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인뉴스] 논란 끝에 임명된 김지용 초대 중수청장, 이제는 국민의 신뢰로 답해야 한다
[천지인뉴스] 논란 끝에 임명된 김지용 초대 중수청장, 이제는 국민의 신뢰로 답해야 한다
정범규 기자 | 2026년 10월 16일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5일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임명안을 재가했다. 지난 9월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과거 검찰 재직 시절의 행적과 정치적 중립성, 검찰개혁 적합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지만,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거쳐 최종 임명이 이뤄졌다.

김지용 청장의 임명은 단순히 정부 고위직 한 자리를 채운 인사가 아니다. 검찰의 수사·기소 기능 분리를 핵심으로 하는 개혁 과정에서 새 수사기관을 이끌 초대 수장이 결정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임명 절차가 마무리됐다고 해서 그동안 제기된 의문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제 김 청장에게 남은 과제는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실제 업무와 성과로 해소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수사기관을 만드는 일이다.
김 청장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 9월 8일 후보자 지명 이후 본격화됐다. 검찰 출신 인사가 새 수사기관의 초대 수장으로 적합한지에 대한 문제 제기와 함께 과거 윤석열 전 검찰총장 관련 성명 참여, 주요 사건 처리 과정에서의 판단 등이 검증 대상으로 떠올랐다.
특히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추진했을 당시 김 청장이 징계 재고를 요구하는 취지의 성명에 동참했던 이력이 논란이 됐다. 2022년 검찰 수사권 축소 입법에 반대한 전력도 검찰개혁을 이끌 적임자인지 판단하는 쟁점으로 제기됐다.
김 청장의 과거 사건 처리 가운데 가장 첨예한 논란은 정진웅 전 부장검사 독직폭행 사건이었다.
정 전 부장검사는 2020년 한동훈 당시 검사장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생한 몸싸움과 관련해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김 청장이 기소 결재에 관여한 사실을 두고 정치적 판단이 개입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김 청장 측은 독직폭행 혐의 적용에는 반대 의견을 냈으며, 과실치상 혐의에 대해서는 법리적 판단이 달랐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행정안전부 역시 추가 확인 결과 김 청장이 정진웅 사건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긴급 출국금지 사건 관련자 기소에 반대 의견을 제시했던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히 결재 과정에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 특정 정치적 의도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반론의 근거가 됐다. 반면 비판 측에서는 당시의 최종 사건 처리 결과와 김 청장의 책임 범위를 보다 엄격하게 검증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검찰 내부 성폭력 사건 처리와 관련한 의혹도 논란을 키웠다.
임은정 광주지방중수청장은 김 청장이 과거 대검찰청 감찰1과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자신이 제기한 검사 성폭력 의혹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청장은 관련 의혹을 부인하며 자신의 업무 처리가 부당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이 과정에서 임 청장이 김 청장 후보자의 적격성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일을 둘러싸고 감찰이 진행되면서 논란은 더욱 확대됐다.
감찰을 추진하는 측에서는 고위 수사기관 간부의 공개적인 인사 비판이 조직 기강을 해칠 수 있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반면 비판적 의견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감찰 대상이 되는 것이 적절한지, 내부 문제 제기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하는 시각도 나왔다.
이처럼 논란이 이어지자 이 대통령은 후보자에 대한 추가 검증을 지시했다. 청와대는 이후 검증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 중 사실과 다른 부분이 확인됐다는 입장을 밝혔고, 지난 10월 1일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에 송부했다.
지난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는 이러한 논란이 집중적으로 다뤄진 자리였다.
특히 이례적이었던 것은 여야의 입장이 일반적인 인사청문회 구도와 달랐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김 청장의 과거 검찰 재직 행적을 두고 평가가 엇갈렸다. 김용민 의원 등 검찰개혁을 강조해 온 인사들은 과거 행적과 개혁 적합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추미애 경기지사 역시 김 청장의 적격성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왔다.
반면 민주당 양부남 의원 등은 김 청장을 친윤 검사로 규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일부 의원들은 과거 검찰 조직 내에서 김 청장이 보여준 이견 제시와 수사 판단을 근거로 소신 있는 검사였다는 평가를 내놨다.
국민의힘은 여권 내부의 상반된 평가를 문제 삼으면서 김 청장의 과거 입장과 현재 발언 사이의 일관성을 추궁했다.
청문회에서 김 청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정치검사의 대표적 사례로 지목하고,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해서도 정치적 행보와 관련한 비판적 입장을 밝혔다.
또한 중수청이 검찰과 한 몸이 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답변하면서 수사의 정치화를 막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임은정 청장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향후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청문회에서의 해명만으로 모든 의혹이 해소됐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5일 김 청장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여야 합의로 채택하면서 적격과 부적격 의견을 함께 담았다.
조국혁신당은 김 청장 임명 반대를 당론으로 정했다. 반면 청와대는 청문회에서 제기된 쟁점들이 충분히 소명됐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같은 날 저녁 김 청장의 임명안을 재가했다. 이로써 중수청은 출범 이후 이어졌던 초대 청장 공백을 해소하고 본격적인 조직 운영의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이제 김 청장에게 요구되는 것은 임명 과정에서 자신을 지지한 정치권의 기대에 부응하는 일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위한 공정한 수사기관을 만드는 일이다.
첫째, 중수청이 과거 검찰의 정치적 수사 관행을 반복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수사 대상이 여당 인사인지 야당 인사인지, 대통령과 가까운 인물인지 정권에 비판적인 인물인지에 따라 수사의 강도와 방향이 달라져서는 안 된다.
권력형 비리와 부패범죄 앞에서는 누구에게나 동일한 법적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둘째,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검찰개혁의 취지를 실제 조직 운영에 반영해야 한다.
중수청이 검찰에서 분리된 기관이라는 외형만 갖추고 과거의 폐쇄적 조직문화와 권한 집중 구조를 답습한다면 개혁의 의미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
수사 과정의 적법성, 인권 보호, 외부 통제와 책임성 확보가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셋째, 내부 비판을 억누르는 조직이 아니라 잘못을 스스로 바로잡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임은정 청장에 대한 감찰 논란은 새 수사기관이 내부의 문제 제기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보여주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수 있다.
조직의 기강도 중요하지만 정당한 내부 고발과 공익적 문제 제기가 위축되지 않도록 절차적 공정성을 지키는 일 역시 중요하다.
넷째, 수사기관의 성과를 단순한 검거 실적이나 기소 건수로 평가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무고한 시민이 부당한 수사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것,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와 피해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 경제적·사회적 지위와 관계없이 공정하게 법을 집행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을 위한 수사기관의 기본 책무다.
김 청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정치적 수사를 막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제 그 약속을 실제 조직 운영으로 증명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임명은 김지용 청장에게 공직 수행의 기회를 부여한 결정이다. 그러나 국민의 신뢰까지 함께 부여한 것은 아니다.
그 신뢰는 앞으로의 수사와 조직 운영, 권력 앞에서의 독립성, 국민 인권을 대하는 태도를 통해 쌓아야 한다.
김지용 청장의 진정한 평가는 임명장이 아니라 앞으로의 행보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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