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평 천지인 영감/연재 소설

[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 제10화. 파충류의 비린내, 똬리를 튼 업보의 밤

[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 제10화. 파충류의 비린내, 똬리를 튼 업보의 밤

“안 돼! 그 더러운 피가 묻게 해선 안 된다!”

칠흑 같은 어둠 속, 귓가를 찢는 듯한 날카로운 비명에 여인은 번쩍 눈을 떴다. 아니, 눈을 떴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기괴하고도 끔찍한 악몽의 한가운데였다. 사방에서 역겨운 진흙 냄새와 비릿한 피 냄새가 진동했다. 발밑을 내려다본 여인은 숨이 멎을 듯한 공포에 휩싸였다. 수백, 수천 마리의 크고 작은 뱀들이 서로의 몸을 기괴하게 엉킨 채 바닥을 새카맣게 뒤덮고 있었다.

그 뱀떼 너머로, 시퍼런 도끼와 낫을 든 사내들이 미친 듯이 웃으며 뱀들의 목을 치고 가죽을 벗기고 있었다. 잘려 나간 뱀의 머리통들이 바닥을 뒹굴고, 뚝뚝 떨어지는 붉은 생피를 사내들이 짐승처럼 핥아먹었다. 그 사내들 중 한 명의 얼굴이 기묘하게도 남편 정환을 닮아 있었다.

그때였다. 하얀 고깔을 쓰고 새하얀 소복을 입은 여인들이 나타나 여인의 앞을 막아섰다. 맑은 옥수(玉水)를 든 그녀들은 피를 토하듯 절규했다. “우리가 어찌 닦아온 맑은 불사줄인데! 저 미련한 살생의 업보가 기어코 핏줄을 타고 올라와 네 몸을 더럽히는구나! 물러서라!”

하얀 소복을 입은 친정 조상이 쳐둔 결계를 뚫고, 목이 반쯤 잘린 거대한 구렁이 한 마리가 피눈물을 흘리며 여인의 발목을 칭칭 감아올렸다.

“아아악-!”

여인은 찢어질 듯한 비명을 지르며 침대 위에서 튕겨 오르듯 눈을 떴다. 온몸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고, 심장은 갈비뼈를 부술 듯이 요동쳤다. 숨을 헐떡이며 거친 호흡을 내뱉던 그때, 옆자리에서 잠을 자던 남편이 뒤척이며 다가왔다.

“여보…? 왜 그래, 악몽 꿨어?”

정환이 잠결에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속삭이며, 습관처럼 여인의 허리를 끌어안으려 두꺼운 팔을 뻗었다.

그 순간이었다. 여인의 어깨에 닿은 남편의 손길이, 평소의 그 뜨겁고 든든했던 체온이 아니었다. 마치 냉동실에서 갓 꺼낸 고깃덩어리처럼 차갑고, 미끌미끌하고 축축한 비늘이 살갗을 스치고 지나가는 듯한 기괴한 촉감. 동시에 방금 전 꿈속에서 맡았던 역겨운 파충류의 피 냄새와 하수구 썩은내가 남편의 몸에서 훅 하고 끼쳐왔다.

“으, 으아아악! 만지지 마!”

여인은 발작하듯 비명을 지르며 남편의 팔을 거칠게 뿌리쳤다. 침대 구석으로 짐승처럼 기어 도망친 그녀는 사시나무 떨듯 몸을 웅크린 채 남편을 경악에 찬 눈으로 노려보았다. 영문을 모른 채 허공에 손을 멈춘 정환의 얼굴에는 당혹감과 충격이 서려 있었다.

평생을 살생 없이 맑게 살아온 친정의 ‘불사줄’이, 수백 마리의 뱀을 찢어 죽인 시댁의 ‘동물 부정(不淨)’을 마침내 여인의 오감을 통해 격렬하게 거부하기 시작한 첫날 밤. 지옥 같은 1년의 서막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다음 회에 계속) 글쓴이 계룡산 벼락신장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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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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