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뱀꿈에 갇힌 부부]
제3화. 완벽한 궁합의 함정, 서로 밀어내는 두 집안
유진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밖에서는 농수로를 타고 흐르는 물소리가 들렸다.
그날은 날이 흐렸다.

산 쪽에서 내려온 바람이 마당을 지나갈 때마다 집 뒤 대숲이 한 차례씩 흔들렸다. 요사채 쪽은 조용했고, 점상 앞 촛불만 일정하게 타고 있었다.
나는 유진과 남편의 사주를 다시 나란히 놓았다.
“결혼 전에 궁합을 세 군데나 보셨다고 했지요?”
“네.”
“시어머니께서 직접 보러 다니신 겁니까?”
“네. 결혼 날짜 잡기 전에요. 제가 알기로는 부산에서 두 군데 보고 다른 지역에서도 한 번 본 것으로 알아요.”
“세 군데 모두 좋다고 했고요?”
“그랬어요.”
유진은 허탈하다는 듯 웃었다.
“한 군데에서는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궁합이라고까지 했어요. 시어머니도 너무 좋아하셨고요. 저희도 그 말을 믿었어요.”
“틀린 말이라고만 하기는 어렵습니다.”
유진이 나를 바라봤다.
나는 두 사람의 사주를 짚었다.
“두 사람 사주만 놓고 보면 나쁜 궁합은 아닙니다. 크게 충돌하는 부분도 두드러지지 않고 서로 보완해주는 것도 있습니다. 그러니 사주만 본 사람들은 좋다고 했을 겁니다.”
“그런데요?”
“사람 둘만 결혼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유진이 이해하지 못한 얼굴로 되물었다.
“무슨 말씀이세요?”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쉽게 풀어 설명했다.
“결혼하면 두 사람이 한집에서 삽니다. 그런데 두 사람에게는 각자 부모가 있고 그 위에는 또 조상이 있지요. 결국 서로 다른 두 집안의 핏줄이 한집에서 만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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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은 말없이 듣고 있었다.
“나는 궁합을 볼 때 두 사람 사주만 보고 끝내지 않습니다. 특히 이유를 알 수 없는 일이 반복되면 조상줄까지 같이 봅니다.”
“저희 조상님들한테 문제가 있다는 말씀이세요?”
“문제가 있다기보다 서로 맞부딪히고 있다고 보는 편이 맞겠습니다.”
유진의 손이 멈췄다.
“친정하고 시댁 조상님들이요?”
“그렇습니다.”
두 사람의 사주를 다시 살폈다.
점사에서 잡히는 것은 단순한 부부싸움이나 성격 차이가 아니었다.
유진의 친정 쪽과 남편의 집안 쪽에서 서로를 밀어내는 것이 있었다.
무속에서는 이런 문제를 말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눈에 보이는 사람이 싸우는 것이라면 이유를 물어볼 수라도 있다.
하지만 조상줄에서 올라오는 문제는 후손이 그 사정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진에게 물었다.
“친정에서는 예전부터 절이나 불사 쪽으로 정성을 많이 들인 분이 있었습니까?”
유진이 생각에 잠겼다.
“외할머니가 절에 굉장히 열심히 다니셨다는 이야기는 들었어요. 친정 쪽에 그런 분들이 좀 있었고요.”
“시댁은요?”
“시댁이요?”
“남편 집안에서 예전에 무슨 일을 했는지 들은 것이 있습니까? 특히 동물을 많이 다루거나 살생과 관련된 일 말입니다.”
유진은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잘 모르겠어요. 그런 이야기는 자세히 들어본 적이 없어요.”
“그러면 남편에게 확인해야겠습니다.”
유진이 불안한 얼굴로 물었다.
“그게 제가 남편을 밀어내는 것하고 무슨 관계가 있는 건가요?”
나는 바로 답하지 않고 찻잔을 앞으로 밀어주었다.
“차부터 한 모금 드십시오.”
유진은 두 손으로 잔을 잡았다.
“보살님은 남편을 미워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네.”
“그런데 몸은 거부한다고 했지요.”
“맞아요.”
“그 차이가 중요합니다.”
나는 손가락으로 내 머리를 가리켰다가 가슴 쪽으로 내려왔다.
“머리로는 남편을 사랑한다고 생각하는데 몸은 남편이 가까이 오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그렇다면 단순히 마음이 식었다고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유진의 눈가가 다시 붉어졌다.
“저도 그게 제일 미치겠어요.”
잠시 숨을 고른 뒤 유진이 말을 이었다.
“남편이 싫어졌으면 차라리 이해하겠어요. 그런데 아니거든요. 낮에는 괜찮아요. 같이 밥 먹고 이야기할 때는 예전하고 똑같아요. 그런데 밤만 되면…….”
말끝이 흐려졌다.
“남편이 씻고 나오면 냄새부터 이상하게 느껴져요.”
“어떻게 느껴집니까?”
“연애할 때부터 쓰던 스킨도 있고 바디워시도 똑같아요. 원래 제가 좋아하던 냄새였어요.”
유진은 잠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 냄새를 맡으면 속이 울렁거려요. 어떨 때는 비린내 같고, 또 어떨 때는 젖은 흙냄새처럼 느껴져요.”
나는 그 말을 기억해두었다.
“그리고 남편이 몸에 손을 대면요?”
“소름이 먼저 돋아요.”
“뱀꿈을 심하게 꾸기 시작한 시기하고 비슷합니까?”
유진은 한참 생각했다.
그러더니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 보니까…… 비슷한 것 같아요.”
그 대답이 중요했다.
꿈과 현실의 거부 반응이 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지금 보는 바로는 보살님 친정 쪽에서 시댁의 무엇인가를 강하게 밀어내고 있습니다. 그것이 꿈으로 먼저 나타났고, 몸에서도 반응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제가 잘못한 게 아닌 건가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누구 잘못이라고 단정할 문제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남편이 밖으로 겉도는 것까지 모두 조상 탓으로 돌려서도 안 됩니다. 사람이 한 행동은 그 사람이 책임져야 합니다.”
유진은 그 말을 듣고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나는 일부러 위로하지 않았다.
남편이 실제로 외도를 하고 있다면 그 문제는 별개였다.
무속적 원인이 있다고 해서 살아 있는 사람의 잘못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왜 두 사람이 이 지경까지 왔는지는 찾아봐야 합니다.”
“찾을 수 있을까요?”
“찾아봐야지요. 그래서 여기까지 오신 것 아닙니까.”
유진이 처음으로 조금 힘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친정 할아버지 쪽부터 기억나는 대로 이야기해보십시오. 무슨 일을 하셨는지, 고향은 어디인지, 집안에서 특별히 들은 이야기가 있는지요.”
유진이 하나씩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 이야기를 듣던 중이었다.
내가 찾던 실마리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나왔다.
남편 정환의 집안 이야기였다.
(다음 회에 계속)
글쓴이 | 천신장군암 계룡산 벼락신장법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은 실제 점사와 무속 현장에서 겪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소설 형식으로 재구성한 연재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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