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정치

[천지인뉴스] 경찰·대한체육회, ‘올공’ 핸드볼경기장 95일 만에 진입…업무물품 반출

[천지인뉴스] 경찰·대한체육회, ‘올공’ 핸드볼경기장 95일 만에 진입…업무물품 반출

정범규 기자

6·3 지방선거 이후 봉쇄 시위 95일째…대한체육회 산하 9개 종목단체 진입

경찰 대규모 인력 배치…특검·선관위 입회 속 투표지 보관구역과 동선 분리

아시안게임 11일 앞두고 PC·인감·선수단 장비 등 필수 물품 반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봉쇄 시위가 이어져 온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대한체육회 산하 체육단체들이 8일 경찰의 협조를 받아 진입했다.

지난 6월 5일 봉쇄 시위가 시작된 이후 95일 만이다.

경찰과 대한체육회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께 서울경찰청의 지원 아래 핸드볼경기장 2-3 출입문을 통한 진입이 시작됐다.

경찰은 오전 9시 12분께 출입문을 개방했고, 선거관리위원회와 특별검사팀 관계자 등이 먼저 경기장 내부로 들어간 뒤 대한체육회 산하 종목단체 관계자들이 진입했다.

진입 과정에서는 현장을 지키던 시위 참가자들의 항의와 경찰과의 실랑이가 있었지만 큰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은 이날 현장에 28개 기동대와 대화경찰 50명, 형사 100명 등을 배치했다. 진입에 앞서 특검 관계자 4명과 선관위 관계자 6명, 경기장 관리주체인 한국체육산업개발 관계자 5명도 현장에 입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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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선거 관련 자료가 보관된 공간과 체육단체가 물품을 반출하는 공간을 분리하고, 투표지 보관 장소가 특검 수사 대상물이라는 점을 고려해 보존에 문제가 없도록 관리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번 진입의 직접적인 목적은 경기장에 입주한 체육단체들의 업무 정상화를 위한 필수 물품 반출이다.

대한체육회 산하 종목단체들은 봉쇄가 장기화하면서 사무실에 들어가지 못해 행정업무는 물론 국가대표 선수 지원과 국제대회 준비에도 차질을 겪어왔다.

특히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개막을 불과 11일 앞둔 상황에서 핸드볼·펜싱·산악연맹 등은 선수단 지원에 필요한 유니폼과 장비, 행정자료 등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날 체육단체 관계자들은 사무실에서 업무용 컴퓨터와 노트북, 인감도장, 행정서류를 비롯해 선수단 장비와 유니폼 등 필요한 물품을 챙겼다.

물품 반출은 오전 10시 16분께 마지막 상자가 경기장 밖으로 나오면서 마무리됐다.

대한체육회는 그동안 경기장에 입주한 단체들이 업무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며 경찰에 출입 지원을 요청해왔다. 지난달 10일과 이달 4일에도 경찰에 공식적으로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모습을 나타냈다.

장 대표는 경기장 내부를 확인한 뒤 투표함과 투표용지, 선거 관련 장비가 보관된 공간과 체육단체 사무공간이 분리돼 있으며 해당 보관 장소에 잠금장치와 경찰 봉인이 돼 있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장 대표는 특검을 향해 선거 관련 자료가 그동안 오염되지 않았는지 확인한 뒤 증거 수집과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은 6·3 지방선거 당시 개표소로 사용됐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 이후 재선거 등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봉쇄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경기장에 입주한 체육단체들까지 정상적으로 사무실을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선거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은 특검의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

동시에 선거 관련 자료의 보존과 시민들의 의사 표현을 이유로 직접 관련이 없는 체육단체들의 업무와 국가대표 선수 지원까지 장기간 차질을 빚는 상황 역시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95일 만에 체육단체의 사무실 진입과 필수 물품 반출이 이뤄진 만큼 선거 관련 자료의 철저한 보존과 수사, 체육단체의 정상적인 업무 복귀가 함께 이뤄질 수 있는 후속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기자의 시선 | 95일의 피해, 선수들은 누구에게 보상받나

정범규 기자

선거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에 문제를 제기하고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것은 시민의 권리다. 그러나 그 권리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들의 일터를 95일 동안 막고,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과 국제대회 준비까지 흔들 수 있는 권리까지 의미하지는 않는다.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봉쇄가 남긴 피해는 추상적인 숫자가 아니다.

펜싱 선수들은 경기장 안에 보관된 장비를 꺼내지 못해 소속팀이나 개인적으로 장비를 마련해야 했고, 협회는 선수들에게 필요한 칼을 급히 수입하기까지 했다. 그 사이 아시아선수권과 세계선수권이라는 중요한 국제대회가 지나갔다.

산악연맹은 선수 수당 지급에 필요한 회계자료와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유니폼을 제때 확보하지 못했다. 우슈협회 역시 통장과 직인 없이 선수와 지도자에 대한 행정 지원에 어려움을 겪었고, 세팍타크로협회는 아시안게임 준비뿐 아니라 학생선수들의 대학입시 실적증명서 발급 문제까지 걱정해야 했다.

사무실에서 일해야 할 직원들도 석 달 넘게 정상적인 업무공간을 잃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6월 이미 약 4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이 입은 피해는 누가 책임지는가.

부정선거 의혹을 주장하는 집회 참가자들이 경기장을 봉쇄하는 동안 그 피해는 선수와 지도자, 체육단체 직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됐다. 이날 현장에서도 일부 시위 참가자와 극우 성향 유튜버들은 경찰과 체육단체의 진입에 반발하며 부정선거와 재선거를 주장했다.

의혹이 있다면 증거를 제시하고 수사를 요구하면 된다. 법원과 수사기관을 통해 사실관계를 다투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의혹을 주장한다는 이유만으로 제3자의 일터를 장기간 점거하거나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까지 정당화될 수는 없다.

더구나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개막을 불과 11일 앞두고서야 선수들의 유니폼과 장비, 행정자료를 꺼낼 수 있었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정치적 논란과 아무런 관계도 없이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는 사실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오늘 경기장의 문은 열렸다.

하지만 95일 동안 닫혀 있었던 문 때문에 발생한 손실과 선수·직원들이 감당한 불편까지 함께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집회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민주사회가 지켜야 할 기본권이다. 동시에 다른 시민의 권리와 일상을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책임도 따른다.

이번 사태가 마무리되는 과정에서는 선거 관련 의혹의 진상 규명뿐 아니라 장기간 봉쇄로 발생한 피해 규모를 정확히 확인하고, 누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도 분명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경기장이 아닌 정치적 갈등의 한복판에서 피해자가 되는 일은 다시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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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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