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뱀꿈에 갇힌 부부]/제5화.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보인다[천지인뉴스]
[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뱀꿈에 갇힌 부부]/제5화.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보인다

유진이 전날 밤에 꿨다는 꿈 이야기를 꺼내려던 참이었다.
나는 잠시 말을 멈추고 점상 앞으로 몸을 돌렸다.
처음부터 마음에 걸리는 것이 하나 있었다.
유진은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것 같다고 의심하고 있었다. 실제로 첫 공수에서도 그 이야기가 먼저 튀어나왔다.
그렇다고 의심만으로 사람을 몰아붙일 수는 없다.
남편 정환의 사주를 다시 놓고 신령님께 여쭈었다.
대신방울을 들었다.
짤랑.
몇 차례 방울을 흔들고 부채를 폈다.
잠시 뒤 공수가 떨어졌다.
“남편 옆에 여자가 붙어 있다.”
유진의 표정이 굳어졌다.
“정말요?”
나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점사를 이어갔다.
“아주 멀리 있는 여자가 아니다. 남편하고 자주 얼굴을 마주치는 사람이다.”
유진이 입술을 깨물었다.
“회사 사람인가요?”
“그럴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둘이…… 어디까지 갔어요?”
그 질문이 나오자 유진의 목소리가 떨렸다.
점사에서 잡히는 대로 말했다.
“남편이 많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여자 쪽에서도 적극적으로 붙고 있고요. 하지만 아직 완전히 돌이킬 수 없는 데까지 갔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유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랫입술만 깨물고 있었다.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며 하동까지 찾아왔지만, 막상 내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자 감당하기 어려운 모양이었다.
“그 여자하고 계속 만나는 건가요?”
“지금 중요한 것은 그 여자 하나가 아닙니다.”
유진이 나를 바라봤다.
“보살님은 남편의 외도 여부를 확인하려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런데 내가 처음부터 계속 보는 것은 그보다 앞에 있는 문제입니다.”
“저희 부부 문제요?”
“그렇습니다.”
나는 두 사람의 사주가 적힌 종이를 가리켰다.
“멀쩡하게 잘 살던 부부가 왜 갑자기 한쪽은 상대의 몸을 견디지 못하게 되었는지, 그 원인을 먼저 찾아야 합니다. 그 문제가 생긴 뒤 남편이 밖으로 돌기 시작했고, 그 틈으로 다른 여자가 들어온 것으로 보입니다.”
유진의 눈물이 떨어졌다.
“결국 제가 그렇게 만든 거네요.”
“그렇게 말하면 안 됩니다.”
나는 바로 잘라 말했다.
“보살님이 원해서 남편을 밀어낸 게 아니라고 했지요?”
“네.”
“그러면 그것은 원인을 찾아야 할 문제입니다. 그리고 남편이 밖에서 어떤 행동을 했는지는 남편의 몫입니다. 두 문제를 한데 섞어서 전부 자기 탓으로 돌리지 마십시오.”
유진은 고개를 숙인 채 한참 울었다.
나는 기다렸다.
점사를 보다 보면 우는 사람에게 말을 계속 얹는 것보다 그냥 울도록 두는 편이 나을 때가 있다.
마당 쪽에서는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대숲도 잠잠했다.
얼마 뒤 유진이 스스로 눈물을 닦았다.
“법사님.”
“예.”
“저희 정말 좋았어요.”
나는 대답 대신 다음 말을 기다렸다.
“남편하고 연애할 때부터 싸움도 별로 안 했어요. 결혼하고 나서도 처음에는 정말 행복했고요.”
“부부관계도 좋았습니까?”
유진은 조금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 부분이 중요하니 부끄러워하지 말고 말씀하십시오. 처음부터 남편과의 잠자리가 싫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해야 합니다.”
“아니었어요. 전혀 아니었어요.”
이번에는 대답이 분명했다.
“오히려…… 제가 남편을 더 좋아했을지도 몰라요.”
유진은 눈물을 닦다가 희미하게 웃었다.
“친구들이 저보고 신혼이 너무 길다고 놀릴 정도였어요.”
그 말을 듣고 한 가지는 확실해졌다.
이 부부는 애초부터 성적으로 맞지 않았던 사람들이 아니었다.
서로를 사랑했고 부부관계에도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어느 시점을 전후해 유진의 몸이 남편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그 변화에는 반드시 계기가 있을 터였다.
“그러면 그때부터 하나씩 기억해봅시다.”
“언제부터요?”
“남편이 처음 싫어진 날이 아니라, 이상한 꿈이 시작되기 전부터요.”
유진이 눈을 감았다.
나는 재촉하지 않았다.
사람의 기억이라는 것이 날짜 순서대로 서랍 속에 정리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고통스러운 일을 겪은 사람은 중요한 장면만 또렷하고 그 앞뒤는 흐릿한 경우가 많다.
한참 뒤 유진이 입을 열었다.
“결혼하고 처음 몇 년은 정말 좋았어요.”
그녀는 천천히 과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나는 처음부터 이상했던 한 가지를 떠올렸다.
그토록 가까웠던 부부 사이를 무엇이 이렇게까지 갈라놓았을까.
답은 남편의 외도보다 훨씬 이전에 있었다.
(다음 회에 계속)
글쓴이 | 천신장군암 계룡산 벼락신장법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은 실제 점사와 무속 현장에서 겪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소설 형식으로 재구성한 연재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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