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인뉴스] 김민석, 조국혁신당과 충돌 이어 용혜인에 사퇴 권유…‘개혁·진보 연대’ 균열 커지나
[천지인뉴스] 김민석, 조국혁신당과 충돌 이어 용혜인에 사퇴 권유…‘개혁·진보 연대’ 균열 커지나
정범규 기자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게 사실상 자진사퇴를 권유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범여권 내부의 연대 관리 능력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김 대표가 최근 조국혁신당과 합당·연대 방식을 놓고 공개 충돌한 데 이어 기본소득당 소속 용 후보자의 거취 문제에도 직접 개입하면서다.

용 후보자는 13일 후보자직을 내려놓으며 민주당으로부터 “후보자가 결단해 달라”는 취지의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민주당에서는 김민석 대표가 자진사퇴를 권유했고 김태선 당대표 비서실장이 이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이 대통령이 지명한 범여권 소수정당 소속 후보자에게 직접 거취 결단을 요구한 모양새다.
불과 한 달 전 김 대표가 강조했던 것은 개혁·진보 진영의 연대였다. 지난달 25일 김 대표는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대표들과 비공식 협의체인 이른바 ‘5층 진보 코너모임’을 만들기로 하면서 대표들끼리 자주 만나면 정치개혁 등 여러 현안을 풀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당시의 화합 구상과 다소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김 대표는 12일 경기 평택을 찾아 조국혁신당과의 연대·합당 문제와 관련해 “지분을 나누는 시대는 지났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은 곧바로 자신과 혁신당이 지분을 요구한 적이 없다며 “모욕적”이라고 반발했다. 조국혁신당 내부에서도 김 대표가 존재하지 않는 ‘지분 요구’를 전제로 혁신당을 공격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에는 기본소득당 소속인 용혜인 후보자의 사퇴 과정에 김 대표가 직접 등장했다.
용 후보자를 둘러싼 여론이 좋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하다. 한국갤럽이 지난 8~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용 후보자 지명이 적절하다는 응답은 13%, 부적절하다는 응답은 61%였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적절 22%, 부적절 43%로 부정 평가가 더 높았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집권여당 대표가 이런 여론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대통령의 국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치적 결단을 요구했다는 설명도 가능하다.
그러나 문제는 방법이다.
용혜인은 민주당 소속 정치인이 아니다. 기본소득당 소속 의원이고,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그런 후보자의 거취를 청와대가 아닌 민주당 대표가 정리하는 장면은 개혁·진보 소수정당 입장에서는 불편하게 받아들여질 여지가 충분하다.
김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과 함께 개혁 과제를 추진해야 한다며 연대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연대는 규모가 큰 정당이 작은 정당의 결정을 대신하는 관계가 아니다. 협력이 지속되려면 상대 정당의 독립성과 정치적 자존감 역시 존중돼야 한다.
다만 이를 곧바로 ‘진보당과의 갈등’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무리다. 실제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들은 13일에도 김승원 후보자 관련 검찰 수사를 규탄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개혁·진보 진영의 정책·원내 공조는 아직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런 작은 균열이 반복될 경우다.
김민석 대표는 지난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54.08%를 얻어 당대표에 선출됐다. 당시 경선은 김민석·정청래 후보 간 ‘친명’과 ‘반명’, 당청 관계, 배신과 탈당 공방까지 겹치며 상당한 후유증을 남겼다. 김 대표가 당선된 뒤에도 전당대회에서 갈라진 지지층을 통합하는 문제가 최우선 과제로 꼽혔다.
김 대표가 취임 후 ‘중도·보수까지 포괄하는 외연 확장’을 강조하면서 정청래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전통적 핵심 지지층과 노선 차이도 표면화됐다. 지난달 민주당 워크숍에서는 김 대표의 발언을 두고 정 전 대표가 공개적으로 반발하는 장면까지 나왔다.
그렇다고 민주당의 ‘집토끼가 이미 대규모로 떠나고 있다’고 단정할 통계는 아직 없다. 한국갤럽의 9월 둘째 주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38%로 전주와 같았고, 진보층의 74%가 민주당을 지지했다. 반면 NBS에서는 민주당 지지율이 직전 조사보다 2%포인트 떨어진 39%로 나타났다. 조사마다 흐름이 엇갈리는 만큼 확정적인 이탈보다 지지층 내부의 피로와 분열 가능성을 살펴야 할 단계다.
기자의 시선
김민석 대표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누가 더 큰 정당인가’를 보여주는 정치가 아니라 서로 다른 개혁·진보 세력을 묶어내는 정치력이다.
조국혁신당에 “지분을 나누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하고, 며칠 뒤 기본소득당 소속 장관 후보자에게 사실상 사퇴를 권유하는 장면이 이어진다면 소수정당에서는 민주당이 말하는 연대가 결국 민주당 중심의 줄 세우기 아니냐는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더구나 민주당은 한 달 전 전당대회에서 친명·반명, 친청·비친청 논란으로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김 대표가 선거 과정에서 내세운 핵심 메시지도 ‘화합’이었다. 그렇다면 당 안에서는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당원들을 품고, 당 밖에서는 함께 정권교체와 개혁을 추진했던 소수정당을 존중하는 것이 먼저다.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집토끼를 버리고 산토끼만 쫓는 정치도, 소수정당을 민주당의 부속 파트너처럼 바라보는 정치도 아니다.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더 넓은 지지 기반이 필요하다. 김민석 대표가 말했던 ‘대통합’이 진짜라면 그 출발은 상대에게 무엇을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목소리를 조정하고 설득하는 데 있어야 한다.
용혜인의 사퇴는 끝났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드러난 민주당과 개혁·진보 정당들의 관계는 이제부터 김민석 대표의 정치력을 시험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 여론조사 안내
이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조사기관, 의뢰기관, 조사기간, 조사대상, 표본수, 조사방법, 표본오차, 신뢰수준, 응답률 등 자세한 사항은 해당 조사기관의 발표자료를 참고하면 된다. 선거 관련 여론조사의 경우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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