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란 전쟁’ 첫 희생양 된 스피릿항공… 트럼프 구제금융 불발로 결국 전면 운항 중단 [천지인뉴스]

‘이란 전쟁’ 첫 희생양 된 스피릿항공… 트럼프 구제금융 불발로 결국 전면 운항 중단 [천지인뉴스]

정범규 기자

미국의 대표적인 초저가 항공사(ULCC) 스피릿항공이 이란 전쟁으로 인한 유가 폭등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결국 2일(현지시간)을 기해 모든 운항을 전면 중단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수천 개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긴급 구제금융 지원을 검토하며 막판까지 협상을 이어갔으나, 채권단과의 이해관계 조정에 실패하며 세계 항공 업계에 ‘전쟁발 청산’이라는 충격파를 던졌다.

“본 이미지는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며,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 자료입니다.”

블룸버그와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스피릿항공은 이날 새벽 성명을 통해 “즉각적인 운영 중단 절차에 돌입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조치로 스피릿항공의 모든 항공편은 취소됐으며, 이미 예약한 고객들에게는 환불 절차를 안내 중이나 대체 편 예약은 불가능한 상태다. 한때 미국 내 항공편 점유율 5%를 차지했던 대형 저가 항공사가 청산에 들어간 것은 20여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데이브 데이비스 스피릿 CEO는 성명을 통해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수억 달러의 추가 유동성이 절실했으나 끝내 조달에 실패했다”며 “34년간 이어온 저가 항공 모델이 이런 방식으로 마침표를 찍게 되어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스피릿항공은 2024년 제트블루와의 합병이 반독점 규제로 무산된 이후 경영난이 가중되어 왔으며, 이미 두 차례나 파산보호를 신청하며 회생을 꾀해왔다.

하지만 올해 2월 말 발발한 이란 전쟁이 결정타가 됐다. 전쟁 여파로 항공유 가격이 갤런당 2.2달러 선에서 4.5달러로 두 배 이상 폭등하면서 스피릿항공의 현금은 급속도로 고갈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 정부가 5억 달러(약 7,400억 원)를 지원하고 그 대가로 지분 90%를 확보하는 형태의 구제금융을 제안하며 막판 회생을 시도했으나, 기존 채권자인 헤지펀드 시타델 등이 자신들의 권리가 침해된다며 강하게 반발해 협상이 결렬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비상한 노력을 기울였으나, 정부에 유리한 ‘좋은 거래’가 아니면 동의할 수 없었다”며 “우리는 도울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기존 채권자가 아닌 국민의 세금이 우선되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로 약 17,000명에서 20,000명에 달하는 직원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보여,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에도 적지 않은 정치적 부담이 될 전망이다.

항공 전문가들은 스피릿항공의 퇴장이 미국 내 항공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초저가 항공사가 사라지면서 대형 항공사들 사이의 가격 경쟁이 약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란 전쟁 장기화로 인한 고유가 기조가 계속될 경우, 제2, 제3의 스피릿항공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결국 스피릿항공의 몰락은 전쟁이라는 지정학적 위기가 민간 경제, 특히 한계 기업에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가 내세운 실용주의적 구제 정책이 채권단의 벽을 넘지 못한 가운데, 항공 대란을 겪게 될 이용객들과 실직 위기에 처한 노동자들을 위한 후속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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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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