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인뉴스 사설] 추미애의 ‘재정 빨대’만 보이고, 국가가 떠넘긴 소방재정은 보이지 않는가
[천지인뉴스 사설] 추미애의 ‘재정 빨대’만 보이고, 국가가 떠넘긴 소방재정은 보이지 않는가
표현의 부적절함은 비판받아야 한다. 그러나 국가직 소방공무원의 인건비를 지방정부가 떠안는 현실까지 외면해서는 안 된다
‘빨대’라는 단어에 가려진 국가와 지방의 재정 책임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이른바 ‘소방 재정 빨대’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소방공무원 노동조합은 소방관의 헌신을 폄훼한 표현이라며 반발했고, 일부 언론은 해당 발언과 노조의 비판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위험한 현장에 뛰어드는 소방공무원들에게 ‘재정 빨대’라는 표현은 충분히 모욕적으로 들릴 수 있다. 공직자가 예산 문제를 설명하면서 현장 공무원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 있는 단어를 사용했다면 그에 따른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언론이 반드시 확인해야 할 문제가 있다.
추 지사는 소방공무원 개인을 지방재정을 축내는 존재로 비난한 것인가. 아니면 국가직으로 전환된 소방공무원의 인건비와 운영비를 지방정부가 상당 부분 부담하는 재정 구조를 문제 삼은 것인가.
두 가지는 전혀 다른 문제다.
표현의 적절성을 따지는 일과 발언의 실제 취지를 확인하는 일은 함께 이뤄져야 한다. 부적절한 단어 하나를 근거로 발언자의 의도까지 단정한다면 정작 국민이 알아야 할 정책적 쟁점은 논란의 뒤편으로 밀려나기 쉽다.
국정감사 발언의 전후 맥락을 살펴보면
지난 10월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은 소방예산의 국비 비중을 높일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에 추 지사는 소방이 지방재정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는 취지로 답하면서 논란이 된 표현을 사용했다. 이어 2027년 소방 인건비가 약 1조 1,000억 원, 사업비가 약 5,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즉 발언이 나온 직접적인 문맥은 소방공무원의 직무 태도나 헌신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소방예산과 국가의 재정 지원 문제였다.
경기도 역시 논란 이후 소방공무원을 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국가직 전환 이후에도 지방자치단체에 집중된 재정 부담을 강조하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추 지사는 17일 부천 공장 화재로 순직한 소방공무원의 빈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발언에 대해 사과하면서 소방공무원을 폄훼할 의도가 없었다고 밝혔다. 처우 개선에 필요한 재정 지원이 충분히 뒤따르지 않는 현실을 설명하려 했다는 취지의 해명도 내놓았다.
물론 사후 해명만으로 발언의 의도를 완벽하게 입증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정감사 질의 내용과 발언의 전후 맥락, 경기도의 공식 설명을 종합하면 국가와 지방의 재정 분담 문제를 지적하려 했다는 해석에는 상당한 근거가 있다.
언론이 발언을 비판하더라도 이러한 맥락을 함께 전달해야 하는 이유다.
국가직 소방공무원, 그런데 왜 인건비는 지방정부가 부담하는가
소방공무원은 2020년 국가직으로 전환됐다.
당시 국가직 전환은 소방공무원의 신분을 통합하고 지역 간 소방서비스의 격차를 줄이며 국가의 재난 대응 책임을 강화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었다.
그러나 신분의 국가직 전환이 소방재정의 전면적인 국가 부담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현행 「소방재정지원 및 시·도 소방특별회계 설치법」은 시도지사가 소방공무원 인건비와 소방사무 관련 재원을 일반회계에서 소방특별회계로 전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가직 공무원이라는 신분과 지방자치단체가 소방사무를 수행하고 재정을 부담하는 구조가 병존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지방정부의 부담이 법률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가 법을 어기고 지방에 인건비를 떠넘긴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질문은 달라져야 한다.
국가직 전환의 정책적 취지에 비춰볼 때 현재의 법률과 재정 분담 체계가 적절한가. 국가의 재정 책임을 지금보다 강화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답해야 할 주체는 추미애 지사만이 아니다. 정부와 국회가 함께 답해야 한다.
2026년 소방안전교부세 1조 503억 원, 인건비 지원은 5,835억 원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6년도 소방안전교부세는 전국 17개 시도에 총 1조 503억 원이다.
이 가운데 5,835억 원은 소방공무원 인건비 지원에, 4,668억 원은 소방·안전시설과 장비 확충 등 안전관리 사업에 배분된다.
숫자만 보면 정부도 적지 않은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전국 소방공무원의 인건비와 소방조직 운영에 들어가는 전체 예산을 고려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국회입법조사처의 2026년 보고서는 2025년 지방 소방예산에서 국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0.7%이며, 소방 인건비에서 소방안전교부세 지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8.6%라고 지적했다.
이는 국가직 전환 이후에도 지방재정이 소방조직 운영을 뒷받침하는 핵심 재원으로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국비 비중과 소방안전교부세 지원 비중은 서로 다른 범위를 기준으로 계산된 수치다. 이를 혼용하거나 국가가 전체 인건비의 정확히 8.6%만 부담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또한 소방안전교부세는 담배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를 재원으로 한다. 국세를 기반으로 지방에 배분하는 재원이라는 점에서 지방정부의 자체 지방세 수입과 구별할 필요가 있다.
소방재정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국세에서 이전된 재원, 지방세, 지방정부 일반회계 전입금, 국고보조금과 실제 집행액을 구분해야 한다.
소방공무원의 월급은 비용인가, 국민의 안전을 위한 필수 투자인가
2026년 인사혁신처 봉급표에 따르면 소방사 1호봉의 월 기본급은 213만 3,000원, 소방교 1호봉은 221만 5,300원이다. 여기에 근속기간과 직무, 근무실적 등에 따라 각종 수당이 더해진다.
위험근무수당과 특수업무수당, 야간·휴일근무수당, 초과근무수당은 위험하고 불규칙한 현장 근무의 특성을 반영한다.
건강검진과 심리상담, 공무상 재해보상, 단체보험 등도 단순한 복지 혜택의 문제가 아니다. 재난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위험에 노출되는 공무원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국가와 지방이 부담하는 인건비와 복리후생비는 소방공무원 개인에게 베푸는 시혜가 아니다. 국민의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공공서비스 비용이다.
그런 만큼 소방재정을 논의할 때 소방공무원의 존재 자체를 재정 부담으로 묘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동시에 국민의 안전을 위한 필수 지출이라고 해서 국가와 지방의 재정 분담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묻지 말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소방공무원에 대한 존중과 재정구조 개혁은 서로 충돌하는 가치가 아니다.
소방노조의 반발, 그런데 재정개혁 요구는 추 지사의 문제의식과 닿아 있다
이번 논란에서 주목해야 할 사실은 소방공무원 노동조합의 입장이다.
한국노총 소속 한국소방공무원노동조합과 민주노총 소속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는 추 지사의 표현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런데 한국소방공무원노조는 동시에 국가가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했으면서도 인건비를 지방정부에 부담시키는 재정구조를 비판했다.
김길중 한국소방노조 위원장은 소방 인건비 전액을 국가재정으로 부담하는 등 예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래소방연합노동조합 정용우 위원장 역시 표현은 부적절하지만 중앙정부의 소방재정 지원 부족을 지적한 취지는 이해한다며 국가 지원 확대 또는 지방재원 확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목은 매우 중요하다.
표현을 둘러싸고 추 지사와 소방노조 사이에 갈등이 발생했지만, 국가의 소방재정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는 접점이 확인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주목해야 할 것은 정치적 논란 자체보다 소방공무원과 지방정부가 함께 제기하는 재정개혁 요구다.
다른 16개 시도지사는 지금의 부담 구조에 만족하는가
경기도만 소방공무원 인건비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전국 17개 시도는 각각 소방특별회계를 운영하며 소방공무원 인건비와 소방사무에 필요한 재원을 부담하고 있다.
지방재정 여건은 지역마다 다르다. 재정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역일수록 안정적인 소방재원을 확보하는 일이 더욱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면 경기도를 제외한 다른 16개 시도는 현재의 국가·지방 재정 분담 구조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국가의 부담 확대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현행 제도에 만족하는가. 아니면 다른 방식의 재정 지원을 요구하고 있는가.
이 질문은 반드시 던져야 한다.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 이후 지방정부가 부담하는 인건비와 운영비 문제는 경기도만의 사안이 아니다. 전국 17개 시도가 공통으로 안고 있는 재정 과제다.
실제로 과거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차원에서도 국가직 전환에 따른 지방재정 부담과 중앙정부의 지원 확대 필요성이 논의된 바 있다. 이는 소방재정 문제가 특정 시도지사 한 사람의 주장이나 일시적인 정치적 논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지금 다른 시도지사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는 동안 정작 전국 지방정부가 공통으로 안고 있는 소방재정 문제에 대한 논의는 충분히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국가직 소방공무원의 인건비를 지방정부가 상당 부분 부담하는 현행 구조가 적절한지, 국가의 재정 책임을 어느 수준까지 확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전국 시도지사들의 입장과 구체적인 정책 대안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
소방재정은 어느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지방정부의 재정 운용은 물론 소방공무원의 근무환경과 국민의 안전에도 영향을 미치는 전국적인 과제다.
이제 다른 시도지사들도 소방재정의 실태와 개선 방향을 공개적으로 설명하고, 정부와 국회는 국가와 지방의 합리적인 재정 분담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추미애 지사의 표현을 둘러싼 논란이 소방재정 개혁이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가리는 결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언론은 ‘빨대’라는 단어만큼 국가의 재정 책임도 검증했는가
언론의 보도 태도 역시 검증 대상이다.
추 지사의 표현을 비판하는 기사는 필요하다. 소방공무원들이 받은 상처와 노동조합의 반발을 보도하는 것 역시 언론의 정당한 역할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한가.
언론은 발언이 나온 국정감사의 질문과 답변을 얼마나 충실하게 전달했는가. 국가직 소방공무원의 인건비를 지방정부가 부담하는 법적 구조를 설명했는가. 국가의 지원 비중과 지역별 소방재정 격차를 검증했는가.
무엇보다 추 지사를 비판하는 정치인들에게 국가와 지방의 적정 재정 분담에 대한 대안도 물었는가.
이러한 질문이 빠진다면 독자들은 표현 논란은 자세히 알게 되지만, 그 표현이 등장한 정책적 배경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물론 모든 언론이 재정 문제를 외면한 것은 아니다. 일부 보도는 소방노조의 비판과 함께 국가재정 지원 확대 요구를 전달했다.
따라서 언론 전체가 의도적으로 본질을 감췄다고 단정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다만 정치적 발언의 논란을 다루는 언론이라면 표현의 적절성뿐 아니라 그 발언이 제기한 정책 문제까지 함께 검증해야 한다.
정치인의 단어 선택을 비판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비판이 정확한 사실관계 위에 서 있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정부와 국회가 답해야 할 다섯 가지 질문
이제 논쟁은 제도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
첫째, 정부는 국가직 소방공무원의 인건비 가운데 국가와 지방이 각각 얼마를 부담하는지 전국 단위의 통일된 기준으로 공개해야 한다.
둘째, 소방공무원 인건비의 국비 분담률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 국가가 전액 부담하는 방안과 국가·지방 공동부담을 유지하되 지방재정을 확충하는 방안도 비교할 필요가 있다.
셋째, 소방안전교부세가 소방인력과 재난 대응 수요의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넷째, 지역별 재정 여건에 따라 소방공무원의 피복비와 교육비, 건강관리, 복리후생 등에 차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국 공통 최소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다섯째, 국가직 신분과 지방정부의 소방사무 책임, 인사·지휘체계, 예산 부담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단순히 국비 비중만 높인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재정 책임과 행정 권한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까지 함께 논의해야 한다.
표현의 책임은 추미애에게, 소방재정의 책임은 정부와 국회에
추미애 지사의 ‘재정 빨대’라는 표현은 신중하지 못했다. 소방공무원들이 자신들의 헌신을 폄훼하는 말로 받아들였다면 그 반발 역시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국정감사 발언의 전후 맥락과 경기도의 공식 해명, 추 지사의 사후 설명을 종합하면 그가 제기하려 했던 핵심은 국가직 소방공무원의 인건비를 지방정부가 상당 부분 부담하는 재정 구조였다고 볼 근거가 있다.
표현의 부적절함을 비판하는 것과 발언의 본래 취지를 왜곡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국가직으로 전환된 소방공무원의 인건비를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 지방정부의 재정 부담은 적절한지, 정부는 어떤 개선책을 마련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이제 논쟁의 중심에 놓여야 한다.
소방공무원에 대한 진정한 존중은 말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충분한 인력과 장비, 안전한 근무환경, 정당한 처우를 뒷받침하는 안정적인 재정으로 이어져야 한다.
추미애 지사의 단어 선택은 비판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가 제기한 소방재정의 구조적 문제까지 단어 하나에 묻혀서는 안 된다.
이제 정부와 국회가 답할 차례다. 표현의 책임은 추미애 지사에게 묻되, 소방재정의 책임은 정부와 국회에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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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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