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 제9화. 완벽했던 낙원, 뼛속까지 스민 온기
[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 제9화. 완벽했던 낙원, 뼛속까지 스민 온기
계절이 바뀌어 창밖으로 매서운 겨울바람이 몰아치던 밤에도, 두 사람의 안방은 늘 한여름처럼 후끈한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폭풍우처럼 거칠고 맹렬했던 정사가 끝난 직후의 고요함. 두꺼운 암막 커튼이 쳐진 어두운 방 안에는 땀에 젖은 두 사람의 엉킨 숨소리만이 나른하게 허공을 맴돌았다.
정환은 기진맥진하여 자신의 품에 파고든 아내를 커다란 체구로 둥글게 감싸 안았다. 눅눅해진 이불속에서 그의 넓고 단단한 가슴에 뺨을 맞대고 있으면, 귓가로 쿵, 쿵, 쿵 하는 사내의 묵직한 심장 박동이 자장가처럼 규칙적으로 울려 퍼졌다. 여인은 나른하게 풀린 손가락으로 남편의 땀 밴 가슴팍부터 단단한 복근의 결을 따라 천천히 선을 그으며 내려갔다. 그 작은 손길 하나에도 정환의 등줄기 근육이 미세하게 수축하며 반응하는 것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안 피곤해? 내일 출근해야지….”
정환이 잠에 취해 쇳소리가 섞인 낮은 목소리로 웅얼거리며, 여인의 맨어깨에 여러 번 쪽쪽 입을 맞췄다. 그의 까슬까슬한 수염 자국이 부드러운 살결을 스칠 때마다 찌릿한 간지러움이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여인은 대답 대신 남편의 단단한 허리를 더욱 꽉 끌어안으며 그의 체향을 폐부 깊숙이 들이마셨다.
스킨 냄새와 땀 냄새, 그리고 수컷 특유의 짙은 체취가 뒤섞인 이 냄새. 여인에게 남편의 품은 바깥세상의 모든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는 완벽한 낙원이자 성벽이었다. 남편의 끓어오르는 양기가 자신의 몸속 깊은 곳까지 꽉 채워주는 그 충만한 감각은, 세상 어떤 두려움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 절대적인 안도감을 주었다. 서로의 온기가 뼛속까지 스며들어, 살과 뼈를 발라내지 않는 이상 결코 떨어질 수 없을 것만 같던 맹목적인 사랑.
하지만 여인은 알지 못했다. 그토록 완벽했던 음양(陰陽)의 결합 밑바닥에서, 시퍼렇게 날을 세운 끔찍한 원한의 그림자가 두 사람의 침대 밑으로 소리 없이 기어 올라오고 있었다는 사실을. 서로의 체온에 취해 무방비하게 열려 있던 안방의 문틈 사이로, 뱀 허물처럼 차갑고 비릿한 과거의 업보가 똬리를 틀기 시작한 것이다.
(다음 회에 계속) 글쓴이 계룡산 벼락신장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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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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