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뱀꿈에 갇힌 부부]제11화. 같은 집에서 멀어지기 시작한 두 사람
[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뱀꿈에 갇힌 부부]제11화. 같은 집에서 멀어지기 시작한 두 사람

유진이 병원을 다니기 시작한 뒤에도 집안의 분위기는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두 사람 사이에는 전에 없던 조심스러움이 생겼다.
정환은 아내가 놀랄까 봐 뒤에서 함부로 안지 않았다. 잠자리에 들어서도 먼저 손을 뻗지 않았다. 어쩌다 손등이 닿기라도 하면 유진의 표정부터 살폈다.
유진도 그런 남편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미안했다.
“남편이 처음에는 정말 많이 참았어요.”
내 앞에 앉은 유진이 말했다.
“제가 자기 손만 닿아도 놀라는 걸 아니까 나중에는 가까이 오지도 않았어요.”
처음에는 각방을 쓰는 것이 임시방편이었다.
몸이 나아지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두 사람 모두 생각했다.
그러나 한 달이 두 달이 되고, 반년 가까이 지나면서 생활 자체가 달라졌다.
함께 잠들던 부부가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퇴근한 정환은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다가 작은방으로 들어갔고, 유진은 안방 문을 닫았다.
대화도 줄었다.
“오늘 늦어?”
“응.”
“밥은?”
“먹고 갈게.”
그 정도로 끝나는 날이 많아졌다.
유진은 남편이 늦으면 불안했다.
누구와 있는지 궁금했다.
전화를 걸고 싶다가도 그동안 자신이 정환을 밀어냈다는 생각 때문에 손이 멈췄다.
정환도 집에 들어오는 시간이 늦어졌다.
처음에는 야근이라고 했다.
그다음에는 회사 사람들과 술자리가 있다고 했다.
어느 날부터는 이유조차 자세히 말하지 않았다.
“저도 남편이 밖으로 돌기 시작한 걸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아무 말도 안 했습니까?”
“처음에는 못 했어요.”
“왜요?”
유진이 쓴웃음을 지었다.
“제가 무슨 말을 해요. 제가 먼저 남편을 가까이 못 오게 했는데.”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것과 남편이 밖에서 무슨 행동을 하는지는 다른 문제라고 아까 말씀드렸지요.”
“알아요. 그런데 그때는 그렇게 생각이 안 됐어요.”
유진에게는 죄책감이 있었다.
자기가 남편을 밀어냈기 때문에 정환이 집에 들어오기 싫어진 것 같았다.
그래서 의심하면서도 묻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정환이 밤늦게 술을 마시고 들어왔다.
유진은 안방에 있었고 정환은 거실에 한동안 앉아 있었다.
물을 마시러 나온 유진이 남편 옆을 지나가다가 처음 맡는 향을 느꼈다.
“여자 향수 같았어요.”
“확실했습니까?”
“확실하다고는 못 하죠. 그런데 남편한테서는 처음 맡아보는 냄새였어요.”
유진은 그 자리에서 묻지 않았다.
정환 역시 별말 없이 작은방으로 들어갔다.
그날 유진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있는 것인지.
자신이 의심에 사로잡혀 별것 아닌 냄새까지 이상하게 받아들이는 것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그때부터 남편 휴대전화도 신경 쓰이기 시작했어요.”
정환은 원래 휴대전화를 집 안 아무 데나 두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식탁에 놓아둘 때도 화면을 아래로 뒤집어놓는 일이 생겼다.
전화가 오면 베란다 쪽으로 나가 받기도 했다.
별것 아닐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미 마음속에 의심이 자리 잡은 유진에게 그런 행동 하나하나는 크게 보였다.
나는 물었다.
“남편에게 직접 물어본 적은 있습니까?”
“한 번 있어요.”
“뭐라고 물었습니까?”
“다른 여자 있느냐고요.”
“남편은요?”
“화를 냈어요.”
정환은 처음에는 황당하다는 듯 웃었다고 했다.
하지만 유진이 계속 묻자 표정이 굳었다.
“너 지금 나 의심하는 거야?”
“요즘 집에도 잘 안 들어오잖아.”
“집에 일찍 들어오면 뭐 하는데?”
그 한마디에 유진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정환은 곧바로 말을 후회한 것처럼 보였지만 이미 늦었다.
그날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더 불편해졌다.
나는 유진에게 물었다.
“남편이 그렇게 밖으로 돌기 시작한 시기와 몸 상태가 가장 나빠진 시기가 겹칩니까?”
유진은 잠시 생각했다.
“네. 거의 비슷해요.”
“뱀꿈도 계속됐고?”
“네.”
“흰옷 입은 사람들도 계속 나왔습니까?”
“네.”
점상 앞에 놓인 이야기들이 조금씩 한 방향으로 모이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가장 중요한 확인이 남아 있었다.
정환의 집안이었다.
나는 유진에게 다시 말했다.
“오늘 돌아가시면 다른 것은 몰라도 남편의 윗대가 무슨 일을 했는지는 꼭 알아보십시오.”
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남편한테 물어볼게요.”
그런데 며칠 뒤, 유진에게서 전화가 왔다.
목소리부터 달라져 있었다.
“법사님.”
“예. 말씀하십시오.”
“찾았어요.”
나는 수화기를 고쳐 잡았다.
“뭘 찾았습니까?”
“남편 할아버지 이야기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유진이 말했다.
“법사님이 왜 뱀 이야기를 했는지 이제 알 것 같아요.”
(다음 회에 계속)
글쓴이 | 천신장군암 계룡산 벼락신장법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은 실제 점사와 무속 현장에서 겪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소설 형식으로 재구성한 연재물입니다.
※ 본 연재물의 무단 전재·복사·배포를 금합니다.
© 천지인뉴스.com. All rights reserved.
진실과 공정한 천지인뉴스, 정확한 팩트
정범규 기자
뉴스 제보 : chonjiinnews@gmail.com
저작권자 © 천지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글은 자료 정리 과정에서 AI 기술이 참고 수준으로 활용됐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