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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인뉴스] 용혜인 14일 만의 사퇴, 누가 그를 물러나게 했나…대통령 지명부터 언론 검증까지 되짚어보니

[천지인뉴스] 용혜인 14일 만의 사퇴, 누가 그를 물러나게 했나…대통령 지명부터 언론 검증까지 되짚어보니

정범규 기자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지난달 30일 이재명 대통령이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지 불과 14일 만이다. 의원·장관 겸직과 기본소득당 운영, 배우자 문제 등을 둘러싼 의혹과 논란이 연일 이어진 끝에 용 후보자는 결국 인사청문회장에 서보지도 못한 채 퇴장하게 됐다.

용혜인 의원 SNS 캡

그러나 이번 사퇴를 용혜인 개인의 문제만으로 정리하기에는 남는 질문이 적지 않다. 용혜인을 직접 지명한 청와대는 논란이 확산되는 동안 무엇을 했는지, 더불어민주당은 왜 대통령이 선택한 후보자의 사퇴를 결국 권유했는지, 국민의힘이 제기한 수많은 의혹 가운데 확인된 사실과 정치적 주장은 어디까지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언론 역시 예외일 수 없다. 고위공직 후보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은 당연한 책무다. 그러나 지난 2주 동안 용혜인이 성평등가족부를 이끌 정책 역량을 갖췄는지에 대한 검증보다 의원직, 배우자, 가족, 정당 운영과 정치적 이해관계를 둘러싼 논란이 보도의 중심을 차지하지 않았는지 돌아볼 대목도 있다.

출발점은 8월 30일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당시 용혜인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청와대는 이번 인사를 전 사회적 대전환을 선도하고 역동성과 전문성을 갖춘 새로운 리더십을 구축하기 위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용혜인은 1990년생 재선 의원으로 세월호 참사 이후 정치 활동을 시작해 기본소득과 노동, 돌봄, 가족 정책 등을 주요 의제로 다뤄왔다. 대통령과 청와대가 이러한 정치 경력과 정책 활동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국무위원 후보자로 선택했다는 것이 인사의 출발점이었다.

하지만 지명 직후부터 논란은 성평등가족부 정책보다 의원직 문제에서 시작됐다.

용 후보자가 장관에 임명되더라도 비례대표 의원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여기서 먼저 분명히 할 사실이 있다. 국회의원이 국무위원을 겸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국회법 제29조는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을 국회의원의 겸직 금지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다만 비례대표 의원의 경우 입각하면서 의원직을 내려놓고 다음 순번 후보자에게 의석을 승계하는 것이 정치권의 관행이었다. 용혜인이 의원직을 내려놓으면 기본소득당은 원외정당이 되고, 2024년 총선 당시 비례대표 명부 다음 순번에 따라 민주당 인사가 의석을 승계하는 특수한 사정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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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겸직 문제는 법률 위반 여부와 정치적 적절성을 나눠 판단해야 할 사안이었다.

그런데 논란은 곧 겸직을 넘어 기본소득당 운영과 배우자 급여, 이른바 가족정당·사당화 논란, 국고보조금, 정치자금, 과거 정치활동 등으로 급속히 확대됐다. 국민의힘은 용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을 연일 공개하며 사퇴와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고위공직 후보자라면 이 같은 의혹에 답해야 한다. 사실관계에 문제가 있다면 책임 역시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용혜인은 지난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약 30개에 달하는 쟁점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의원·장관 겸직부터 배우자 문제, 당 운영, 국고보조금, 정치자금, 이른바 언더조직 논란까지 직접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언론을 향해서도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자신의 해명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의혹이 또 다른 의혹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현재 상황을 “검증이 아닌 폭력”이라고 규정했다. 사실과 다른 보도는 바로잡고 반론도 제대로 다뤄달라고 요구했다.

물론 후보자가 해명했다고 의혹이 자동으로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언론의 다음 역할은 후보자의 설명이 사실인지 자료를 통해 다시 검증하는 것이어야 했다. 의혹 제기와 해명, 객관적 자료 확인을 거쳐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정치적 공방인지 가려내는 과정이 필요했다.

하지만 용혜인에게 그 최종 검증대가 될 인사청문회는 끝내 열리지 못했다.

민주당은 청문회를 18일 이전에 열자고 요구했고 국민의힘은 21일 등을 주장하면서 일정과 증인 채택을 둘러싸고 충돌했다. 국민의힘은 용 후보자의 배우자를 비롯해 20여명의 증인을 거론했고, 성평등가족위원회 전체회의마저 취소됐다.

그 사이 민주당 내부에서도 용혜인을 둘러싼 균열이 커졌다.

일부 의원들은 국회의원과 국무위원 겸직이 법률상 허용돼 있고 소수정당의 특수성도 고려해야 한다며 용 후보자를 엄호했다. 반면 다른 의원들은 비례대표 입각 시 의원직을 내려놓았던 기존 관행과 국민 정서를 고려해야 한다며 결단을 요구했다.

결국 민주당 지도부까지 움직였다.

용혜인은 13일 사퇴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으로부터 결단을 요구받았다는 취지로 밝히며 후보직을 내려놓았다.

이렇게 되면 질문은 자연스럽게 청와대로 향한다.

용혜인을 장관 후보자로 선택한 사람은 이재명 대통령이다.

그렇다면 청와대는 지명 단계에서 의원·장관 겸직 문제와 기본소득당이 처하게 될 특수한 상황을 어디까지 검토했는가.

검토하고도 지명했다면 논란이 불거졌을 때 그 판단의 근거를 국민에게 설명할 책임이 있었다. 반대로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면 인사 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더욱이 대통령이 지명한 후보자에게 결국 민주당 지도부가 결단을 요구하는 상황까지 왔다.

지명할 때는 대통령의 선택이었지만 정치적 부담이 커지자 후보자 개인의 결단으로 정리되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국민의힘의 공세는 용혜인의 사퇴로 끝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13일 용 후보자의 사퇴를 “사필귀정”이라고 평가하면서 후보직에서 물러났다고 제기된 의혹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며 수사를 요구했다. 동시에 “다음은 김승원”이라며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용혜인 사퇴가 인사청문 정국의 종결이 아니라 또 다른 정치 공방의 출발점이 된 셈이다.

그리고 이제 언론에도 질문이 남는다.

용혜인의 의원직 유지 선택은 충분히 비판하고 검증할 수 있다. 배우자와 정당 운영, 정치자금과 국고보조금 문제 역시 공직 후보자라면 설명해야 한다.

그러나 고위공직자 검증의 목적은 한 사람을 낙마시키는 데 있지 않다.

제기된 의혹 가운데 무엇이 사실인지, 후보자의 해명 가운데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린지, 그리고 그 사람이 실제로 장관직을 수행할 능력과 정책 철학을 갖추었는지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이 검증의 본래 목적이다.

지난 14일 동안 쏟아진 보도에서 용혜인이 성평등가족부를 어떻게 운영하려 했는지, 교제폭력과 돌봄, 가족정책 등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검증은 의원직과 가족·정당 문제를 둘러싼 논란만큼 충분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용혜인을 비판했던 언론도, 옹호했던 언론도 여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검증과 여론재판의 경계는 의혹을 보도했느냐 여부에 있지 않다. 의혹과 함께 반론을 충분히 전달하고, 다시 자료를 확인해 사실과 주장을 가려냈느냐에 있다.

용혜인은 결국 장관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사퇴했다고 질문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대통령은 왜 용혜인을 지명했는가. 민주당은 왜 대통령이 선택한 후보자에게 물러날 것을 요구했는가. 청와대는 후보자가 정치권과 언론의 집중 검증을 받는 동안 자신의 인선 판단을 얼마나 책임 있게 설명했는가. 그리고 언론은 후보자의 능력과 정책까지 균형 있게 검증했는가.

용혜인의 14일은 끝났다.

하지만 이번 인사가 남긴 숙제는 청와대와 민주당, 국민의힘 그리고 언론 모두에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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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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