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뱀꿈에 갇힌 부부]제6화. 그토록 가까웠던 부부가 왜 달라졌을까
[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뱀꿈에 갇힌 부부]제6화. 그토록 가까웠던 부부가 왜 달라졌을까

“저희는 연애할 때부터 잘 맞았어요.”
유진은 그렇게 말을 시작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정환에게 마음이 갔다고 했다.
정환은 말수가 지나치게 많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무뚝뚝한 사람도 아니었다. 유진이 힘들어할 때는 먼저 알아차렸고 약속 시간도 잘 지켰다.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유진이 기억하는 정환은 늘 따뜻한 사람이었다.
“비가 많이 오던 날이 있었어요.”
유진이 말했다.
“연애할 때였는데 둘 다 우산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남편이 자기 우산 접고 제 우산으로 들어왔어요.”
“왜 그랬답니까?”
“같이 붙어서 가고 싶다고요.”
말을 하던 유진이 잠깐 웃었다.
점사를 시작한 뒤 처음 보는 편안한 표정이었다.
“둘이 우산 하나 쓰고 가는데 남편 어깨는 다 젖었어요. 저는 안 젖게 하겠다고 계속 제 쪽으로 우산을 기울였거든요.”
그런 사소한 기억들이 아직도 선명하다고 했다.
결혼 전에도 두 사람은 서로를 많이 원했고 결혼한 뒤에는 더 가까워졌다.
유진은 그 부분을 이야기하면서 몇 차례 말을 고르기는 했지만 숨기지는 않았다.
“잠자리 때문에 싸운 적은 없습니까?”
“없었어요.”
“한쪽이 원하지 않는데 다른 쪽이 억지로 요구한다든지.”
“그런 것도 없었어요.”
“남편분과 관계를 맺는 것이 불편했던 적도 없었고요?”
“네. 오히려 반대였어요.”
유진이 조금 민망한 듯 웃었다.
“둘 다 서로 많이 좋아했어요.”
그 정도면 충분했다.
내가 확인하고 싶은 것은 자세한 잠자리 이야기가 아니었다.
지금 나타나는 거부 반응이 원래부터 있었던 것인지, 어느 날을 기점으로 생긴 것인지가 중요했다.
“남편의 체취도 좋아했다고 했지요?”
“네.”
“그런데 지금은 같은 냄새가 비린내처럼 느껴지고.”
유진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다.
“맞아요.”
“손길도 마찬가지고요.”
“예.”
사람의 마음이 변하면 상대의 냄새나 접촉이 싫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유진은 계속 남편을 사랑한다고 했다.
낮에는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하는 것도 괜찮았다.
문제는 잠자리에 들거나 남편이 신체적으로 가까이 오는 순간이었다.
그때마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남편도 처음에는 많이 노력했어요.”
유진이 말했다.
퇴근길에 좋아하는 것을 사오기도 하고, 피곤하다 싶으면 집안일도 대신했다.
잠자리를 요구하지 않고 옆에 누워 손만 잡으려고 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그것조차 유진은 견디지 못했다.
“한 번은 제가 자다가 남편 손을 쳐냈어요.”
“잠결에요?”
“네. 눈을 떴는데 남편이 옆에서 저를 보고 있더라고요.”
정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냥 손을 거두고 등을 돌렸다.
그 모습이 유진에게는 오히려 더 아팠다.
“그날 화장실에서 많이 울었어요.”
“남편 몰래?”
“네.”
“왜 울었습니까?”
“저도 모르겠어서요.”
유진의 목소리가 다시 잠겼다.
“사랑하는 사람인데 왜 만지지 못하게 하는지, 왜 냄새가 싫은지, 저도 저를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그런 날들이 반복되면서 두 사람 사이에는 조금씩 거리가 생겼다.
처음에는 하루.
그다음은 며칠.
어느 순간부터는 한 침대에 눕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됐다.
그런데 유진의 이야기를 듣던 중 귀를 세우게 된 대목이 있었다.
“처음 이상한 꿈을 꾼 게 언제쯤이라고 했지요?”
“결혼하고 한참 뒤였어요.”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납니까?”
유진은 잠시 생각했다.
“그 전날은 특별한 일이 없었던 것 같은데…….”
그러다 말을 멈췄다.
“아니, 잠깐만요.”
나는 가만히 기다렸다.
“그즈음에 시댁에 다녀왔던 것 같아요.”
“시댁에?”
“네.”
“무슨 일로 갔습니까?”
“제사였나…… 집안 모임이었나…….”
유진이 이마를 짚으며 기억을 더듬었다.
“정확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나는 그 말을 노트에 적었다.
시댁.
그 한마디가 걸렸다.
“집에 돌아온 뒤 꿈이 시작됐습니까?”
“아마 그랬던 것 같아요.”
“그날 시댁에서 이상하게 느낀 것은 없었습니까?”
유진은 고개를 저었다.
“그때는 없었어요.”
나는 더 캐묻지 않았다.
기억을 억지로 끌어내다 보면 점사를 오히려 흐릴 수 있다.
“괜찮습니다. 나중에 생각나는 것이 있으면 말씀하십시오.”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뒤, 자신이 처음 꿨던 뱀꿈 이야기를 꺼냈다.
처음에는 뱀 한 마리였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다음 회에 계속)
글쓴이 | 천신장군암 계룡산 벼락신장법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은 실제 점사와 무속 현장에서 겪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소설 형식으로 재구성한 연재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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