에 보이지 않던 것이 눈에 들어왔다.

정환의 얼굴도 많이 상해 있었다.

눈 밑은 어두웠고 볼살도 조금 빠져 있었다.

“당신도 살 빠졌네.”

정환이 숟가락을 멈췄다.

“내가?”

“응. 얼굴이 안 좋아.”

“술 많이 먹어서 그렇겠지.”

정환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나 유진은 그날부터 남편을 조금 더 자세히 보기 시작했다.

새벽에 인기척이 들리는 날이 있었다.

처음에는 화장실에 가는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날 방문을 열고 나오니 정환이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불도 켜지 않은 채였다.

“뭐 해?”

정환이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잠이 안 와서.”

“당신도 잠 못 자?”

“가끔.”

“언제부터?”

정환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냥 요즘 좀 그래.”

유진은 그 말을 듣고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는 동안 정환은 아무렇지도 않게 잘 자는 줄 알았다.

각방을 쓰면서부터 남편의 밤을 알지 못했을 뿐이었다.

“꿈도 꿔?”

유진이 물었다.

“꿈?”

“응. 이상한 꿈 같은 거.”

정환이 피식 웃었다.

“당신 때문에 이제 나까지 꿈 검사받아야 되나?”

농담처럼 한 말이었다.

유진도 따라 웃으려 했다.

그런데 정환의 표정이 어딘가 이상했다.

“왜?”

“뭐가.”

“당신도 이상한 꿈 꿔?”

정환이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다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가끔.”

유진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무슨 꿈?”

“별거 아니야.”

“말해봐.”

정환은 귀찮다는 듯 머리를 쓸어넘겼다.

“요즘 이상하게 산 같은 데를 자꾸 돌아다니는 꿈을 꿔.”

“산?”

“응.”

유진은 아무 말 없이 남편을 바라봤다.

“어떤 산인데?”

“몰라. 처음 보는 데야.”

정환은 꿈을 자세히 기억하지 못했다.

산인지 숲인지 분명하지 않은 곳을 혼자 걷고 있었다.

길은 축축했고 주변에는 나무가 빽빽했다.

어디선가 자꾸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면 아무것도 없었다.

다시 걸으면 또 소리가 따라왔다.

“뭐가 따라오는 것 같았어?”

유진이 물었다.

“모르겠다니까.”

정환의 목소리가 조금 날카로워졌다.

그러다 곧 미안한 듯 말을 낮췄다.

“미안하다. 그냥 꿈이야.”

유진은 더 캐묻지 않았다.

내가 했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확인되지 않은 것을 억지로 맞추려고 하지 말라는 말.

그날 밤 유진은 정환이 말한 내용을 따로 적어두었다.

산인지 숲인지 모르는 곳.

축축한 길.

뒤에서 따라오는 바스락거리는 소리.

그것뿐이었다.

뱀이 나왔다는 말도 없었다.

피를 봤다는 말도 없었다.

그러니 유진 역시 그것을 자신의 꿈과 억지로 연결하지 않았다.

며칠 뒤에는 또 다른 일이 있었다.

주말 아침이었다.

유진이 부엌에서 아침을 준비하고 있는데 거실에서 무엇인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탁.

“여보?”

대답이 없었다.

유진이 거실로 나갔다.

정환은 소파 앞에 서 있었다.

바닥에는 마시던 물컵이 떨어져 있었다.

다행히 깨지지는 않았다.

“왜 그래?”

정환이 자기 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몰라.”

“뭐가?”

“갑자기 손에 힘이 빠졌어.”

유진이 다가가려다 본능적으로 걸음을 멈췄다.

아직 정환에게 가까이 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정환도 그것을 알아차렸는지 괜찮다는 듯 손을 흔들었다.

“별거 아니야.”

“병원 가봐야 하는 거 아니야?”

“잠을 못 자서 그런가 보지.”

정환은 컵을 주워 싱크대에 가져다 놓았다.

그 일도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하지만 유진은 마음에 걸렸다.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

이상한 꿈.

갑자기 손에 힘이 빠진 것.

술이 늘어난 것까지.

전에는 자기 문제에 가려 보이지 않던 남편의 변화가 하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정환이 퇴근해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자 유진이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정환이 먼저 물었다.

“왜?”

유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또 냄새 나?”

정환이 먼저 알아차렸다.

유진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많이?”

“아니.”

유진은 잠시 망설였다.

“전하고 좀 달라.”

“뭐가 다른데?”

유진은 남편에게 조금 가까이 가보았다.

몸이 긴장하기는 했지만 예전처럼 당장 도망치고 싶은 정도는 아니었다.

“비린내는 조금 덜한 것 같아.”

정환의 얼굴이 묘하게 변했다.

“진짜?”

“응.”

처음이었다.

아주 작은 변화였지만 분명 전과 달랐다.

정환도 그것을 느꼈는지 아무 말 없이 유진을 바라봤다.

하지만 두 사람은 몰랐다.

한쪽에서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는 동안 다른 한쪽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움직이고 있었다.

정환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정환은 화면을 확인하더니 바로 뒤집어놓았다.

유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화면에 뜬 이름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정환은 알고 있었다.

지영이었다.

(다음 회에 계속)

글쓴이 | 천신장군암 계룡산 벼락신장법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은 실제 점사와 무속 현장에서 겪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소설 형식으로 재구성한 연재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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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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