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뱀꿈에 갇힌 부부]제8화. 꿈속에서 나를 막아선 흰옷의 사람들
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뱀꿈에 갇힌 부부]제8화. 꿈속에서 나를 막아선 흰옷의 사람들

“꿈에서 그다음에 흰옷 입은 사람들이 나타났어요.”
유진이 그렇게 말하자 나는 자세를 고쳐 앉았다.
“처음부터 그 사람들이 있었습니까?”
“아니요. 뱀꿈을 몇 번 꾸고 난 뒤부터요.”
유진의 설명에 따르면 처음에는 뱀과 그것을 죽이는 사람들만 보였다.
그런데 꿈이 반복될수록 새로운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흰옷을 입은 여자들이었다.
“몇 명이었습니까?”
“정확하게는 모르겠어요. 세 명 같기도 하고 더 많았던 것 같기도 하고요.”
“나이는요?”
“나이 든 사람도 있었고 젊어 보이는 사람도 있었어요.”
유진이 기억하는 것은 옷이었다.
희거나 아주 옅은 색의 옷.
꿈속이라 형태가 분명하지는 않았지만 유진은 그 사람들이 자신을 해치려는 존재로 느껴지지 않았다고 했다.
오히려 반대였다.
뱀을 죽이는 사람들이 있는 쪽으로 유진이 가려고 하면 앞을 막았다.
“뭐라고 하던가요?”
“처음에는 말이 잘 안 들렸어요.”
“나중에는?”
유진이 눈을 감고 기억을 더듬었다.
“가지 말라고 했던 것 같아요.”
“누구한테?”
“저한테요.”
“그것뿐이었습니까?”
“더러운 피가 묻는다고 했어요.”
나는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했다.
“정확히 그렇게 들었습니까?”
“네. ‘거기로 가면 안 된다’, ‘그 피를 묻히면 안 된다’ 그런 말을 계속했어요.”
꿈이라는 것은 깨어난 뒤 기억이 뒤섞일 수 있다.
그래서 점사 자리에서는 손님의 꿈을 무조건 사실처럼 받아들이기보다 반복되는 부분을 먼저 본다.
유진의 경우 반복되는 것이 분명했다.
뱀.
피.
남편을 닮은 사람.
그리고 유진이 그쪽으로 가지 못하게 막는 흰옷의 사람들.
나는 물었다.
“그 사람들 얼굴을 본 적 있습니까?”
유진은 고개를 저었다.
“제대로는 못 봤어요.”
“친정 쪽 돌아가신 분 가운데 꿈에 자주 나타나는 분은요?”
“외할머니가 가끔 나오기는 했어요.”
“아까 외할머니가 절에 열심히 다니셨다고 했지요?”
“네.”
나는 그 말을 종이에 적어두었다.
무속에서는 집안에 따라 조상줄의 성향이 아주 다르게 나타난다고 본다.
불사에 마음을 많이 둔 집안도 있고, 산신이나 칠성 쪽으로 정성이 이어진 집도 있다. 반대로 살생이나 거친 업과 연결된 집안이 점사에서 잡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유진에게 그 설명부터 길게 할 필요는 없었다.
중요한 것은 실제 확인이었다.
“보살님 친정에서는 동물을 잡는 일을 업으로 삼은 분이 있었습니까?”
“제가 알기로는 없어요.”
“시댁은 아직 모르는 것이고요?”
“네.”
“그러면 남편에게 꼭 확인하십시오.”
유진이 불안한 얼굴로 물었다.
“법사님은 시댁 쪽이라고 보시는 거예요?”
“현재 점사에서는 그쪽이 더 강하게 잡힙니다.”
“그럼 흰옷 입은 사람들은 친정 조상님들인가요?”
나는 바로 단정하지 않았다.
“그럴 가능성을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꿈속에 들어가 직접 본 것이 아니니 지금은 보살님에게 들은 내용과 점사를 맞춰보는 단계입니다.”
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
점사를 오래 보다 보면 한두 가지가 맞는다고 해서 그다음 이야기를 전부 자기 생각대로 끼워 맞추는 실수를 하기 쉽다.
그래서 확인할 것은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합니다.”
“뭐가요?”
“흰옷 입은 사람들이 보살님을 보호하려고 했다면 왜 남편까지 그렇게 심하게 밀어내게 만들었느냐는 겁니다.”
유진도 그 말에 고개를 들었다.
“그러네요.”
“그쪽에서 보기에 남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남편 뒤에 붙어 있는 어떤 집안의 기운을 위험하게 본 것일 수 있습니다.”
유진의 손이 찻잔 가장자리에 멈췄다.
“남편 뒤에 있는 집안…….”
“그래서 조상줄을 확인해야 합니다.”
나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물었다.
“꿈에서 흰옷 입은 사람들이 나타난 날, 뱀을 죽이는 장면도 더 심해졌습니까?”
유진의 표정이 굳었다.
“네.”
이번에는 대답이 빨랐다.
“그날은 정말 심했어요.”
“어떻게요?”
유진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바닥이 전부 뱀이었어요.”
수십 마리인지 수백 마리인지 헤아릴 수도 없었다고 했다.
사람들은 그것을 잡아 죽이고 있었고, 땅에는 피가 흘렀다.
그 사이에서 흰옷 입은 사람들이 유진을 막아서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 처음으로 아주 큰 구렁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
“그 구렁이가 저한테 왔어요.”
“공격했습니까?”
“제 발목을 감았어요.”
유진은 이야기를 하면서도 발목을 슬쩍 뒤로 당겼다.
“그때 흰옷 입은 사람들이 소리를 질렀어요.”
“뭐라고요?”
“안 된다고요. 그 피를 묻게 하면 안 된다고…….”
그 말과 함께 유진은 꿈에서 깨어났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그날 밤부터 꿈속에서만 느끼던 감각이 현실로 넘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변한 것이 남편의 손길이었다.
다음 회에 계속)
글쓴이 | 천신장군암 계룡산 벼락신장법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은 실제 점사와 무속 현장에서 겪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소설 형식으로 재구성한 연재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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